고등학교 입학 첫날, 내가 속해있는 8반은 제일 흔한 이름 순으로 번호와 자리를 정했다. 역시나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것들은 뒷자리가 아니라며 아우성들이었다. 난 이제껏 뒤에 앉아있었지만 한 번도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았기에 별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짜증나는 소음이 거슬려도 친히 바꿔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앉은 지금. 그런 마음이 뒤늦게 솟구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창가자리를 과감이 버리게 만들 정도로 신경쓰이게 하는 놈이 내 옆에서 잘도 숨 쉬고 있기에. 그래. 저런 놈만 걸리지 않기를 얼마나 바랬는데..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저! 저딴 눈은 집어치워주기를 얼마나...!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시야는 꽤나 넓어서 정면을 보는 것만으로는 저 부담스런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난 저런 눈빛을 하는 이유를 잘 안다. 한 명도 내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분명.... "너 되게 여자같이 생겼다?"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비아냥 거리는 말투가 아니었다. 놈의 중저음 목소리는 내 귓가에서 몇 번이나 울렸다. 하지만 놈의 그런 목소리는 주위의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목소리에 감탄하면서도 위험을 감지했다.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냥 '아, 그렇구나!' 하며 지나칠 수 있는 내 외모가 '여자 같은' 외모로 낱낱이 관찰될 것을! 절대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분명 주위의 몇 명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가장 무난한 대책은 '무시'와 '잠'이었다. 난 정말 자연스럽게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내리며 책상 위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반대편 손도 위로 올려 안전하게 이마를 책상 위의 손등에 갖다 댔다. 이제 난 귀찮아서 씹고자는 (불량)학생으로 보일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이미 주위에서 한숨 섞인 감탄사와 약간의 실망감이 섞인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와, 내 말 무시한 거야?" 난 살짝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놈과 눈이 정면으로 맞았다. 나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로 말 시키지 말라는 신호였다. 나의 그런 태도를 본 놈은 잠깐 조용하게 있더니 옅은 조소를 흘리며 나를 더 빤히 쳐다봤다. 기분이 더 더럽게 됐다. 그 순간 가까이에서 숨결이 느껴지더니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번엔 정말 '귓가'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짝."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놈은 내 예상대로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장난일까? 이런 저질스러운 장난을 치다니. 앞으로 내 학교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21
<만남>
고등학교 입학 첫날, 내가 속해있는 8반은 제일 흔한 이름 순으로 번호와 자리를 정했다.
역시나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것들은 뒷자리가 아니라며 아우성들이었다.
난 이제껏 뒤에 앉아있었지만 한 번도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았기에 별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짜증나는 소음이 거슬려도 친히 바꿔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앉은 지금.
그런 마음이 뒤늦게 솟구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창가자리를 과감이 버리게 만들 정도로 신경쓰이게 하는 놈이 내 옆에서 잘도 숨 쉬고 있기에.
그래. 저런 놈만 걸리지 않기를 얼마나 바랬는데..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저! 저딴 눈은 집어치워주기를 얼마나...!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시야는 꽤나 넓어서 정면을 보는 것만으로는 저 부담스런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난 저런 눈빛을 하는 이유를 잘 안다.
한 명도 내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분명....
"너 되게 여자같이 생겼다?"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비아냥 거리는 말투가 아니었다.
놈의 중저음 목소리는 내 귓가에서 몇 번이나 울렸다.
하지만 놈의 그런 목소리는 주위의 관심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목소리에 감탄하면서도 위험을 감지했다.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냥 '아, 그렇구나!' 하며 지나칠 수 있는 내 외모가 '여자 같은' 외모로 낱낱이 관찰될 것을!
절대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분명 주위의 몇 명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가장 무난한 대책은 '무시'와 '잠'이었다.
난 정말 자연스럽게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내리며 책상 위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반대편 손도 위로 올려 안전하게 이마를 책상 위의 손등에 갖다 댔다.
이제 난 귀찮아서 씹고자는 (불량)학생으로 보일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이미 주위에서 한숨 섞인 감탄사와 약간의 실망감이 섞인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와, 내 말 무시한 거야?"
난 살짝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놈과 눈이 정면으로 맞았다.
나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로 말 시키지 말라는 신호였다.
나의 그런 태도를 본 놈은 잠깐 조용하게 있더니 옅은 조소를 흘리며 나를 더 빤히 쳐다봤다.
기분이 더 더럽게 됐다.
그 순간 가까이에서 숨결이 느껴지더니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번엔 정말 '귓가'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짝."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놈은 내 예상대로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장난일까? 이런 저질스러운 장난을 치다니.
앞으로 내 학교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