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HE MASK)-4

바람2004.02.05
조회272

초개를 위해 음식을 사러 나왔다 엉뚱한 일을 겪자 치우는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항상 당하는 멸시였지만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치우는 태동광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예전부터 잘 아는 주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천하일미(天下一味)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있는 곳이 보였다.

 

이곳은 태동로 사대문에서도 가장 유명한 주점으로 세상 모든 종류의 술과 안주가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돈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가리지 않고 대우를
해 주기 때문에 치우가 이곳을 찾은 것이다.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푸른 옷을 입은 점원이 반갑게 치우를 맞았다.

"어서오십시오!"

치우의 행색이 남루해 보이는 것을 보고서도 점원은 밝게 웃으며 치우를 맞아 주었다.

"무엇을 드릴까요?"
"우선 홍화차를 한잔 주시구요. 닭고기 볶은 것과 쇠고기 절인 것 그리고
 청화주(淸化酒) 한 병 싸 주세요."
"아. 예 싸 가지고 가실 것인가 보죠?"
"예."

 

점원은 처음 들어 올 때처럼 친절하고 밝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 나오길 기다리던 치우의 귀에 옆자리에서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되도록 조용히 이야기하려는 듯 소곤 거렸지만 유난히 귀가 밝은
치우는 듣지안으려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저음의 껄끄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셋째가 그 녀석을 마지막 본 것이 이 태동로 였다고 했지?"

"예. 형님 그 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놈을 처리 할 수 없었습니다."

 

치우가 살짝 옆을 보니 일행은 모두 세명이었다. 그 중 셋째라 불린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몸이 작아 의자에 앉아있는데도 다리가 땅에 닺지 않았다.
아마도 선척적으로 키가 크지 않는 병을 가진 사람 같았다.

 

셋째가 계속 말했다.

"그러나 그놈이 워낙 깊은 검상을 가슴에 입어서 멀리 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조용히 물었다.

"그 혼자였느냐?"

묵직한 그의 음성을 듣자 셋째는 어려운 듯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큰형님!"

 

큰 형님이라 불린 사람은 깨끗한 백삼을 입고 있었는데 삼십대 안팎으로 보였으며
매우 준수한 용모를 가진 것이 가문 좋은 자제 같아 보였다.

그의 물음이 계속 되었다.

 

"그럼?"

"웬 거지녀석이 있었는데...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패인지 확실하지가 않았습니다.
 놈의 실력을 몰라 함부로 공격할 수 없어서 미행만 했습니다."

"그래? 잘했군!"

그들의 대화에 껄끄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크크크. 그럼 재미좀 보러 갈까."

그의 웃음은 무척이나 소름끼쳤다. 그러나 그 웃음보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그의 용모였다.
 한 쪽 눈은 없어서 개 눈깔을 박아 이상하게 보였고 얼굴도 온통 검상으로 인해
더욱 흉직 했다.


그런 그들을 훔쳐보던 치우는 가슴이 서늘해 지는 것 같았다.

 

'저들의 대화가 나와 관계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태동로에서 다친 사람!
 그리고 거지라...이것 꼭 나와 막개 아저씨 이야기 같잖아!'

 

속으로 생각하던 치우는 등쪽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의 행색과 말투로 보아 막개의 친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친구가 아니라면
적 일 수밖에 없다. 특히, 막개는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렇다면 적에게
쫒기는 신세라는 계산이 나오고 저들은 그런 막개를 쫒는 사냥꾼이란 생각이 들자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정말 저들이 막개 아저씨를 쫒는 자들일까?'

 

치우가 생각하는 동안에도 계속 그들의 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백삼을 걸친 사람이 턱을 괘이며 말했다.

 

"거지라...그 놈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누굴까?"

그의 말에 셋째가 대답했다.

"거지놈이 어려보이는 것으로 봐서 한패가 아니라 그냥 도움을 받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수도..."

다시 껄끄러운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크크. 어쨌든 모두 죽이면 끝이지. 큰 형님 시간 끌지 말지요."

셋째가 껄끄러운 목소리에게 말했다.

"둘째 형님!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수하들을 보냈으니까요."

셋째의 말에 백삼을 입은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야? 이런 멍청한 놈!"

"왜...왜 그러십니까? 큰 형님!"

"빨리 안내해라! 상천제 막개가 어떤 놈인지 모른단 말이냐? 쓸모도 없는 놈들을
 보내서 그 녀석을 잡으려고 했다니... 멍청한 놈!!"

"그래도...그놈은 상처를 입..."

"닥쳐라!! 바보 같은 놈! 얼른 가자.."

 

백삼을 입은 사람이 큰소리 치자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집중되었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고 곧 바로 주점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들 보다 먼저 조용히 주점을 빠져나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