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부부인지 남인지 모르겠네요

ㅇㅇ2019.01.10
조회16,076
저도 분명 남편과 불타는 열애 끝에 결혼 한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로 너무 잘맞는다며 서로 없으면 곧 죽을 것만 같은 얼얼하고 달콤한 신혼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나니 정말 서로가 남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남편을 왕처럼 대하면 아내가 왕비고 아내를 왕비처럼 대하면 남편이 왕이라고, 평소 부모님의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고자란 저는 정말로 남편에게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기의 탄생으로 직장을 관두었을땐 전업이 되었으니, 가능한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에 큰 스트레스 받지 않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다음날 아기가 깰시간에 맞춰 일어나지 못할것을 걱정해 처녀시절 그렇게 좋아하던 맥주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남편은 회식이다 지인만남이다 뭐다 밤늦게 술먹고 돌아와 다음날 한낮까지 퍼질러자도 아무말 안했습니다.

속으로 서운하긴해도 저도 직장다녀봐서 입장 모르는건 아니니까요.

출산으로 살이쪄서 살을 빼려고 남편에게 퇴근 뒤 2시간 정도만 애봐달라고 했더니 너무 졸린다고 그냥 주말에 가라고 해서. 어떻게 노력은 했는데 잘 안빠졌어요.

사람들은 애보기가 편한가보다 살이 안빠지네..... 하는데 그것땜에 더 독하게 맘먹고 평일에도 애업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했더니 허리디스크가 터졌네요.

남편은 저더러 미련하대요. 미련하죠.

살은 그냥 주변에서 뭐라든 귀닫고 살다 애 좀 커서 어린이집 보내고 뺏어요.

애 유치원 다니기 시작하니, 저는 조금이라도 시간 활용을 잘해서 남편과 저만의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고싶었는데 남편은 피곤하다네요.

너는 애 유치원 보내고 집에서 쉬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은 직장생활하고 쉴시간이 퇴근후와 주말 뿐이라고....

그냥 알겠다했어요. 혼자벌어 세식구 먹여살릴려니 얼마나 힘들까해서.

어느정도 건강도 회복하고 시댁 부모님 도움받아 아이 유치원 퇴하원시간도 안정되니 적은 돈이어도 시간대 괜찮은 직장을 구해 맞벌이하게 되었어요.

우리가족도 이제 목돈 좀 모아야지요.

저는 그러면 남편의 짐이 좀 덜어질까했는데 회사다녀와서 피곤하니 집안일 조금 미루고 배달음식 시켜먹으니 이럴거면 직장생활하지 말라하네요.

집안꼴 엉망이라서 집에 들어오고 싶은 맘이 사라진다고......

그래도 돈욕심이 좀 나서 애를써봣는데 부부싸움횟수만 느는것 같아 직장관두고 내조에 힘쓰겠다 했어요.

이제는 다 내려놓으니 참 편해요. 남편이 없다 생각하고 다달이 통장에 들어오는 돈만 잘 굴리면서 아이 유치원 보내고 집안일하고 장보고 가계부 쓰고 운동하고 아이 데려와서 밥먹이고 씻기고 뭐했는지 물어보고 책읽어주고 아이 재우고 남편 돌아올 시간 맞춰 또 밥하고...

주말에는 남편은 티비를 보던 컴퓨터를 하던 외출을하던 본인 여가 생활하고

저는 또 아이랑 놀러갈곳 찾아... 아이 친구 엄마들이랑 외출하고 쇼핑하고 아이 좋아하는 것 해주고

그리 살아요. 편안히 살아요.

가끔 남편이 오늘밤 같이 자자고 부르면 하기도하고.

젊을땐 길게 하는게 무조건 좋은줄알았는데 요즘은 제발 빨리 끝낫음해요 피곤해서..... 부부인데 안하는건 아닌거 같고.

그런데 내가 뭘하고 사는지 이제 관심없는 남편도, 남편이 하루종일 뭐하고 사는지 관심없는 저도 너무 낯서네요.

아이가 좀 더 크면 이 생활이 변할지 끝이날지..
아니면 평생 이렇게 사는건지...

요즘 문득 이사람이랑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해요.

제 솔직한 마음요?

네, 사실은 남편이 너무 밉네요.

나는 어떻게하면 남편이 좀 더 덜 고생할까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이고 짐을 덜어줄려고 했는데..

남편은 오로지 본인이 제가 편안히 전업생활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