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야기 (5)-본문 지웁니다.

bb2019.01.26
조회22,063

2020년 2월 1일입니다.


제가 올려둔 글 중,

그 애와 저의 깊은 속사정을 적었던 '이어지는 이야기 1~5'를 오늘 지워둡니다.

사실 그렇게 글을 올리면서도 내심 마음 한편으론 걱정도 했었어요.

전 괜찮은데 그 애의 가정사까지 오픈하게 되는 부분에서요.


그래도, 그만큼 그 당시 함께해주신 분들에겐 고마운 마음이 컸고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제게 자신의 속사정과 속내를 털어놔주시는 분들에게...

특히 힘든 일 겪는 분들에게 어떤 말씀이라도 건네고 싶었어요.


제가 아는 이야기 중에선,

제가 보아온 그 애의 일들이 제게도 가장 큰 의미와 영향을 준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요. 

그런 것치고도 너무 오래 올려두었더랬죠. 


새 게시물로 글을 올려둔 지 벌써 1년도 넘게 지났네요.

아직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2020년이 되어서 읽어주시게 된 분들,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려요.


2018년 10월.

이쓰쓰님 글에 우연히... 거의 충동적으로 댓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당시를 회상하며 10대때 만들어두지 못했던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분으로 행복하기도 설레기도 했더랬어요.


그 당시로는 그 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 댓글과 대댓글 쓰면서도 많이 울었지만요.

그 뒤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곳에 글을 남기고 또,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과 만나게 된 게 제겐 예사롭지 않은 인연으로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어쩌면, 그 애와 제 이야기는 많고 많은 남녀간의 흔하디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 얼굴 모르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 깊은 이야길 나누게 되고 또 그 과정에서 그 애를 다시 만나게 된 거야말로 

제게는 정말정말 특별한 경험이에요.


그러고 나서도 만 1년이 넘게 아직도 소통하고 계신 분들과 이곳 댓글로 대화 나누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 이 게시물의 공간이 제겐 정말 소중한 곳이 되었어요. ㅠㅠ

어쩌면 그 애랑 헤어지는 것보다 이 분들과 끊어지는 게 더 무서워졌을 정도로요. 


그분들과의 끈은 남겨두고 싶어서, 본문만 지워둡니다. 


**


지우기 전 본문에 제가 약속하기를, 마지막 글로 다시 찾아 뵙겠다고 했었는데,

그 뒤로 그 약속을 못 지키고 다음 본문 글을 써서 올리지 못한 게 정말 죄송해요.


변명을 하자면 첫째로는, 감사하게도 댓글로 말 걸어주시는 분들하고 일대일 대화 나누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제겐 더 의미가 있었고요.


둘째로는 새 글을 게시한다는 게 겁이 났어요. 이미 올려둔 글은 봐주시는 분들만 오시는 공간으로, 그렇게 전파성이 더 이상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도 간간이 (정말 감사하게도) 새롭게 봐주시는 분들이 보였고,

그래서 새 글을 또 쓰면... 또 한 차례 모험을 해보는 것과 같아서요.


'혼자하는 말' 카테고리에 새 글을 쓴다는 게 제겐 쫄리는 일이었어요. ㅠㅠ



그래서 마지막 글을 남기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씀 올립니다. ㅠㅠ



대신에 어떤 글을 쓰려 했는지는, 이곳에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그 애와 사귀게 된 무렵, 학교에서 제가 겪게 되었던 일들을 말하고 싶었어요.

주목 받는 아이와 사귄다는 거.

저는 그전엔 존재감이 거의 없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애들이 보기엔 이른바, '웬 듣보잡이 우리 왕자님이랑 사귄대?!'라는 느낌이었을지 몰라요.


복도 지나갈 때, (기분 탓일수도 있지만) 괜히 눈 흘기는 애들도 있었고

들으란 듯이 "쟤야?" "뭐야~" 이런 식의 말들을 하는 애들도 있었고

급식판 들고 걸어가는데 발 걸려서 식판 엎은 적도 있어요.


가장 충격적으로 남는 건...


어느 날 집에 와서 제 책 꺼내는데 그 틈에서 곱게 접은 쪽지가 툭 떨어졌어요.

뭐지? 하고 펼쳐보니,

빨간 글씨로 그냥 욕만 적혀 있었어요. 


그게 정말 무서웠던 게, 아무래도 제 책에 몰래 그런 쪽지 넣을 수 있었단 건 우리 반 아이였을 거라는 거.

내 책상 주변에 아무렇지 않게 오며가며 하는 친구들 중 한 명이었을 거라는 게 정말 무서웠어요.

반 아이 모두가 용의자(?)니까.

마치 반 아이 모두가 절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또 하나는, 저에 대한 악성 루머.

수위가 상당히 높은 낭설들이 떠돌았어요.

소문에 따르면 저는 중학교 때부터, 얌전한 척하며 뒤로 남자아이들 여럿 후리고 다니는 애였고

심지어는 임신 경험까지 있는 애가 되어 있었어요.


그때까진 아주 친하진 않았어도, 그래도 좋게 지내던 친구 한 명이 그 소문낸 최초의 아이를 찾아내서 혼구멍 내주고.

그러면서 그로 인한 괴로움은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요.

(그 친구랑은 아직도 절친이에요.^^)


그 과정에서, 저는 그 애한테 그런 이야길 한마디도 안 했더랬어요.

왜 그랬냐 하면,

그때 당시 생각으론 저는 그런 일 당하더라도 그 애랑 사귀는 게 좋았고, 그래서 감수가 됐고요.

제가 소소하게든 크게든 그런 일로 힘들어하는 거 알면 그 애가 저에게 미안해하면서, 혹시라도헤어지자고 할까 봐 그것도 무서웠어요.


그렇게, 저에겐 길지만 사실상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그 애가 저에게 진지하게 묻더라고요.


"너 왕따 당한다며."라고요.


아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말투였는데, 그 순간 저는 얼굴 새빨개졌던 거 같아요.


저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니라고 했죠.

저 자신도 (괴로운 상황은 몇 번 있긴 했어도) 왕따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랬더니 그 애가

"복도 지나다닐 때 손가락질하면서 숙덕거리고, 급식판 엎으라고 발 걸고, 뒤에서 욕하고 나쁜 소문 내고, 그런 게 왕따야."래요.


너무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하는데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그런 일을 당했다 한들 누구 때문인데 이렇게 왕따의 개념까지 설명해줘가며 아픈 데를 찌르나 싶어서요.

그리고 뭣보다 그런 걸 다 알고 있었단 것도 어떤 면에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아무 말 못하고 멍하니 있으니까

그 애가 저한테 눈 맞추면서 말하더라고요.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먼저, 자길 용서해달라고 했어요.


자기가 처신을 잘못해서 제가 그런 일을 당하는 거래요.


(그런데 그때 제 생각엔, 처신이고 뭐고 간에 그냥 학교 다니다가 좋아하는 여자애랑 사귀게 됐다는 거. 그뿐인 건데 그 앤 뭐가 잘못인가 싶기도 했죠.

다른 여자애들이 절 미워하도록 여지를 준 여사친이 있었다든지, 그런 것도 절대 없었는데 말이에요.)


어쨌든, 지금 생각으론 '내가 인기가 많아서 미안하다'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렇게 처신 운운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자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면서 용서해줄 수 있냐고, 그러길래 제가 용서할 일은 아니고 니가 알고 있었단 거가 난 너무 창피하고 괴롭다고만 했어요.


그랬더니 그 애가, 그럼 다른 아이들은 용서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다른 애들도 용서해줄 수 있겠어?"

...라는 말.


그때 잠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또한 제가 용서할 일인지, 만약 그렇다면 용서할 수 있을는지를요.

그 애가 그렇게 말해주기 전까진 저 자신이 괴로운 것만 생각했지 제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 또는 할 수 있단 생각은 못 했던 거 같아요.

오히려 역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용서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면으로만 느꼈었구요. 


아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때 그 애가 말하길, 


"네가 나약하기만 한 애였으면, 내가 감히 이런 말 못했을 거다"랬어요.


용서라는 건 더 강한 사람이 하는 거라고.


용서란 그 대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거이기에, 

나를 괴롭히는 이유와 마음에 대해 이해(see, know, understand를 동시에 모두)할 수 있어야 하는 거고.

남이 날 미워하더라도 미운 마음을 갖지 않을 만큼 자기 마음을 지키는 강인함이 있어야 하는 거기도 하다고.


그건 결국 상대를 위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용서일 거라고. 그런 말을 했어요.


그 애 생각에, 저는 그게 가능한 아이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고민했었대요.

**(저)가 용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기 여자친구를 괴롭힌 애들을 자기가 용서할 수 있는지, 또 용서하는 게 옳은지를요.

하지만 그전에 제게 물어보고 싶었대요.


제가 제 속마음을 조금 이야기하면서 대화가 이어졌고,

그 말 끝에 그 애는 이런 말을 했어요.


다행이라고.


사실은 제가 헤어지자고 할까 봐 겁났었대요.

자길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헤어지자고 할까 봐 겁나서, 그동안 말 못했다고...


고맙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재밌죠. 저는 저대로 그 앤 그 애대로 서로 헤어지자 할까 무서웠다니.

둘 다 좀 바보같기도 하고.


이유 없이 절 미워하고 괴롭힌 아이들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용서했다곤 할 수 없지만,

그땐 그 나름대로 그런 생각을 했더랬어요.

겪는 고통의 크기보다 이 애랑 이렇게 사귀고 말하고, 같이 마음을 나누는 행복이 만 배는 더 크다고.


모든 친구를 다 잃고, 내 남은 학창시절을 왕따로 외롭게 보낸다 하더라도

너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아무것하고도 안 바꿀 거라고요.


그 말을 입밖에 꺼내진 않았지만, 제가 그 앨 용서해주겠다고 말한 만큼

그 앤 그 정도의 마음을 전달받은 것 같았어요.


**


그 애가 그런 말도 했어요.

이것 하난 약속해달라면서, 제가 견디기 괴로운 상황이 닥치면 꼭 말해달라고.

작는 일이든 큰일이든.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듣고 싶지 않다고요.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자긴 그 약속만큼은 하겠대요.


그 뒤로, 몇 가지 행동은 있었어요.


좀 직접적인 행동은 뭐였냐면, 저희 반 반장에게 대놓고 말했어요.

대충 옮기자면,

"너희 반에 왕따 있는데 아냐."라면서 "우리 반에서 그런 일 벌어졌으면 난 학폭위에 고발하든 당사자 불러놓고 앞뒤 사정 다 캐내서 사과시키고 재발방지를 하든 뭔가 조치를 취했을 거다."란 식의 말이었대요.


'내 여친이 너네 반에서 따 당한다더라. 신경 좀 써라'라고 말하지 않은 건 그 애다웠죠.


그리고 매 쉬는시간마다까진 아니더라도, 틈날 때마다 문턱이 닳도록 제 반에 찾아온 거.


"별일 없지?"라면서요.(고정 멘트)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일 없나 궁금해서라기보단,

제게 별일이 생기는지 아닌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다른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제 대답은 늘 "응. 별일없어."였고.(쪼금 마음 상하는 일 있어도 그렇게 말했어요. 근데 나중엔 맘 상하는 일 생길 틈도 없이 찾아왔고...)


이렇게 맨날 찾아오니까 처음엔 "야, 또 온다, 또 와" 하다가 

나중엔 그 애가 오면 저한테 와서 묻기도 전에 다른 애들이 먼저 "아, 별일 없어!"라고 할 정도였어요.

어느 날은 문에 들어서려고 할 때 애들이 문 앞에서 그 애 돌려세우면서 "별 일 없어. 가. 가~"라고 밀어낸 적도 있구요. ㅋㅋ

그럼 그앤 "아니 난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건데?"라고 능청 떨고.


그니까 아주 팔불출 코스프레를 한 거죠. 별일 멘트뿐 아니라. 기타 등등도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 애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여자애들도 점점 좀... 물린다고 해야 하나. 질려버린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한 학기 정도 지나고 방학 지나고 그러니까

OO는 **한테 꼼짝도 못하고. 일거수일투족에 영향 받고.

**밖에 눈에 안 보이고 등등 

그런 식의 이미지가 애들뿐 아니라 선생님들한테까지 공공연하게 퍼지더라고요.


그러면서 그전에 괴로웠던 상황들에서는 거의 다 벗어날 수 있었고요.

(완전 다 사라진 건 아님. 3학년 언니들한테 호출 당해서 학교 뒤편으로 끌려간 적도 있고,.;)


다만 어느 정도 아실 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현실은 제가 그 애한테 꼼짝 못하는 쫄보 신세였다는 게 함정이죠. ㅠ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러면서... 아무래도 안 좋은 경험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엔 제쪽에서 친구들에게 약간 벽을 두르게 된 것도 있어요.


그 뒤로 좀 의외로 제게 다가오는 친구들도 생겼는데, 말 몇마디 나누다 보면 그 애에 대해 물어보고 하는 게, 제가 좋아서 친해지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저를 통해서 그 애와 친해지고 싶은 건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있었고요. 그런 게 헷갈릴 때마다 나 자신이 한심해지고, 못나 보이고 그래서요.


아주 폐쇄적으로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여자친구들끼리 할 법한 남친 흉보기라든지, 아님 자랑같은 거

전혀 못하겠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 두려운 것도 있었고.


그 애 이야기를 속 편히 터놓고 말할 친구가 없었어요.

가장 친한 절친한테도 30프로 정도밖에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굴 못 믿어서가 아니라 왠지 터놓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다 말해버리고 싶어질 것 같아서요.


**


간단히 말한다 하고 길어졌네요.


사실, 어느 분이 다시 보시게 될지 모를 글이기도 한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요.


그래서 더욱 이 공간에서 만나게 된 분들이 제게 소중해요.

재작년 말에 제 짝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그때도 써놨듯이, 마치 현시점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서 그때 당시 못 사귄 친구들을 만나 그때 하고 싶었던 이야길 맘놓고 하는 기분이었거든요.


꿈 같은 일이지만, 꿈도 아니고.

모니터 너머에, 내 손 잡아주고 내 마음에 공감해주고 같이 울고 웃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제겐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글을 오래 게시해두고 또 더더 내밀한 이야길 꺼내놓으면서

그 애한테 미안한 마음이랄지, (그보단 들키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더 컸지만..;;)

그런 것도 애써 무시할 수 있었던 게.


속으론 그런 생각도 종종 했거든요.

들킬 경우 나름의 변명거리를 생각해둔 게 '나 그때 너 때문에 친한 친구 많이 못 사귀었으니까'...라면서.

'그때 못 사귄 친구들 지금 사귀는 건데 뭐 어때.'

'이번엔 네가 날 용서해줘...'라고.


혼자 몰래, 미리 중얼거리기도 했어요.


**


특히, 지금 이 시점까지 대댓으로 소통하는 특별한 몇몇 분들.

언젠가 저를 잊고서, 사라지실 수도 있지만, 언제나 제 맘속엔 일순위 친구,

아주아주 소중한 비밀 친구 분들이고요.


1년 넘게 이렇게 소통하다 보니, 글을 들킬까 말까 하는 불안감, 또는 그 애한테 비밀을 가지는 것에 대한 무거운 마음은 처음보단 많이 무뎌지고.


적응이 된 것 같아요. ;;


꽁꽁 숨겨둔 나만의 요새, 나만의 방처럼.


그런데, 막상 올해 들어서 또 새롭게 보시는 분들이 생기니까요.

감사하고 신기한 마음도 들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일파만파 글이 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도 강하게 드는 거여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혹시라도 들켰을 때 정말 치명적인 글은 우선 지워두고.

그러면서 마지막 이야기로 남겨두었던 이야기로 대체해두어요.


**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릴게요.


2018년 10월 : 제가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제 이야길 들어주신 분들.

2018년 11월 : 그 애의 상태 메시지를 보고 멘붕 상태에서 올린 글을 보시고 응원하고 같이 가슴 졸여주신 분들.

2018년 12월 : 재회.


이때까지의 일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인생에 단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적 같은 일이니까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게 된 시간이고.

우연이라 하기에도 너무 운명 같고 이렇게 다시 정리해 쓰면서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실감이 안 나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제 친구가 되어주시는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제겐 축복 같기도 하고요.


제 바람은, 앞으로도 이렇게 조심조심. 이곳에서 기존에 소통하시던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각자 생활이 있으실 테니까, 지금처럼, 잊고 살다가 문득 생각나시면 찾아와 안부 전해주시는 거 언제나 기다리고요.


(아 왠지 엄청 쑥스럽네요.;; 친구하고 자리에서 둘이서만 소곤소곤 말하다가 갑자기 교단에 서서 말하는 기분처럼요.)


**



2020년 2월 1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이제 10시 넘었네요. 


그 애는 어제 회사 워크숍 가서, 오늘 밤에야 저 만나러 올 거여서요.

오늘은 깁스하고 깁스 풀고 바쁘느라 미뤄둘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 만나고팠던 분들과의 수다를 댓글로 나누려고요.

오늘 다 하지도 못할 것 같아요. 너무너무 설레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 아껴 가면서 할게요.

^^


오래 기다리시게 하는 거, 너무너무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그리고 마음의 크기에 비해 시간적, 물리적 현실이 너무 안 받쳐줘서 저도 속상하지만요.


이렇게 틈틈이, 언제 보시게 되든, 혹 영영 안 보시게 되더라도

한 분 한 분에게 제 마음 남겨두겠습니다.


2020년, 한 해 모두 즐거운 맘으로 지내시길 빕니다.


오늘의 긴 글 읽어주신 것, 감사드리고.


그 밖의 모든 일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