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꿀꿀이 바구미 4장 (01) - [심령청춘물]처녀도사

마쉬맬로우200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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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벌레의 의견에 따라 둘은 만나도 아는 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밤벌레는 함께 다니고 싶은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서 몸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여기저기에 같이 다니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다니기로 하였다.





시간은 흘러 수암 선생 집에 들어갈 날이 되었다.


그동안 마음의 공허함은 잘생긴 수암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새로운 환경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재수 멀대. 내가 열심히 수련해서 다 갚아줄 거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게 해주마.’



실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



“선생님 말 잘 듣고.”



이모는 택시 타는 곳까지 친히 나와 주었다.



“알았어.”


“네가 집 떠나 있는 게 처음이잖아. 입에 맞는 음식이 있을지 모르겠다.”



집 떠나는 아쉬움이 반으로 줄어버렸다.


아침도 괜찮다고 하는데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놓는 바람에 꾸역 꾸역 먹어대서 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마. 나 아무거나 잘 먹잖아.”


“수암선생도 남자니까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왠지 저 말은 수암을 건들지 말아 달라는 부탁처럼 들리는데. 그럴 순 없다고. 3개월후엔 수암 선생이 조카사위가 될테니 두고 봐.’



수암 선생의 생각으로 택시에선 내내 입이 찢어져 있었다. 선생의 집은 공교롭게도 멀대와 같은 동네. 멀대의 생각이 조금 났지만 생각을 지우려고 애를 써보았다.



“감사합니다.”



수암의 안내에 따라 내린 곳은 큰 한옥집 앞이었다.


대문 안 쪽으로는 넓은 앞마당이 있을 것 같은 집.


나무가 있는 집을 보자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엄마랑 아빠랑 살던 집에 밤나무가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는 꼭 나무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이집에 시집오면 딱이겠군.’



음흉한 생각을 품은 채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만요.”



건너편에서는 여자가 대답을 해주었다.



‘나이든 아줌마인 것 같은데.’



문이 열리고 아줌마가 나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양복을 주욱 빼입은 50대정도의 아저씨와 그 아저씨의 비서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둘이 나왔다.



‘참 비싸 보이는 옷이네. 스치는 얼굴을 보기에도 관운이 들어있고 돈 복도 많네. 역시 나랑 수준이 다른 손님들이 왔다 가는군.’



“안녕히 가세요.”



아까 인터폰으로 받던 아줌마의 목소리.


한옥에 어울리는 개량한복을 곱게 입은 아줌마였다.



“강혜림양? 어서와요. 제일 늦었네.”



‘제일 늦다니 뭐가? 10분밖에 안 늦었는데.’



“이게 혜림양 짐? 이걸 혼자 갖고 왔어요?”



아줌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하. 네.”



‘놀랄 만도 하지.’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바리바리 옷을 싸다보니 내 몸체만한 보따리가 두개나 되어 버렸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할 아이템들이 많았다.


성과가 있어야 할텐데.


안내 받은 방에 들어가자 방에는 나말고도 여자애 셋, 남자 한명.


신 내림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방안은 영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애들이 왜 여기 모여 있지?’



“또 왔네.”



한 여자아이가 말을 툭 던졌다.



‘어림잡아 15살? 싸가지없는 중딩이네.’



“그러게.”



말을 받아친 여자애는 처음 말을 꺼낸 아이와 얼굴이 똑같았다.



‘쌍둥이? 신을 각각 받은 모양인지 느낌은 많이 틀리군.’



천천히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역시 남자에게 먼저 눈이 갔다.


늦순이답게 열여덟에 이성에 눈을 뜬 나로서는 지금은 절정기인 셈이었다.


주리는 날 보며 늘 늦바람이 무섭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니까.


그냥 평범한 얼굴을 가진 20대 중반의 청년.



‘저렇게 평범할 수가. 받은 신도 없나보네. 여기는 왜 왔을까?’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 마지막 여자에게 눈을 돌렸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났다.


하얀 피부와 칠흑같이 검은 머리.


희멀건 인상이 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컨셉인가봐. 일부러 애를 쓴 티가 팍팍나네.’



실은 나보다 조금 더 예쁜 게 기분이 나빴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5분쯤 흘렀을 때 수암 선생이 들어왔다.



“다들 모였군. 이제 여러분은 오늘부터 3개월간 수련을 받게 될 것이요.”



‘우리 다섯 명 다? 그럼 선생 밑에 나 혼자가 아니란 말이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단 말인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사는 게 왜 이리 힘이 드는 건지.



“여기 인원은 모두 다섯. 하지만 모두 세달 동안 함께는 아닐 것이요. 부적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탈락될 것이요.”



‘그럼 모두 일찍 탈락시키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말?’



수암 선생의 말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탈락시킬 방법만 생각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우선 서로 인사부터 하는 것이 좋겠군요. 우선 숙희씨.”


“도사님이 소개를 해주시지요.”



숙희라는 여자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는 편이 좋겠소? 이쪽은 서숙희씨. 나이는 스물 두 살. 신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특별히 능력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하오. 학생이지만 지금은 휴학중이라 수련에 참가하게 되었소.”


“반갑습니다. 아는 것이 없습니다. 도움 많이 주십시오.”



숙희 언니는 우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다음은 최영민씨. 나이는 스물 여섯 살. 이분은 심령 사진을 찍는 분이요. 우리가 영을 다룰 때의 일을 사진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요.”


“그리고 이쪽 두분은 김보연과 김나연양.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능력이나 경험면으로 아마도 제일 앞선 분들일거요. 나이는 15살. 학교문제로 오후수련에만 참가하게 될 것입니다.”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나보다? 열심히 해야겠군.’



“혜림양은 직접 소개 해 보겠소?”


“예? 강혜림입니다. 나이는 스무살 꽃띠입니다.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보아요.”



최대한 발랄함을 살려 인사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반응이었다.



‘분위기가 이게 뭐야? 너무 엄숙해서 띄여보려고 했더만. 계속 이런 분위기로 수련을 하는 거야? 낭패군.’



“여기 모인 분들은 다들 재능은 있으나 배운 바가 많지 않아 그 재능을 잘 활용 못하고 있소. 우선은 기본적인 공부부터 할 것이요. 배워야 할 것은 많으나 중요한 것은 기의 운용이요. 다들 신을 모시고 있는 상태. 기의 흐름이 좋지 않으면 자신의 힘보다 귀신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크오. 아직 그것을 다루는 능력이 떨어지니 아마도 이 수련을 하는데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릴게요. 나머지는 천천히 얘기하도록 하지요.”



‘진짜 수련 온 거구만. 그럼 수암선생이랑 언제 놀 수 있는 거지?’



“일단 오늘은 첫날이니 각자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쉬도록 하시오. 저녁시간은 7시. 이따 봅시다.”



‘아하. 방금 봤는데 금방 헤어짐이라니. 아쉽다.’



“혜림양은 할말이 있으니 남아주십시오.”



‘나한테 할 말이 있다니?’



모두들 나가고 방안에는 나와 선생님 뿐.


무슨 말을 할지 별말은 아니겠지만 사실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단둘이니 말은 편하게 할께.”


“그러세요.”


“저녁 때까지 시간 있는데 우리 영화 보러 갈래? 내가 표가 두장 있거든.”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길에서 만원 짜리를 주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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