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지랖 넓은 시누이인가요?

ㅇㅇ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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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가족과 진탕 싸우고 홧김에 술한잔을 하고도 분이 안풀려서 조언 얻고자 글씁니다.

저는 제 밑으로 2살 어린 남동생이 하나. 나이차이가 꽤 되는 남동생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집안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저희집은 어릴적부터 남녀차별이란것이 전혀 없던 집안이라 딸이라고 숙이고 하는 집안은 아니고 오히려 부모님이 누나, 형한테 대들면 꾸지람을 하는 집안인 점을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살면서 딱히 부모님 속 썩였던 기억은 없습니다. 하라는 공부 열심히 했고 취직도 운좋게 일찍 됐으며, 첫 직장을 잘잡아 오랜 시간 일하며 나름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며, 잘나지는 않아도 어디가서 부모님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삶을 살았습니다.

문제는 두살 어린 남동생인데 사고를 쳐서 결혼을 했고. 결혼후 이렇다할 취직을 하지 못해서 부모님의 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 또한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부모님과 살고 있는지라 동생네와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마주치는데, 그간 쌓였던것이 오늘 터졌네요.

저는 남동생이 처음 부모님의 가게일을 한다고 했을때부터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부모님의 가게는 부모님이 오랜 시간 일궈오며 나름 상권에서 유명한 맛집입니다. 그간 그 가게로 자식들을 씻기고 입히고 재우며 키워오셨으니 제게도 나름 소중한 부모님의 생업입니다.
남동생이요. 놀기만 잘하지 뭐 하나 진득하게 해본적 없는 놈팽이인데다가. 제 처자식 위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이 맛있는건 제 입에 쳐넣으면 다인줄 아는 놈입니다. 당연히 일도 건성으로 배우니 눈에 찰리가 없습니다.

남의집 소중한 딸 덜컥 임신시켜놓고 데려왔을때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는지. 저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올케 나이가 스물이었네요.. 갓 스무살 된 아이가 뭘 안다고 덜컥 임신을 해서 데려왔을적에 어찌나 화가 났는지 당장 남동생 콱 죽여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일 어쩌겠나 싶어. 부모님이 집도 해주시고 결혼까지 어찌어찌 시켜놨습니다. 예.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그놈이 문제였지요. 종종 남동생식구가 집에 오면 들어오는 순간부터 올케가 주눅든 얼굴로 들어섭니다. 앉아서 쉬라고 얘기를 해도 저랑 엄마가 일하고 있으면 착 달라붙어 같이 일을합니다. 다 했으니 가서 쉬라는 말에 올케가 좀 앉을라치면 남동생이 되려 화를 내요. 누나랑 엄마 일하는데 앉아서 논다고

언제부터 그렇게 대단한 효자였는지. 학창시절부터 부모님이 학교에 몇번이나 불려갔는지 셀수도 없고 속썩인거 한두해 아니었던놈이 결혼을 하니 효자가 됩디다. 그렇게 효도 하고싶었으면 진즉 속이나 썩이지 말지..

말도 툭툭 던져요. 가족들 앞에서 야 너 거리면서 툭하면 삿대질에 부모님 앞에서도 그러는데 집에가면 어떨지 안봐도 훤해서 인상이 팍 써집니다. 너 말 그렇게 하는거 아니다 하고 한마디하면 그것도 잠깐 언제 그랬냐는둥 다시 너너 거리고요.

주말에 저는 한가합니다. 애인도 없고 취미라고는 그냥 가끔 기분 전환 삼아 가는 여행이 전부인지라 주말에 한가해요.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애키우랴 집안일 하랴 고생할 올케가 안쓰러워 종종 조카도 봐주고 친구랑 커피한잔 먹고와라 용돈 쥐어서 내보냅니다. 그렇다고 오래 놀다 오는것도 아니에요. 낮에 나가서 저녁되기도 전에 집에 들어와요. 간만에 놀다와서 좋은지 얼굴 훤해진거 보면 제가 기분 좋아서 종종 봐줍니다.

올케 붙임성도 좋고 살가운 성격에 자식까지 있는 엄마인데 아직도 제 눈에는 어려요. 그 나이에 나가서 놀고 싶을텐데. 아기보고 집에 있는것보다 나가 노는게 더 좋을 나이일텐데. 그 나이대에 제가 놀았던것 생각하면 늘 마음이 쓰여서 어디 가서도 뭐 하나 사다주게 되는데. 뭐라도 가져다 주면 어찌나 고마워 하는지 뿌듯해서 뭐라도 하나 더 쥐어주고 싶어요.

부모님한테도 싹싹하게 잘하고요. 말도 참 예쁘게 합니다. 십만원짜리 옷을 입으면 백만원짜리 같이 보이고. 별것 아닌 꽃다발 하나에도 밥먹는 내내 몇번이고 고맙다고 그래요. 그런 올케입니다 우리 올케가.

여동생이 없어서 항상 아쉬웠는데 무뚝뚝한 남동생들 보다가 올케 보니 여동생 생긴것같아서 저는 좋습니다. 주말에 맛집도 가고 마사지도 받고 종종 놀러나갑니다. 올케랑 조카데리고 놀다 집에 데려다주는길 남동생 얼굴 잠깐 보러 가러 들르면 입이 불퉁하게 나와있습니다. 헛바람 든대요.

헛바람이라. 참 황당한 얘기지요? 이십대 학생들은 더 하고 놉니다.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거 먹고 잔뜩 수다 떨면서요. 올케는 도둑놈같은 동생 때문에 스무살에 시집와서 그런 재미 못느껴 보고 살았을텐데.. 지가 못해주니 나라도 해주고 싶은게 헛바람이라고 합디다.

니가 잘하면 내가 하겠냐 하니 찍소리도 못해요. 누나는 무섭거든요. 만만한 와이프한테는 큰소리 잘도 치면서 누나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놈이 제 동생입니다. 제가 올케를 못살게 굴었어도 찍소리도 못했을 놈이 제 동생이라는 얘기지요.

며칠 전 올케한테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주말에 혹시 조카를 봐줄수 있냐는 부탁이었어요. 무슨일이냐 물으니. 오래 알고 지낸 친구중 한명이 결혼을 하는데 결혼 전에 친구들끼리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는데. 혹시 시간이 되면 부탁드릴수 있겠냐 물었어요. (올케는 친정어머니가 안계시고 형제 자매도 없습니다.)

흔쾌히 알겠다고 했습니다. 금요일에 퇴근후 조카를 데리러 갈테니 조카 짐만 챙겨달라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퇴근 후 집에서 쉬고있는데 올케한테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여행 문제로 동생과 싸웠다는 얘기에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동생이 안된다며 화를 내고 올케도 처음으로 큰소리 내어 싸우던 도중 남동생이 홧김에 물건도 집어던지고 했다는 얘기에 (이전에는 그런적 없다고 했네요) 조카를 집에 맡겨놓고 당장 동생 집으로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남동생하고 대판 했어요. 올케 데리고 집 들어가니 삿대질 하면서 화를 내고 욕설도 서슴없이 하더군요. 누나가 바람 넣고 다니더니 자식도 있는 여자가 외박을 하려한다. 하며 날뛰기에 좋게 타일러 보려고 했습니다.

절대 안된다며 누나가 왜 참견을 하냐. 내 가정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 하며 난리를 피길래 저도 쌍소리를 했습니다. 니가 한게 뭐가 있냐. 능력하나 쥐뿔없는 새끼가 부끄러운줄 모르고 처자식 고생시키고 부모님 가게 얹혀서 일하는 주제에 사람이면 사람답게 굴어라.

그간 쌓였던 얘기들 한번에 터트렸더니 고함을치고 언성을 높히고 오지랖 부리지마라. 남의 가정사 신경쓰지마라. 시누이가 왜 오지랖을 부리냐. 삼십분을 넘게 싸우다 올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화가 삭혀지지않아 올케와 한잔 했습니다. 그간 털어놓지 못한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더군요. 그간 남동생과 살아온 날들. 힘들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카 때문에, 또 살뜰이 챙겨주는 엄마때문에. 언니같은 저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가끔 너무 서러울때가 있었다는데 왜 안그러겠습니까.. 제 3자인 제가 봐도 화가 날때가 많은데요..

내가 참 미안했습니다. 못난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 올케가 너무 마음 아파서요. 이혼하고 싶냐 물으니 그건 아니래요. 미워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대요. 조카때문에라도 이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데. 참 모르겠습니다. 남동생 말대로 제가 너무 오지랖을 부리는건지.. 괜히 남의 가정에 오지랖 부려서 부부 사이를 틀어놓는건 아닌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자란 동생 못난놈 동생둔 누나인것이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올케가 제 친동생같아요 저는. 그냥 한없이 잘해주고 싶은 마음. 동생이 정신좀 차렸으면 하는 마음.. 온갖 생각이 다 들어 아직까지 잠 못이루고 있는데. 제가 어떡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