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억난다.

ㅇㅇ2019.01.26
조회1,269
오늘도 생각이 나네. 아니, 생각 안 나는 날이 더 적을 거야.
자산 없고 빚 많아서 돈 안 모으면 위험한 집안인데 결혼비용이랍시고 딸랑 300 모아놓고데이트비용이랑 교통비용은 내가 다 냈더니 너는 그 돈으로 엄마랑 해외여행가고 아이돌 팬질했지.네가 그런 삶을 살 동안, 난 여행 갈 돈도 시간도 없었어.
그렇게 놀다가 석사도 못 따게 됐으니 공무원 시험 친다고 결혼 무기한 연기라고 드러누웠지.석사도 제대로 못 딴 사람이 5급 일반행정이 잘 될까? 단언컨대 석사가 훨씬 쉬워.그리고 그 전에, 그렇게 불성실한 모습은 다 보여 놓고 왜 믿지 않냐고 닦달했지?네가 석사를 실패한 건 용서할 수 있었으나, 그 과정의 불성실함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어.
그리고 넌 한 마디도 내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지. 면상 두꺼워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덕분에 명언 몇 개 건지게 해 줘서 고맙다. 아직도 논리가 찰져서 피식피식 웃는다."내가 딴짓하느라 졸업 못 한 게 아니라, 적응 못해서 딴짓한 거야""내가 이제 직장 잡으면 내 동갑들 과장 다는데, 내가 걔네들 밑에서 어떻게 일해?"특히 두번째 문장, 내 지인들이 정말 좋아하는지 듣고 나면 머리 쥐어뜯으며 술값 내 주더라.
네깟 년 뒷바라지하겠다고 내가 내 커리어 포기하고 직장 잡았던 게 후회스러운 밤이다.아니, 드러누울 거면 솔직히 내가 받은 오퍼에 잉크는 마르고 나서 드러누워야 할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