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너에게.

정말안녕20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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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제는 이런 평범한 인사도 건네지 못하는 사이가 돼버렸네. 언젠가 끝은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남은 채로 등을 돌릴 줄은 몰랐어. 먼저 연락을 끊고 한참이 지났지만 사람이 참 이기적인지 아직도 네 생각이 난다.

연애 경험이 몇 없던 나에게 있어서 너라는 사람의 등장은 내 성격과 생활패턴을 모두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어. 귀찮아서 친구들과도 연락을 잘 하지않던 나는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잠들기 전까지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었으며 그마저도 더 듣고 싶어서 새벽 1시를 못 넘기던 나는 3시가 되도록 네 목소리에 설레하며 잠 못들었다. 사람에 데인적이 많아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항상 너를 서운하게 만드는 바람에 싸우는 날이 잦았지만, 그때마다 먼저 사과를 건네며 사랑을 표했던 너로 인해 나는 점점 밝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갔고, 우리는 점점 단단해져간다고 믿었지.

내가 시험기간이 되었을 때, 평소보다 연락의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때가 가장 화가 난다던 너에게 나는 기다림의 고통을 주었고 그 고통 속 피어난 분노는 우리에게 또 다른 다툼으로 찾아왔다. 서로의 입장을 나열하며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타이밍이란 야속하게도 쌓이고 쌓였던 우리의 갈등을 이때서야 풀어놓게 했다. 내가 자존심을 조금만 더 굽히고, 너에게 미안하다 말했다면 이 뒤에 일어난, 보지 않았으면 행복했을 수도 있었을 광경을 넘어갈 수 있었을까. 불신이 마음을 덮어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너의 손 너머로 본 메세지 창에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너와 사랑을 의미하는 붉은 무늬를 주고받은 흔적이 있더라. 난 이런저런 말 할 것 없이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더이상 연락하지 말자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너의 모든 연락에 묵묵부답인 채. 사람을 그렇게 믿지 못했는데, 상대에게 겨우 열었던 마음은 역시나 늘 그랬던 것처럼 가시로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나라고 잘난 것이 없으면서 사랑을 기대한 나의 잘못으로 치부했다.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동안 나는 많이 울었다. 배신감에 흘리는 눈물인지, 미련이 그리움과 남아 흘리는 눈물인지 구분은 되지 않았다. 매일 밤 쓸쓸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 홀로 잠에 들었고, 습관이란 지독해서 알림이 오지 않는 휴대폰을 몇번이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하루종일 안부를 물을 사람이 없어 괜히 친구들을 귀찮게 했다. 너와 갔던 곳, 먹었던 음식들, 걸었던 거리들이 모두 나의 처음이었기에 네 생각이 그렇게도 나더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욕을 했지만 내 머릿속이, 아니 내 일상은 생각보다 너로 가득했다. 너는 참 이상하게도 보고싶은 사람이었다.

얼마 넌 술에 취한 너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다 잘못했다며 연락 좀 받아달라는 말을 했다. 미치도록 그리워하던 너인데, 나는 단호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만나봤자 우리의 결말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음을 알았기에. 밉다, 가장 가슴이 아린 단어였다. 각진 모서리들이 마음을 마구 후벼놓았다. 눈물을 삼키느라 전화는 받지 않았다. 이날을 끝으로 우리는 정말 더 이상은 이어질 수 없는 관계로 돌아섰다.

애초에 사는 모습이 너무나도 정 반대였던 우리가 만나 한 길을 걸어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였던거지. 모두가 나더러 바보라지만 사실 아주 조금만 더 바보이고 싶어. 웃기지, 그렇게 밉고 미웠던 너인데 정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헤어지기 전에 꼭 욕하는 습관 고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네. 손톱 물어뜯지 말라는 말도, 담배 줄이라는 말도. 하긴 넌 지독시리 내 말도 안들었고 고집도 세서 말했어도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을거야. 그치? 근데 참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많았어. 늘 말이 없고 내성적이던 나를 위해 쉴틈없이 재잘거려주고, 내가 기다리는 일이 없게 항상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나와서 기다려주고, 과제 작성을 늦게까지 하는 날에는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나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다며 쓰는 바람에 내가 지갑을 꺼내는 일도 없었고.. 진짜 웃긴다 이렇게 니 생각이 나면 어쩌자는건지. 자기 덕분에 내가 많이 변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나도 뿌듯해지고 그랬는데 이제 다시 원상태야. 그 동안 힘들었을 너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우리가 그리 긴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너에게 꽤 많은 정을 준 것 같더라. 잊어야지 이제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건 너의 물건이 거의 없다는 거? 길을 걷거나 가게에 들어간다거나 하면 네 생각이 물 밀듯 밀려오지만 집에 있는 동안은 내 일에 치여살면서 조금은 네 생각이 덜 나는 것 같아. 근데 이것도 오늘부로 끝인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네 생각이 빠르게 번져서 온통 퍼졌어. 이 글을 이렇게 오래 쓰고 있을 줄 몰랐거든. 오늘 밤은 방안에 꽉 찬 너와 함께 외롭진 않겠다.

새벽에 기억 속 너를 잠시 몰래 꺼내어 추억여행 했다 치자.
그 동안 고마웠어, 내 청춘의 한켠을 설렘으로 담아줘서.
비록 추운 겨울 우리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나에게 마지막 페이지의 온도는 아직 따뜻해서 난로삼아 마음을 녹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