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거물’ 검진하다 죽자 의사 한때 잠적

사이다2007.04.20
조회1,608
p { margin: 5px 0px } ‘칠성파 거물’ 검진하다 죽자 의사 한때 잠적   뜻밖 죽음에 ‘덩치’ 100명 운집…사건 뒤 “4월21일까지 휴진합니다” #1. 장례식장 18일 밤 10시30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 검은 양복에 ‘한 덩치’하는 청년 100여명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하는 일이 짐작된다. 마른 침을 삼키며 4층 9호실에 들어선다. 영정도 꽃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폭력조직인 부산 칠성파 간부급 조직원 ㄱ(42)씨의 주검만 있을 뿐이다. ㄱ씨는 칠성파의 다음번 우두머리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거물급이란 얘기다. 숨지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건설업체 등을 관리했다. 이런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숨진 것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검은 양복: 누구신지? 기자: 예, 한겨레신문사 기자입니다. ㄱ씨가 건강검진 받다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검은 양복: (인상을 확 구기며) 돌아가쇼. 일단 밖으로 나왔다. 장례식장 밖에서 사람들은 연거푸 담배를 물었다. 밤하늘에 담배연기가 뭉게뭉게 올라갔다. 슬금슬금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얘기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픈 곳도 하나 없는 친구였는데, 가끔 속이 쓰리다고 해서 검사받은 겁니다. 부산에 있을 때도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 받았어요. 근데 갑자기 죽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난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도저히 믿을 수도 없었고…이거 진짜 문제예요. 의사들이 의료사고 내도 처벌을 잘 안 받는다고 하던데…내일 관 들고 병원에 찾아 갈 겁니다.” 미국 영화배우 알 파치노를 닮은 사람이 착잡한 듯 말을 이어간다. “일단 여기서 하는 얘기는 우리끼리 얘기니까, 나중에 병원 입장도 들어봐요. 우리도 병원 얘기 들어야 하니까. 만약 헛소리하면 가만 두지 않겠지만, 실수를 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내일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겠지.” 갑자기 경찰 얘기가 나왔다. 옆에 있던 ‘황’이라는 불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신고도 안 했는데 경찰이 왔어. 서초서야. 아마 병원에서 꼰지른 것 같은데….” 그리곤 묻는다. 황: 근데 기자양반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기자: 병원 근처에 있다보니, 우연히 알게 됐죠. 황: ㄱ씨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 왔겠네? 기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네…칠…성…파… 이튿날 새벽 1시께까지 100~150여명의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모여들었다. #2. 세 개의 병원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한 병원 앞에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4월21일까지 병원 사정으로 휴진 합니다.” 원장을 비롯한 의사들은 ㄱ씨 사건이 일어난 뒤 모두 ‘알아서’ 잠적했다. 원장, 부원장 모두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 ㄱ씨는 18일 오전 건강검진을 받으러 이 병원으로 왔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진실을 모른다. 검사를 진행했던 부원장만이 알고 있다. 그는 ‘침묵’하고 있다. 어쨌든 ㄱ씨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낮 12시40분께 병원을 출발해 산소마스크를 쓴 채 오후 1시20분께 영동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했다.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오후 3시30께 결국 숨을 거뒀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영동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이 공사 중이어서 ㄱ씨의 주검은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칠성파 핵심 간부의 부음에 부산에서 조직원들이 올라왔다. 장례식장에만 100여명이 모였으니, 긴장한 것은 경찰 강력팀이다. 부산 조직원이 움직이니 부산 경찰이 나섰고, 사망한 곳인 영동세브란스 병원을 관할하는 서초경찰서가 관리를 해야 했다. 여기에 주검이 옮겨진 순천향대학병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까지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일 억울한 것은 용산경찰서였다. 영동세브란스 병원의 장례식장이 공사를 하지만 않았다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의료사고’ 여부였지만 이 부분은 수사의뢰가 들어오지 않아 경찰이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칠성파의 움직임으로 강력 팀만 긴장해야 했다. 19일 오후 1시께 칠성파와 병원 쪽이 합의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합의를 했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다만 병원은 다시 문을 열었고, ㄱ씨의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서초경찰서는 “뭔가 합의가 됐으니까 병원이 문을 열고, 시신이 부산으로 간 것 아니겠느냐”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했다. 병원의 한 간호사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했다.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ㄱ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합의는 어떻게 됐는지, 속시원히 알 길은 없다. 병원과 칠성파 쪽 모두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의료사고 시비는 소송 등을 통해 몇년 동안 싸움을 해야 해결될까 말까 한데 이번 사건은 어떻게 단 하루만에 해결될 수 있었는지도 궁금증으로만 남겨야 할 것 같다. 물론 의료사고는 당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아픈 상처라는 점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