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생조짐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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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냥 새벽인 김에,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소리가>를 읽은 김에, 무더운 여름에 너와 같이 있었던 도서관에 간 김에 그냥 적어봐. 어쩌면 아침에 지울 지도 모르겠다.
너는 어쩌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다. 내가 널 꽤 오랫동안 좋아한 걸. 티는 안 냈지만 나는 너를 진심으로 좋아했어. 네가 어떤 모습이던 그냥 다 귀여워 보이고, 멋져보이고. 어느순간 너가 나한테 하는 말과 행동에 내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더라. 사랑에 빠지는 게 이런 건가 싶었어. 그 전에도 좋아하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번은 뭔가 달랐어. 내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이게 느껴지더라.
그거 알아? 나 시험기간마다 도서관 간 거, 그거 너 때문이야. 시험기간이 되기 좀 전.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공부에 조급한 사람이 없어서 한적한 도서관에서 나는 그 토요일을 아직도 잊지 못해. 너가 날 보고 도서관에서 인사했을 때 설마 교실에서 내가 도서관 간다는 얘기를 들었나, 그것 때문에 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너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랬어. 자의식과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짝사랑하면 누구나 자의식과잉이 되잖아. 너가 내 책상 지나갈 때마다 계속 조용히 인사하거나 눈짓하거나 하는 게 다 좋았어. 사실 집에 독서실 책상도 있었고, 도서관 올 필요도 전혀없었으며,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은 그 의미를 상실해버린 시장통이 되지만 그래도 나는 도서관에 갔어. 시험기간보다 조금 이른 그 주말, 낮에 너랑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뭔가 우린 특별한 사이인 것 같아서. 나는 티를 안 냈고 너는 관심이 없어서 연락같은 건 안했지만 그런 걸 안해도 우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다고 느껴서.
이미 수개월이 지나 바래버린 여름을 아직도 잊지못하겠다. 너에겐 내가 그저 한적한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만난 친구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이걸 생각하면 가슴 한 곳이 아려오기도 해. 그냥 궁금해서 그런건데 너도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있을까? 난 가슴이 아려온다는 게 예전엔 문학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진짜 느껴지더라. 아려온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서 책에서도 그렇게 적었나봐. 여튼, 난 그래서 여름이 좋아.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이라면 질색을 하던 나였는데. 언젠가 교실에서 그 무덥던 날에 여름의 색감이 좋다는 말을 꺼냈던 기억이 난다. 이 말도 도서관에서의 토요일이 너무나도 여름이어서 했을거야.
그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있고 도서관은 시원했지만 가슴 한켠은 너무너무 더웠던, 너가 내 책상 옆을 지나갈 때마다 얼굴이 붉어져있을까봐 괜히 거울을 보았던 그 날.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밤잠 설치며 선풍기 바람을 쐬던 여름 새벽. 지금은 겨울이어서 그 때 여름 생각도 덜하겠지 했는데 마음 속 한 켠에서는 담아두고 있었나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