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개는 그저 평범한 도시에 사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고, 그 이유는 각기 다르며 김안개도 그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다.
김안개의 삶이 더이상 평범하다고 할 수 없게 된, 그 날.
김안개는 그 날 학교에서 무엇을 봤을까? 무엇이 그녀를 괴롭게 했을까? 나락을 맛보게 했을까? 잠들기 전 다음날 시작될 끔찍한 아침을 두려워하게 했을까? 직접 김안개가 되어보지 않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는 그저 한 여자아이를 봤다. 그뿐이다. 감정은 그뿐이 아녔겠지만 말이다. 김안개는 아직 집에 가지 않고 누워 자고 있는 학급 친구를, 오후 다섯시의 교실에서 목격했다. 그 아이의 책상엔 뱃지 형식의 이름표가 있었다. "애경?" 이름을 부르자 애경은 고개를 뒤척였다. 애경의 움직임에 따라 휘청이는 머리칼들이 퍽 아름다운 모양새였다. 김안개는 흠칫 놀라곤 다시금 크게 이름을 불렀다. "애경!" 그러자 학급 친구의 책상이 한 번 덜컹, 했다. 부스럭거리며 고개를 든 애경은 꽤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물들어 가슴 아래까지 살짝 파마로 휘말려 흘러있었고, 가디건과 동복의 조합이 귀엽게 어울릴 정도로 가디건의 폭에 여유가 있었다. 이마에 손을 얹어 앞머리와 눈을 동시에 가린 애경은 "몇 시…?" 라고 첫 마디를 내놓았다. 김안개는 나름 두근댔다. 그 상황을 더욱 가속시킨 건 난데없게도 김안개의 성격이었다. 앞뒤 구분을 모르는 김안개는 애경의 머리칼을, 애경의 귀 뒤로 쓸어넘기곤 그 곳으로 손바닥을 대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적막과 노을진 바탕이 받쳐주는 분위기 속에서 김안개는 소근거렸다. "ㅡ오후 다섯시야." 갑작스레 줄어든 거리감에 차마 적응하지 못한 애경은 고개를 뒤로 쭉 빼곤 어, 어. 라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김안개는 갈 곳 잃은 애경의 오른손을 잡고 위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늦었어. 집에 가자."
그러자 애경이 당황을 채 숨기지 못하고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 대답을 했다. 애경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그저 김안개와 함께 교문 밖을 나설 뿐이었다. 노을이 너릿너릿 지고 있는 하늘 아래, 애경과 안개는 고요한 정적의 선율을 타고 흘러간다. 가볍게 선선한 바람이 따스한 공기에 스치듯 애경과 안개는 서로의 시선에 부딪친다. 그러나 온전한 무음은 얼마 안 가 안개의 말소리로 인해 깨져버렸다.
"너, 저쪽으로 가?"
갈림길이 온 것이다. 안개는 왼쪽, 애경은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하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안개의 눈빛에서 잔물결이 보이는 것 같았고, 그 분위기에 휘말린 애경이 찰나에 멈칫했다. 그때, 애경이 말을 꺼내기 전에 안개가 먼저 선수를 쳤다.
"놀이터 들렸다 갈래?" 쉽게 말하면 헤어지기 싫다는 뜻이다. 애경은 안개의 이러한 행동엔 개연성이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했다. 점차 이 상황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01
김안개
김안개는 그저 평범한 도시에 사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고, 그 이유는 각기 다르며 김안개도 그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다.
김안개의 삶이 더이상 평범하다고 할 수 없게 된, 그 날.
김안개는 그 날 학교에서 무엇을 봤을까? 무엇이 그녀를 괴롭게 했을까? 나락을 맛보게 했을까? 잠들기 전 다음날 시작될 끔찍한 아침을 두려워하게 했을까? 직접 김안개가 되어보지 않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는 그저 한 여자아이를 봤다. 그뿐이다. 감정은 그뿐이 아녔겠지만 말이다. 김안개는 아직 집에 가지 않고 누워 자고 있는 학급 친구를, 오후 다섯시의 교실에서 목격했다. 그 아이의 책상엔 뱃지 형식의 이름표가 있었다. "애경?" 이름을 부르자 애경은 고개를 뒤척였다. 애경의 움직임에 따라 휘청이는 머리칼들이 퍽 아름다운 모양새였다. 김안개는 흠칫 놀라곤 다시금 크게 이름을 불렀다. "애경!" 그러자 학급 친구의 책상이 한 번 덜컹, 했다. 부스럭거리며 고개를 든 애경은 꽤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물들어 가슴 아래까지 살짝 파마로 휘말려 흘러있었고, 가디건과 동복의 조합이 귀엽게 어울릴 정도로 가디건의 폭에 여유가 있었다. 이마에 손을 얹어 앞머리와 눈을 동시에 가린 애경은 "몇 시…?" 라고 첫 마디를 내놓았다. 김안개는 나름 두근댔다. 그 상황을 더욱 가속시킨 건 난데없게도 김안개의 성격이었다. 앞뒤 구분을 모르는 김안개는 애경의 머리칼을, 애경의 귀 뒤로 쓸어넘기곤 그 곳으로 손바닥을 대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적막과 노을진 바탕이 받쳐주는 분위기 속에서 김안개는 소근거렸다. "ㅡ오후 다섯시야." 갑작스레 줄어든 거리감에 차마 적응하지 못한 애경은 고개를 뒤로 쭉 빼곤 어, 어. 라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김안개는 갈 곳 잃은 애경의 오른손을 잡고 위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늦었어. 집에 가자."
그러자 애경이 당황을 채 숨기지 못하고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 대답을 했다. 애경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그저 김안개와 함께 교문 밖을 나설 뿐이었다. 노을이 너릿너릿 지고 있는 하늘 아래, 애경과 안개는 고요한 정적의 선율을 타고 흘러간다. 가볍게 선선한 바람이 따스한 공기에 스치듯 애경과 안개는 서로의 시선에 부딪친다. 그러나 온전한 무음은 얼마 안 가 안개의 말소리로 인해 깨져버렸다.
"너, 저쪽으로 가?"
갈림길이 온 것이다. 안개는 왼쪽, 애경은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하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안개의 눈빛에서 잔물결이 보이는 것 같았고, 그 분위기에 휘말린 애경이 찰나에 멈칫했다. 그때, 애경이 말을 꺼내기 전에 안개가 먼저 선수를 쳤다.
"놀이터 들렸다 갈래?" 쉽게 말하면 헤어지기 싫다는 뜻이다. 애경은 안개의 이러한 행동엔 개연성이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했다. 점차 이 상황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