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빠는 전형적인 효자입니다.
그러니까 본인은 무뚝뚝하지만 누군가가 대신 효도해주길 바라는 효자요.
엄마도 지쳐서 이혼한지 좀 됐어요. 이것만 이유였던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아무튼 저 대학가고 두분 이혼하셨습니다.
친가에는 할아버지 안계시고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사촌동생을 홀로 키우셨어요.
큰아빠가 완전 망나니인데 어디서 애하나 낳아와서 할머니한테 던져주고 가버렸습니다.
일년에 한두번만 온다는데 저희아빠는 명절에도 큰아빠 얼굴보기 싫어합니다.
아무튼 할머니는 그래도 손자라고 열심히 키우셨고 저희집에서도 어느정도 지원을 해줬던거로 알아요.
저희 엄마한테는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였지만 사촌동생한테는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죠. 저는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 조금 복잡하지만 어쨌든 사촌동생을 이해합니다.
사촌동생이 다커서 대학에 간지 얼마후 할머니가 치매에 여러 합병증으로 앓아누우셨고 병간호없이는 생활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촌동생은 저번학기를 휴학하고 할머니 병간호를 하러 내려갔어요.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키워준 분이니까요.
저도 할머니 병문안가서 동생한테 용돈쥐어주고 왔습니다. 곧 군대도 가야할텐데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니 안타까웠습니다.
원래 건장한 애였는데 살이 빠져선 핼쑥하더군요. 할머니 식사부터 화장실까지 온종일 붙어있어야 한대요.
저도 굉장히 슬펐지만 저는 갓 취직한 직장인이고 바쁘지만 할머니의 병원비를 보탤 여유는 없습니다.
병원갔다와서 아빠한테 다녀왔다고 전화를 했어요.
그래 할머니 어떻더나...
많이 안좋아보이시더라 그래도 ㅇㅇ이 있으니 괜찮겠지 이런 얘기하고 끊으려 했는데
ㅇㅇ이는 남잔데 지 할매 돌보기 안불편하겠나 목욕이고 화장실이고 어쩌노...
이런말 계속 반복하면서 빙빙 돌리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렇다고 간병인을 붙일수는 없으니 ㅇㅇ이 알아서 하게 냅둬라. 이렇게 딱 끊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면서
니는 애가 어째 그렇게 싸가지가 없냐고. 한평생 고생만 한 니 할매가 앓아누웠는데 어린 ㅇㅇ이도 병간호한다고 난린데 손녀가 되어가지고 이기적인거 봐라
길길이 날뛰시더라구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빠가 화나면 말을 막하시긴 했지만 오랜만에 욕을 실컷 들으니 많이 속상했습니다.
대학때부터 지원이라고는 없었고 취업만 하면 부모용돈달라 노래를 부르셔서 지금 세후 180 받는데 10만원 아빠, 10만원 엄마, 월세 35에 적금까지 빠듯하게 생활하는 와중에
사촌동생이랑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피같은 30만원 쥐어주고 왔어요.
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더이상 뭔가를 해줄수 없습니다.
힘들게 취직한 직장을 때려치고 병간호를 할수도 없으며 백만원이 넘는 간병인비를 댈수도 없어요.
그런데 친아빠라는 사람한테 그렇게 욕을 먹으니 내가 뭐한다고 이러나 회의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