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고양이를 들이려고요

예비집사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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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 방과후 일본어 교실 선생님이 자기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고등어 하나 치즈 하나를 데려와선 고등어는 같이 수업듣던 언니들에게, 치즈는 저에게 주셨습니다.
사료나 모래, 하다못해 고양이 간식같은것도 없이 주먹데기만한 애를 빈 케익박스안에 덜렁 주시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 쌀쌀한 가을에 교복안에 입은 티를 벗어서 박스안에 넣어주고 집에 조심히 들고갔던 기억이 나요.

그 애가 제 인생 첫 고양이였어요 조금 꼬질해서 애가 약간 갈색으로 보이다보니 흰털이랑 섞인게 꼭 밀크커피같아서 밀키라고 지었고요
씻겨보니 주황색이더라고요 앞발은 하얀 니삭스 뒷발은 레깅스였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교복 리본을 흔들어주면 신이 나서 발톱이며 손톱이며 다 세우고 달려들던 모습이나, 하교해서 어둑한 집안에 들어왔을때 제 스타킹에 온 몸을 부비며 흰 털을 잔뜩 묻혀놓던 모습이나 목욕할때마다 세상 억울하게 비명지르는 것도요
안아들면 빨리 내려달라고 뽀뽀도 해주는 아이였어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라서 강아지처럼 키우면 되는 줄 알았어요 2주에 한번씩 목욕을 시켰는데, 그게 아직도 미안하네요
변변한 간식도 못 줬고 그럴싸한 장난감도 없었어요. 굴러가면 딸랑거리는 플라스틱공이랑 제 교복리본이 전부.

바깥을 너무 궁금해하던 밀키는 두번이나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어요
첫번째는 아파트복도에서 누군가에게 걷어차여 코에서 피를 흘리며 발견되었고
두번째는 고양이가 들어왔단 신고에 경비실 분이 보시곤 집에서 키우는 것 같다며 잠깐 맡아주셔서 찾을 수 있었어요
세번째는 돌아오지 못 했어요 그게 딱 1년 하고 2개월째였을거에요 너무 추운 겨울이었거든요

집에 있으면 너무 조용해서, 침대밑이나 소파뒤에 숨는걸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그냥 집안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
애가 안보여서 울면서 찾았는데 옷장안에서 야옹소리가 났을때도 있었고요
어머니 취미가 집안 환기와 청소여서, 그때 열린 문으로 나가버렸냐봐요.

강아지 철망이 그렇게 낮은 줄 몰랐어요
아직도 후회해요 벌써 10년이 흘렀고 집은 이사를 했고 부모님은 이혼하셔서 한동안 정리도 안되었지만. 제대로 못 챙겨주더라도 밀키가 함께했으면 했어요. 어떻게 데려왔든 제가 데려온 고양이니까요
아마 죽었겠죠 그래도 미련이 남았나봐요 일상중에도 문득 생각이 나 유기고양이를 검색해보는데 밀키랑 너무 똑같이 생긴 아이가 골절상을 입은 채 올라와있더라고요 아닌 걸 아는데도 눈물이 났어요

어머니는 고양이가 털이 많이 빠진다며 개를 데려오자 하셨는데
제가 관리 다 하고 목욕도 시키겠다고 거듭 설득해서 이제 드디어 용품 주문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잘 키울거에요 책임도 질거고 잘 놀아줄거고 간식도 줄거에요 마트에서 산 싸구려 사료같은거 절대 안먹일거에요
안잃어버리고 행복하게 해줄거에요

물품 도착하면 만나러 가려고요
분명 그때와 같은 고양이는 아닐거고, 이러는 것도 결국 제 욕심과 자기만족이겠지만... 이미 마음에 들어왔는걸요.

보고 싶어요. 하는 짓은 아직 아깽이같던 제 커다란 고양이.
나중에 올 친구에겐 밀키보다 더 잘해주게될텐데 밀키가 너무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