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돼지x입니다.(긴글주의)

ㅁㅊ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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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그냥 제목 그대로에요. 전 돼지년입니다.학교 다닐 때는 항상 돼지라는 별명이 저를 따라다녀서 돼지라고 놀리는 거에 익숙했어요.그래도 나름 옷도 최대한 예쁘게 입어보고 유튜브 보고 화장법도 공부해보면서 최대한 꾸미고는 다녔어요.
그래봣자 남자친구를 만날 당시 키 156에 67~8나갔으니 누가봐도 돼지였어요. 
제가 어떻게 남자친구를 만났을까요. 22살에 저랑 비슷한 친구랑 동네에 있는 고기집가서 밥먹고있었어요.신나게 먹어댔죠. 무한리필집이니. 중간에 남자친구 될 사람이 들어온지도 모르고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어떤 남자가 저랑 제 친구가 있는 테이블로 왔어요. 그러고는 저한테 번호를 물어봤어요.
세상에. 말도 안돼. 지금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것 같아.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고 짧은 시간 동안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남자친구는 엄청 꽃미남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가 봤을 때는 괜찮아 보였고 키는 175정도 되었어요.뚱뚱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은 그 뭐랄까 건장한 청년의 표본?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어? 뭐지? 게임에서 졌나? 장난치는 건가? 영업하는 사람인가? 내가 뭘 잘못한건가? 그 때 당시 남자친구가 했던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아직도 기억나요.
'제가 그쪽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혹시 시간되실 때 밥 한 번 사드릴 수 있을까요?' 였어요.
그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홀린 듯이 아 예에... 하고 번호를 줬어요.
번호를 줄 때는 게임에서 진 사람 구제나 해준다는 생각으로 기대 안했어요. 아니, 기대 안한 척 했어요. 기대 하다가 연락이 안 오면 그건 새로운 형식의 상처가 될 것 같았어요. 돼지로 살아오면서 많은 형식의 상처를 받아봤지만 번호를 따여본 건 처음이라 번호를 줬는데 연락이 안 오는건새로운 형식이었거든요.
번호를 드리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하고는 자기 테이블로 돌아갔어요. 저랑 친구는 거의 다 먹기도 했고 뭔가 민망해서 얼마 안되서 바로 나왔어요. 
집에 돌아가서는 엄청 기대했습니다. 겉으로는 티 안내면서요. 좀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길래 혼자 실망했다가아니지 들어온 지 얼마 안됐으니까 아직 식사중이겠구나 했다가... 역시 게임에서 진 거였나 보다 하다가도밥먹고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갔을 수도 있지 하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아주.
그러다가 일단 씻어야겠다 하고 샤워하고 나오니까 톡이 와 있었어요. 톡이 왔다는 그 표시 보고 뭔 심장이그렇게 뛰었는지...
톡을 보니까 그 남자한테 연락이 와있었어요. 아까 연락드린 사람인데 친구분이랑 식사 하는데 곤란하게 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 하구요....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말 듣고 아 역시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아.. 네딱 이렇게 보냈거든요. 근데 1이 바로 사라지더니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식사 한 번 같이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라고 온 거에요.
그런식으로 남친이랑 만나게 됐어요. 남자친구는 밤에 동네 공원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했어요.어디냐고 물어보거나 뭐하냐고 물어보면 공원에서 산책 하고 있어 라고 답이 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남친 따라서 저도 산책을 자주 하게 됐어요. 원래 움직이는 거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남친이 있어서 그냥 좋았어요.
엄마는 운동 안하냐고 구박 많이 했는데 남친은 저한테 한 번도 운동하라고 한 적 없거든요.나 산책하는데 너도 올래? 이런 식으로 말을 한 적은 많아도요. 제가 오늘은 별로다라고 하면 더 이상 안 물어봤어요.
쨌든 남자친구는 정말 잘해줬어요. 나이는 24살이었고 대학은 안 갔고 군대는 전역했고 IT계열 쪽에서일하던 사람이었어요. 예쁘다는 말을 정말 자주 해줬고 항상 배려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수시로 안아주고 예쁘다고 말해주고 귀엽다고 해주고 뭔가 진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저도 남자친구가 좋았어요. 밤에 조용한 공원 둘이 산책하면서 얘기하는 게 진짜 좋았어요. 솔직히 처음엔 저 운동시키려고 산책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저랑 얘기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대요.
그렇게 산책 빈도 수가 점점 많아지다가 거의 매일 산책을 하게 됐어요. 오히려 제가 먼저 나가자고 한 적도 있었어요. 집이 같은 동네다 보니까 만나고 싶을 때 바로 만날 수 있었거든요.산책도 많이 하고 데이트 한답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내숭도 떤다면서 덜 먹고 남친한테 예뻐보이고싶고 하니까 안하던 다이어트도 하게 되고 운동도 하게되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3~4개월? 되니까 진짜 살이 꽤 빠졌어요. 67~8 왔다갔다 했었는데 62까지 빠졌어요. 주변에서 살 빠지니까 이쁘다 라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도 좋고 남친도 직접적인 말은 안해도 더 좋아했을거에요제가 보기에도 제가 뭔가 점점 더 예뻐지니까 좋더라구요.
문제는 이쯤부터에요. 하 멍청한 년...제가 알바하던 곳이 있었어요. 치킨집 서빙이었는데 좀 큰 데여서 여자 3 남자 2 총 5명이 서빙이었거든요.그 중 되게 잘생긴 편인 오빠가 한 명 있었어요. 근데.... 제가 하 미친년미친년미친녀너안멀ㅇ 살 좀 빠지니까 역같은 자신감이 생겨서 갑자기 이 오빠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__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 생각 짧은 년 
이 오빠도 요즘 저 대하는 거 보니까 그때 당시에는 되게 친절하고 장난도 잘 쳐줘서 꽤나 친했거든요. 충분히 사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다보니까 남친한테 좀 정이 덜 갔어요. 아 미친년 ____ 멍청한녀 ㄴ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도 제 스스로가 너무 짜증나고 한심하고 멍청해서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제 남친에 대한 제 태도는 점점 차가워지는데 남친은 하염없이 잘해줬어요. 그 때는 그게 싫었어요. 이 남자는 눈에 띄게 내 태도가 다른데도 왜 계속 잘해주지? 어떤 느낌이 없나? 막 이런 개같은 생각하면서요언젠가부터는 남친이 데려다준대도 오빠 피곤하니까 그냥 가 괜찮아 이러고 그냥 오기도 하고 하여튼 진짜 개 멍청한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오 ㅁ사빗ㅂ라ㅓㅁ라
그러다가 일이 터졌어요. 아니 사실 무슨 일이랄만한 게 아니었어요. 남친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다가 제 대답이 짧고 태도가 별로니까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저한테 물었어요 평소 성격 생각해보면참다참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물어본 걸 거에요.
OO아 요즘 많이 피곤하지? 알바도 힘들고 어? 갑자기 왜?그냥... 요즘 많이 피곤해보여서 
남친은 이렇게 말하고는 살짝 웃었어요. 제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막 조심하는 것 같았어요. 전 그런 남친보면서 제가 막 죄짓는 느낌이 들어서 거기서 그냥 우리 그만 만날까라고 말해버렸어요 오 세상 똥보다 멍청한년 하 __ 진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봐요.남친은 왜? 라고 했고 저는 '그냥 별로 만나고 싶지가 않다 뭔가' 이런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얼버무렸죠근데 이 남자는 끝까지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말하면서 되게 슬픈 표정으로 웃었어요. 데이트 할 때 항상 듣던 말이었어요. 항상 너가 하고 싶은 거 하자 제가 이렇게 할까? 하면 그러자. 좋다.이런 말을 항상 했거든요. 
모르겠어 이 때는 이 슬픈 표정이 너무 꼴보기가 싫었어 죄짓는 느낌이 더 들고 내가 나쁜년이 된 느낌이고 아니 난 나쁜년맞지 __ 그래서 제가 너무 나쁜년이어서 그 말 듣고는 그냥 그 자리에서 나와버렸어요 남친 그 표정이 머릿속에 아직도 남아있어요. 무슨 영화 남주인공 같은 아련한 표정, 웃고 있는데 슬픈 표정 
그 일이 있고나서 남친은 다시는 연락 안했어요. 제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하지 말라면 안 하는 사람이었으니까며칠 뒤 전 같이 일하던 그 잘생긴 오빠한테 대시했어요. 평소처럼 장난치다가 둘이 남아있을 때 말했어요 만나보자고 
그 말을 들은 그 오빠 표정은 완전 그냥 ????? 자체였어요. 이게 뭔 개소린가 하는 그런 표정 약간 어이 없는듯한웃음, 허탈한 웃음 지으면서 너 좋은 동생인데 여자친구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그 오빠가 하는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약간 철렁하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띵하고 깨달음이 밀려왔어요 아, 나는 살이 좀 빠졌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 기준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돼지인 여자구나 남친 만나기 전보다는 덜 돼지인 그냥 돼지년인거구나 아니 신발 생각해보니까 난 여전히 키 156 짜리몽땅에몸무게는 60이 넘는데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사람한테 대시를 한거지? 난 그냥 살 좀 빠진 돼지잖아
알바는 그러고나서 그만뒀어요. 하 그러고나니까 정신이 들었어요. 내가 미친짓을 했구나 지금까지 마냥 나 좋아해주던 사람한테 엄청난 잘못을 했구나. 내가 이렇게 멍청하구나 생각이 짧구나 이렇게 이기적이구나따지고 보면 살 빠진 것도 그 사람 덕분인데 아니 그런 거 다 떠나서 진짜 부모님한테서도 못 느껴본 느낌을 받게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 옷 에쁘냐고 물어보면 진심 가득 담아서 넌 뭘 입어도 예쁜데라고 말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자기는 회사에서더 힘들었을 텐데도 7시간 알바하는 내 투정 다 받아주던 사람이었는데 앞으로 살면서 이런 사람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엄청나게 들었어요. 지금 글쓰고 있는데 눈물이 나요 너무 화나고 너무 미안해서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도 할 수가 없었어요 친한 친구한테도 이런 멍청한 짓거리를 말할수가 없었어요 익명의 이름을 빌려서 물어볼게요
뭘 해야, 뭐라고 해야 제가 남친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너무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 사과조차 못하겠어요. 제가 너무 쪽팔려서 남의 계정 빌려다가 쓰네요.이 남자 꼭 다시 잡고 싶어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잡고 싶을 만큼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쳐도 이런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욕해도 좋아요 저 욕 처먹어도 싼년이에요. 멍청한 거 맞고 생각도 짧아요 근데 그렇게 욕하고나서 어떻게 해야될지좀 알려주세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진짜 제발제발베잡라제발베잡ㄹ제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