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숨기는건 사랑에 대한 반칙이다(19)

●이슬●2004.02.06
조회1,030

대학3학년.
개강함과 동시에 풋풋함이라곤 전혀 느낄수 없는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3학년이라니..

선배가 이곳을 떠난지.. 그리고 나를 떠난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개강을 하고 대학 3학년 뱃지를 달고 바쁜 학교생활에 찌들다 보니

선배에 대한 그리움은 내게서 조금씩 잊혀져 갔습니다..

 

선배가 떠난 직후..
저 또한 꼴이 말이 아니였습니다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어느새 선배를 쫓고있었습니다

밤새 잠도 못자고 울기 일쑤였고 혜연이를 잡고 술타령만 했던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너무 미련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으면 조금씩 잊혀져 가는데..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생각하기도 어려운데..

그러면서 그렇게 잊혀져 가는건데..너무 뒤늦게 알아버렸습니다

선배가 없으면 죽을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잘지내고 있으니깐..

 

생활이 바뻐지다보니 그럴 시간도 줄어듭니다
전공과목에 실습에..취업준비도 해야하고..이렇게 대학생활을 바쁘게 했었나싶습니다
어쩌면..선배를 잊기위함인 것 같습니다..

 

'이런 바보같은 내게 먼저 말해줘  나는 이미 니맘을 알고 있어 괜찮아~

전화벨이 울립니다
흐음..몇시지.. 프로젝트를 때문에 아침 해가 떠서야 잤는데..
일어나기 싫다..귀찮아..

 

몇번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럴때 아니면 푹 잠잘 시간도 없단 말이야..

누가 이기냐보자는듯 계속 전화벨이 울립니다..

 

'강테민

이녀석은 왜 꼐속 전화를 하는거야..나는 자야한다고..

왜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ㅠ_ㅠ 흑..내가 졌다

 

-여보세요
-야 너 아직도 자고있냐? 해가 얼마나 높이 떳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아..귀찮아 끈어 나 잠도 못잤어..
-야아~~~~

 

태민이녀석..꼭 이럴 때 전화해서 사람을 괴롭힙니다
졸려죽겠는데.. 전화를 끈어버렸습니다 그나저나 혜연이는 아침부터 어딜 갔는지-_-
눈도 떠지질 않았지만 우리 마녀의 행방을 위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어디야?
-너 왜 태민이가 깨웠는데도 전화 그냥 끈어버렸어 -_-
-나 해 뜨고 잤단말이야 ㅠ_ㅠ 우이씨..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태민이랑 가치 있으니깐..알지^^;

 

기집애 빠르기도 빠릅니다-_-
혜연이는 요즘들어 유난히 태민이한테 찰싹 달라 붙어서 다닙니다
아직은 짝사랑이라며 살며시 웃어보이지만 태민이도 남자라면 언젠가 넘어가겠지요 훗..

 

아 그럼 태민이랑 저랑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녀석 그후로 아무말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선배가 떠나는날 저에게 전화를 해준 그녀석..
얼마동안 연락도 없었습니다.. 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야야 송채희 듣고있어?
-으..응
-빨리 나와!!
-왜 너네 둘이 놀아 -_- 귀찮아 오랜만에 휴일인데..쉬고싶어
-안돼! 태민이가 사진 찍으러 가재 빨리나와라
 신촌역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1시간안으로 텨나와! 죽기전에 -_-

 

뚜뚜뚜..
허걱(ㅡ              ㅡ) 제가 꼭 가야합니까!!
그래도 안죽으려면 나가야지요ㅠ_ㅠ

대충 씻고 머리도 질끈 묶고 청바지에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3월..벌써 봄입니다 햇살이 참 따뜻한게..
아직은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칠때면 쌀쌀합니다

 

-왜 귀찮게 불러내고 그래 너네 둘이 가면 될거 아니야 -_-
-그렇게 맨날 집에만 붙어있고 잠만 자니깐 얼굴이 곰보가 되는거야 풋..

 

태민이 저녀석을 그냥..
만날때마다 꼭 저렇게 시비입니다 ㅠ_ㅠ 제 얼굴이 어때서요..
요즘 밤샘작업을 해서 얼굴이 좀 썪긴 했지만-_-;;

 

-그만 하고 빨리가자 너넨 만나기만하면 왜 못잡아 먹어서 난리야!

 

혜연이는 내팔과 태민이 팔에 하나씩 팔짱을 끼고 우리를 끌었습니다
혜연이를 사이에 두고 한참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습니다

이녀석 갑자기 시선을 피합니다..
잠시 녀석의 눈가에 어두워짐을 느꼈습니다.. 왜일까..

 

정말 오랜만에 놀이공원을 와봤습니다
우와..신기해라..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그치?
-그래 채희 너 요즘에 너무 바쁘게 지내니깐 기분전환 할겸
 태민이가 가자고 해서 온거니깐 너네 또 싸우면 안돼^^

-오~태민이 너 왠일이냐? 큭
-내가 오고 싶어서 그랬지 내가 너 생각해서 그런줄 아냐?

큭 이 녀석아 다 안다 다 알어

나 우울해 할까바 그런거..사내 녀석이 창피해하긴..
친구잖아 고마워..태민아 친구니깐..

오랜만에 신나게 놀이기구도 타고 몇일전에 새로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로

열심히 사진도 박았습니다

-야 저쪽에 서봐
-나 혼자?
-응 너 혼자
-왜-_- 나 혼자 사진 찍는거 정말 싫어한단말야
-그러라면 그럴것이지 잔소리가 많아

어설프게 브이 모양을 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야 너 아까 표정 되게 웃겼어 큭 야 너 너무 어설퍼 큭
-거봐 내가 혼자서 안찍는다고 했지 씽-_-

실컨 놀고 돌아와 집근처 생맥주집에서 맥주 한잔을 했습니다
술자리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역시 친구라는게 이런건가 봅니다

혜연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때입니다

-야 송채희
-응?
-......
-왜 사람을 불러 놓고 말을 안해 무슨 할말 있어?
-저기..야 나는 아직도 안되는거냐?
 팀장도 없고 니 옆에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난 너한테 모냐?

 

이녀석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태민이 녀석에게도 나란 존재가 지워진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녀석 아직도 나에게..혜연이때문인지 그말이 더 부담스러웠습니다

 

-..너는..나한테 친구잖아. 그리고..너가 모르는것 같은데 내 옆엔 아무도 없지만
 니 옆엔 누군가 있을거야..그걸 너가 아직 모르는구나..
-그게 무슨말이야!
-아니야..아무튼 지금이나 예전이나 내 마음은 변함없어..
-너..아직도 팀장..아니 형 생각하냐..

 

선배..이녀석 또 나에게서 선배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동안 그래도 아주 잠시라도 잊고 지냈는데..

마침 혜연이가 돌아왔습니다

-둘이 표정이 왜그래?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아니야
태민이도 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녀석의 눈가도..내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있었습니다..

 

그날밤 집으로 돌아와서 혜연이를 잡고 밤새 울었습니다
잊고지내면 괜찮은건데..또다시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그때는 참을수 없습니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그로부터 일년뒤..
시간이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가는것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벌써 선배가 떠난지 일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 또한 나에게 흘러가는 사람일뿐입니다

 

벌써 대학4학년 입니다
취업의 문턱 앞에서 요즘은 더욱더 바쁩니다

하루는 혜연이가 술이 잔뜩 취해서 들어왔습니다

-채희야 큭..채희야~
-야 너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딸꾹..훗...웃긴다 강태민 나쁜놈!!
-왜?

 

혜연이의 큰눈에 방울방울 맺혀있는 눈물을 보니 그 답을  대신 하는것만 같았습니다..

 

-채희야..내가 그렇게 별로야?  딸꾹,.강태민이 내가 싫테..

 

눈물을 참으려 애쓰며 눈엔 눈물이 가득고인 혜연이의 눈이
지금 혜연이의 심정이 어떤지 나에게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혜연이는 말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채희야 오늘은 꼭 말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했는데..나 차였어 훗..
 내가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일년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얼마나 참았는데..
-알지..내가 왜 모르겠어..
-채희야 내가 그랬지? 채희 너 감정에 충실하라고..내 눈치 보지말고..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태준선배도 없잖아..그리고 태민이 마음..
 나보다 너가 더 잘 알잖아..태민이도 여태 니 옆을 지켰다는거..잊지마

 

혜연이의 말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 했습니다
울다 지친 혜연이를 재워놓고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았습니다
유난히 별이 반짝이는게 그 모습이 정겹습니다
선배..그곳에서도 보이나요.. 까만 하늘안에서 보이지 않을 빛을 비치고 있는 저 별이..

그곳에서 보이나요..선배 가슴으로도 볼수 있나요..

 

태민이에겐 미안하지만..태민이는 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 녀석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혜연이한테 상처를 주다니..

 

'이런 바보같은 내게~
훗..꼭 선배가 불러주는 것 같습니다

'강태민
태민이 전화입니다

밭아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 몇 번을 휴대폰만 바라보면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여보세요
힘겹게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
-강태민 왜 전화했어
-.....
-야 모야 말안하면 끈는다
-끈지마...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너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런 얘기할거면 끈자,,
-혜연이한테 얘기 들었지?
-뭘?
-혜연인 나같은 놈이 모가 좋다고..
-그러길래 잘 생각좀 해보지 그랬어 상처주고 나서 후회하면 모하냐
-생각하고 말 것도 없어.. 그만 끈자..혜연이 잘 달래주고..

뚜뚜..
이녀석도 많이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혜연아..미안해..나도 내가 무얼 미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마음은 그게 아닌데 태민이 녀석 때문이긴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건지 알기 때문에 더욱 너한테 미안하다

 

나에겐..그 둘다 나에겐 친구이기에  어느 누구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친구들 마져 잃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서로를 미워할 수 없기에 더 괴로워하고 더 힘들어하며..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척 하면서 친구라는 이름의 끈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우리의 23살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no 19 End -

 

(이슬)

바쁜 생활에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나를 잊곤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이렇게 잊고 살다가 영원히 잊어버리는건 아닌지...

오늘만큼은 아무리 바뻐도 나란 존재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를 기억해야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건 나 또한 그 누군가를 잊고 있기때문은 아닐가..  이슬감정을 숨기는건 사랑에 대한 반칙이다(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