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너에게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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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네게 습관적으로 편지 쓰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너에게 매일 매일 쓰던 편지를

하루, 이틀 미루다보니 이제 거의 안 쓰게 된 것 같아.

특히나 싸이월드 없어지고 나선 거의 안 쓴 것 같네.

사실 이 편지도 어디에 쓸 곳이 없어 고민하다

네이트판에 주저리주저리 적어 봐.

더이상 너랑 추억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가 남아있지 않거든.

 

웃기지 10년 전에는 죽고 못사는 너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썼는데.

내가 아침에 보낸 그 장문에 문자들로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던게 기억나서

난 매일 아침 너보다 일찍 일어나 문자로 편지를 쓰는게 하루의 시작이었어.

 

기억 나?

이맘 때 쯤 되면 너는 항상 쓰러지기 일수였고

나는 병원에 가는게 일상이었고.

우리 둘다 서로 몸챙기라고 말만하지

실상은 서로 자기몸은 안챙겼잖아

그래서 맨날 서로가 서로를 챙기느라 바빴던거.

 

둘다 감기는 오지게 잘 걸리는 주제에

뚱뚱한 옷은 입기 싫어서

맨날 코트만 입고 다니고.

목도리 하나, 장갑 한 벌로 손잡고 걷던 거리는

언제나 따뜻하게만 느껴졌어.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어서 패딩을 내 가죽처럼,

장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ㅎㅎ.

너처럼 손잡아주는 사람이 없거든 이제.

 

집순이었던 나에게 눈이 오는 날이 참 예쁘단걸 알려준 너.

함박눈이든 진눈깨비든 눈이 오는 날엔 꼭 전화했잖아.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그래서 그런가? 내 기억 속 너는 언제나 하얀 눈과 함께있어.

난 눈오는 날이 너무 싫었는데

네가 있는 풍경 만큼은 너무 좋더라.

아무리 지옥같은 동네 풍경도 네가 있으면 만화 속 한 장면 같았어.

 

그렇게, 내 지옥과 같던 중.고등학교 시절엔 너밖에 없었다.

 

너를 뒤로하고 상경한지 좀 됐어.

그 사이 나도 많이 변했고 우리 동네도 많이 바뀌었어.

너네 동넨 근처에도 안가봐서 모르겠다 그대로일지.

그대로면 그대로, 변했다면 변한 것 대로 슬플것같아.

아직도 네가 그 버스 정류장 앞에서 왔어? 하고 말할 것 같은데.

 

그거 아니?

싸이월드 문닫은지 오래됐어.

너한테 편지가 끊긴이유도 그거야.

네 싸이에 더이상 내가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네이트온도 이제 직장 다니는 애들 몇명만 쓴다?

그래서 너랑 나 말고도 떠들기 바빴던 몇명들

눈꼽도 안보이더라 ㅎㅎ 취업했어도 아이디 새로 만들었을꺼야.

나도 처음엔 기억 안났거든 내 아이디.

 

이제 핸드폰으로 뭐든 다해.

문자는 안쓴지 오래됐고 발신자 제한도 안써.

너한테 문자 보내놓고 언제 읽을까 읽긴 했을까 끙끙거리던 내가 생각나서

가끔 카톡이 의미 있나 하는 생각도 해.

 

술에 잔뜩 취한 날이면 친구들한테 발신자 제한으로 전화걸기도 하는데,

새삼 네가 생각나기도 해서 전화끊고 엄청 울었다.

난 이제 발신자 제한 전화 안받아. 오지도 않고.

 

또 네가 뭘 좋아했더라...

우리 마지막으로 갔던 분식집은 나도 안간지 너무 오래됐고...

너네 학교, 우리 학교 안 지나간지도 제법 꽤 됐다.

이렇게 자꾸 너에대한걸 하나 둘 씩 잊어가네...

아 그래도 몇 년 전에 그건 했어.

네가 가보고싶다던 도쿄타워 가기.

거기서 네가 낙서해둔 내 다이어리도 읽었고

같이 들었던 음악도 들었어.

너랑 같이 보면 더 좋았을텐데.

 

 

우리가 첫 키스한 날, 우리가 사귄 날짜, 네 생일 그리고 네 기일.

몇 년 전만해도 그 날짜 하나 하나가 가까워질수록 예민하고 또 마음아팠는데

이젠 나도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무뎌져서 잊고 지나가는 날도 있더라.

 

슬프고 아쉽고 그래, 너를 이렇게 잊고 살아가는게.

작년 이맘때는 코코라는 영화를 봤는데

망자의 세계에선 잊혀지는 순간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더라고.

 

나도 걱정되더라.

나는 아마 오래오래 살 것 같은데,

결혼도 하고, 여행도 더 다니고, 늙어보기도 할건데.

그래서 널 만나러 가는게 참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널 기억하고있는 사람이 모두 떠나서

TV 드라마속 병신같은 술래잡기처럼 내가 널 만나러 갔을 때

네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네가 나왔나봐. 너 잊지말라고.

회사, 일상에 치여 널 자꾸 잊어가는 나에게

넌 너를 잊지 말라고 나를 찾아왔더라.

 

새 해 첫 꿈을 자주 믿어서 너한테 늘 그랬잖아

12월 31일 만큼은 밤도 안새고 꼭 일찍 잔다구.

그래서 올해 첫 꿈엔 네가 나왔어.

내가 좋아하던 까만 목폴라 입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가 무슨 대활 나눴는지 기억 나진 않아.

확실한건 끌어안고 울었던 네 체온과

변치 않은 네 모습이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아서

밍기적 밍기적 계속 일어나는걸 미뤘어.

 

바보멍청아

일찍 갔으면

더이상 울지말지. 왜 간만에 나타나서 울고그래.

나도 이렇게 맘 다잡고 살아가는데

왜 나타나서 맘 다시 다 헤집어놓는데.

 

너를 잊었다 정리했다 수천번 말했지만

네가 나온 그 꿈 하나로 지난 기억이 순식간에 터져오르는 걸 보니

내가 널 얼만큼 좋아했는지 이제 정말 알 것 같아.

 

 

내 모든 처음에 있던 너는

내가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걸 표현하게 해준 사람이었어.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 웃었고

네가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울었을 만큼

너는 나에게 첫사랑 그 이상의 사람이었어.

 

더이상 찾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네가 잠든 곳.

올 해는 인사하러 갈까 하는 중이야.

네가 좋아했던 것들 모두 챙겨서 만나러 갈게.

 

나 이제 울지 않을테니, 너도 울지 마 바보야.

내 첫사랑이자, 처음으로 마음을 나눈 친구였던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