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무살을 다 바친 당신에게

21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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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스무살의 시작과 함께 먼저 다가온 당신에게 의심반 확신반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그렇게 만나온지 일년을 조금 앞두고 있네요.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내 이십대와 함께 다가온 당신은 지금 껏 내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줬어요.
가슴 벅차게 설레이던 첫 데이트나 처음으로 내게 입맞춤한 날들도, 당신에게 고백을 받고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던 그 날들도 어느새 그때로부터 일년이 되어가네요.
또래들 사이에 보기 드문 다섯살이라는 나이차이에 당신은 내게 많이 아껴주겠다고, 어린애인 나랑 싸워서 뭐하겠냐고, 무언가 변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때 했던 약속과 다짐들은 변치 않겠다고 내게 말했던 날들.
근 일년간 가장 많이 붙잡고 있었던 날들이에요.
혼자 닳고 닳도록 되새겼던 날들이에요.
그래서인지 너무 오래 돌려 빛바랜 필름처럼
많이 닳아버렸나봐요. 조금씩 흐릿해졌는지 드문드문 기억이 나질 않아요.
당신에게 걸맞는 사람이 되려고 어른스러운 척을 너무 많이 했던걸까요. 나는 아직 그때의 나인데 당신에게 그런건 보이지 않게된지 좀 된거겠죠. 더는 이런 내 마음을, 내 상황을 말할 친구들도 의지할 사람 조차 없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이 곳에 적는것밖에 할수 있는게 없을 정도로 나는 이 연애에, 우리에게 모든걸 버릴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근래 당신에게 가장 바랐던 내 소원은 그저 나를 여자친구처럼, 우리 그때 그날들처럼만 바라봐줬으면 한다는것밖에 없었고, 그것조차 노력이 필요하고 벅찬 상황이 내 현실이라는
것에 하루에도 몇번씩 무너지곤 한답니다.
사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오래오래 삼키고 삭혀 가슴 속에 응어리지다 못해 넘쳐 흐르는 물처럼 너무나도 많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조차 어떻게든 간추리고 간추려 당신이 납득 할 수 있을만한 정도의 말들만 적고 있는건 아직도 내가 다 큰 어른의 행세를 하고 싶어서일까요.
실은 나 하나도 괜찮지 않아요. 너무 아프고 힘들어요.
나 아직 그대로에요. 아직 속은 어린아이였던 그때 그대로에요. 아직은 가끔식 당신 앞에서 아이처럼 투정 부리고 엉엉 울고 싶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조차 갑옷을 벗고 진정 나일수 없다는게 너무 서러워요.
여자로써 진심으로 행복해서 웃어보았던 날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오늘 역시 당신에게서 또 한번의 다짐과 약속이 있었지만, 나는 더이상 이 가시밭길 위에 서 있을 힘 조차 남아있지 않나봐요. 여러번의 헤어짐과 재회를 거듭했던 우리지만, 이제는 내가 우리를 정말로 놓을때가 온거겠죠.
원래 다 이렇게 아프게 배우는거겠죠.
어릴때부터 또래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들이 일상이였던 나니까 이것도 어떻게든 잘 헤쳐나갈 수 있겠죠.
그런데 매번 우리 그때의 흐릿한 기억들이 나를 울리고 놓아주질 않네요. 이제는 너무 자주 꺼내보아서 닳아버린 그때 그날들이 아직도 너무 아른거리는걸요.
나는 그때의 당신도 지금의 당신도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정말로 조금씩 놓아보려고 할게요.
어린 마음에 나름 순수했던 그 시절, 지금까지 내 모든걸 바쳤던 이 연애와 우리,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예쁘게 보존하여 기억할수 있도록, 이제는 온힘을 다해 피가 나도록 잡고 있던 밧줄과, 우리의 추억들도 조금씩 내려놓고 하나씩 비울게요.
오늘부터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