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인 나도 혼자떠들어볼래(퀴어축제,인식)

ㅇㅇ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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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번부터 이런 얘기는 좀 그렇지만 내 인생에 부모님께 나의 지향성을 말씀드리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용기있게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양성애자? 양성애자는 또 뭐야, 잡종이야?" 라는 말에 목이 턱 막혔다.

2. 나도 처음부터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 정의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부인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3.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친구로서의 감정이 아닌 감정을 느껴서 혼란스러웠다. 누구도 나에게 여자를 좋아해도 된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고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란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자를 좋아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4. 그 감정이 일시적이지 않자 그때부터 성소수자, 퀴어라는 것에 대해 이리저리 검색하고 공부했고 내 감정이 잘못 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5. 그때는 작은 희망이라도 잡아보자 싶어서 나를 양성애자라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범성애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나는 나를 당당하게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한다.

6. 내가 '나는 여자니까 남자를 좋아하는 게 옳다'라는 틀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한 번도 남성에게 마음이 간 적이 없다. 그게 남성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다들 자연스레 누군가를 좋아하듯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여성이었다.

7. '레즈비언 = 페미니스트' 말을 자주 본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주변 레즈비언 친구들 중에서도 페미니스트는 한 명도 없다. 이건 절대 아니라고 미친듯이 말하고 싶다. 물론 레즈비언이면서 페미니스트인 분들도 있다. 옳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가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은 응원하고 싶고 선을 넘은 피해의식으로 여성의 권리를 이용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 페미니스트들은 나도 싫다. 정말 싫다.

8. 아웃팅은 범죄라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친구들한테 건너 건너 들어온 결과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학교에 성소수자가 정말 엄청 많았다. 최근에는 같은 반 친구가 레즈비언이라는 걸 알고 서로 엄청 반가워했다. 지인을 구하고자 사용하고 있는 어플이 있는데 수많은 유저중에 같은 학교부터 시작해서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사람이 또래만 해도 엄청 많다.

9. 내가 '남자친구' , '이성' 이라는 표현 대신에 '애인' , '사귀는 사람' 등의 표현을 쓰면 어색해하는 사람이 되게 많다. 줄곧 애인이라는 표현에 당황해하는 사람도 꽤 많은데 나는 매일같이 듣는 '00이는 남자친구 있어?' '좋아하는 남자 없어?' 등의 말에 매일같이 당황스럽다. 허허,, 분명 좋아하고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종종 씁쓸할 때가 있긴 하다.

10. 동성애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중 하나인 '나는 동성애자 안 싫어해, 근데 내 주변엔 없었으면 좋겠어' 라는 말에 근거로 '여자들끼리는 손,팔짱,안는 거 같이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많은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에 걔는 설레어 할 수 있다는 게 꺼려져' 라는 생각. 이성애자인 그 친구도 모든 남자의 스킨십에 설레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도 당연히 마찬가지지만 그런 얘기를 들은 이후로 그래서 나는 오히려 더 신경쓰는 편인 것 같다. 정말 나는 아무 관심 없지만 불쾌해 할 수 있는 남을 위해서

*퀴어문화축제

11. 퀴어문화축제에 매년 두회 이상 참여하는 나지만 교통혼잡문제, 주변거주자피해문제, 너무 과한 의상문제 등 아직 고치고 발전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 매번 축제장소 주변에 거주하거나 교통수단 이용하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스러워.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해두고 싶어. 매번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내 두 눈을 증거로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을 펼치는 글에는 각종 루머, 거짓된 허위사실이 너무 많아. 시선 속에 숨어 살아가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1년에 한 번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자 진행하는 축제인 만큼 자신의 자유를 의상으로 표출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 부분은 우리 참여자들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바로 작년 축제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할 의상을 입은 사람은 한 손 안에 꼽혔어. 미흡하고 잘못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수정해 나갈거야.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글에서 사용하는 사진의 많은 부분이 해당 연도에 진행한 축제현장이 아닌 과거축제 사진들이 올라가있어. 퀴어문화축제하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특히 그 성기모양 빵 사진, 그거 벌써 몇년 된 사진이야. 정말 억울한 게 이제는 그런 거 있나 찾으려고 샅샅이 찾아봐도 없어..

12. 마지막으로 퀴어문화축제가 관련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게 된 원인을 하나 말해보자면 퀴어문화축제 반대세력과의 충돌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우리도 개최 지역별로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중요한 날인 만큼 법적으로 축제신고를 하고 하는 합법적 축제이고, 반대세력 측 반대시위도 허가를 맡고 하는 합법적 시위라고 들었어. 하지만 문제는 이거야. 우리는 우리끼리 우리의 축제를 하고자 기획하지만 반대세력은 무조건 우리의 축제를 망쳐야한다는 목적을 가져. 우리는 우리만의 축제 날짜를 정하지만 반대세력은 우리의 축제날짜가 곧 시위날짜야. 나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주장에 절대 문제를 가지지 않아. 각자 정당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현재 반대시위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어. 경찰이나 안전요원 분들이 우리측과 반대세력측 둘을 두고 우리를 보호해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실제로 작년 처음으로 진행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어. 퀴어문화축제 진행차량 타이어를 펑크내고, 여러 건물 옥상에서 대기하다가 대포카메라로 몰카를 찍고, 장애를 가진 분을 둘러싸서 휠체어에 달린 무지개깃발을 내릴 때까지 모욕하며 손가락질 하고, 축제현장에 들어와서 나를 포함한 그냥 지나다니는 참여자들을 무력으로 잡아끌며 훈계하고 저항하거나 무시하면 크고 작은 폭력을 가하고, 벽을 두고 반원으로 참가자를 막아서 진짜 3시간 가량을 그 속에 갇혀있었어. 딱 그 하루, 그날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1년간 준비하고 기약한 공연이며 부스며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약 1시간으로 예상된 거리를 반대세력의 방해로 (앞길 막기, 아예 누워서 인간바리게이트 만들기)약 4시간을 거쳐서 행진 하나 딱 마쳤어.

반대세력과의 원치 않은 충돌로 인해 발생한 교통문제나 인명피해 문제가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단면적으로 퀴어문화축제만의 문제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냥 이번 기회에 한 번 말해보고 싶었고 올해에도 퀴어문화축제는 진행될 거야. 아직 문제점도 분명 존재하고 미흡하지만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 보일 거고, 이 글을 읽어준 너희들은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트위터에 #인천퀴퍼 , #혐오세력, #인천퀴어문화축제 등 해시태그 검색하면 내가 말한 것보다 더한 증거영상이며 사진이며 많을 거야.

마무리 내용이 길어서 주제가 약간 흐려진 것 같지만 그 게이인 분이 혼자 주저리 주저리 쓴 글 보고 나도 한 번쯤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적어봤어.

성소수자 관련해서 궁금한 건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은 투로 물어봐주면 뭐든지 아는 선에서 답할게!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