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울려되는 크락션소리는 서서히 고막을 자극시킨다. 때는 겨울인지라 해도 일찍저물어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하늘은 어둡다. 다만 도로에 수없이 비춰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몇천개의 전구로 장식된 나무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달빛만이 어둠을 피하게 해줄뿐이다. "야!!! 유다현!! 서봐! 서보라구!!..야!!!!!"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무들의 도보.. 끝없이 길게 나열된 불빛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커플들뿐인 거리이지만, 유독 튀는 행동이 눈에 띄는 남여 한쌍이 지나간다. "유다현!!!!! 얘기 좀 하자구!! 나랑 얘기 좀 해!" "너랑 할 말 없어. 비켜" 한 여자 앞을 가로막으며 얘기하는 남자는 내년이면 고3이 되는 한이령이고 그 남자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여인은 그의 동갑내기 친구 유다현이다. "대체 모가 문제인건데! 대체 모가..!!" "..몰라서..묻니?" 이령의 고함에 가던 걸음을 멈추곤 어이없다는듯 정색하며 말을하는 다현. 이미 태후와의 약속시간이 지나감을 느낌에 걸음을 제촉해보았지만, 앞길을 막는 이령의 몸짓에 가는걸음을 멈칫한지도 벌써 여러번이다. "내 얘기 좀 들어보라구! 그건!!" "필요없어. 이제와서 괜한 변명 듣고 싶지 않아." "그건 나도 모르는일이였단 말이야! 그자식들이 멋대로.." 이젠 팔까지 잡아끌며 걸음을 멈추려 하는 이령. 그 손짓에 몸부림쳐보는 다현이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그만해!! 다신 그 얘기 듣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제발 이러지 마..나 빨리 가봐야돼..그만 놔줘.." 아까부터 쫒아와 계속 앞길을 막는 이령이 때문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진 다현은 끝내 소리까지 질러된다. "그자식..만나러?" 하지만 그말에 더욱 정색하며 나오는 이령. "..하아.........거의 다왔어. 이만 가줘." 이령에 태도에 한숨석인 한마디를 건내는 다현. 혹여 태후가 이 모습을 보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이령을 보내려 하는 다현이지만 절대 갈 생각 조차..아니..더이상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이령이다. ".......가야돼.." 이젠 화낼 기력조차 없다. 조금은 애궐하는듯한 말투.. "그 자식이 볼까봐 그래?" "이령아." "나때문에 그 자식이랑 오해 생길까봐?" "한이령.." 하지만 이령은 다현의 그런태도에 더욱 화가나기 시작하고.. "그럼 그전에 나랑 먼저 얘기 하면 되잖아!!" 자신보다 태후가 먼저라는 사실에 그 화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걸 나중에 할께. 이미 난 태후랑 약속된 상태라구. 이런 모습 보여줘봤자..서로 안좋은거 아니야? 다음에 다시 얘기 하자." 타이르듯 이령에게 말을 건내고 뒤돌아서는 다현이지만 이미 잡혀버린 손목엔 더욱 힘이 들어올 뿐이다. "아파.." 점점 아파오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이령에게 말했다. 하지만 원망스런 눈빛만을 보내는 이령. 그 눈빛을 피하려 고개를 돌려보는 다현이지만.. 돌린 그곳에선 서서히 뚜렷해 지는 태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발..놔 줘........" 모든걸 체념한듯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리고 이령도 체념한듯 서서히 손에 잡혀온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풀린 손을 떨쳐내며 태후가 있는 곳으로 발을 돌리려는 다현. 하지만 그 순간, 이령의 말이 다현의 발목을 다시 잡아버렸다. "지금..그 자식한테 가면...죽어버릴꺼야.." 어이없는 그 한마디. 이젠 그런 이령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이다. 죽는다는말이 그리도 쉬운 소리던가.. 아무렇지 않은듯 다현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이령을 보며 다현은 이령이 더욱 한심스러워졌다. "하..나 때문에..죽는다구? 너가?" "이렇게 버림받느니 여기서 죽는게 나아." 처음 이령의 사랑은 순수했다. 그저 다현이가 좋았고..다현이 옆에 있고 싶어한것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었지만, 그저..옆에만 있을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에 지켜온 사랑이었지만, 태후의 일로 점점 자신에게 멀어져 가는 다현을 보며.. 그 사랑은 서서히 불안을 안고..집착을 낳았다. "..넌 그럴 정도로 날 사랑하지 않아." "아니. 그 정도로 널 사랑해." "집착이야...더이상 널 봐주지 않는 내가 단지 미워서일뿐이라구!" "아니야! 니가 몰 안다 그래? 너가..한번이라도 날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 본적 있어? 제대로 날 알려고 노력해 본적이나 있냐구!" 이령에게 더이상 내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봐주지 않으려 했던 내가..그저 이령은 미웠을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태후만을 바라봤던 내가..이령은 두려웠을것이다. 하지만..난 그런 이령을 바라볼 수가 없다. 이미 한사람만으로도 꽉차버린 내 마음은..내 심장은.. 다른 사람을 바라볼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난..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해. 그거면 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가 아니라구!" "곧 너도 날 좋아하게 될꺼야. 틀림없어." "..하아...한이령..지금 넌 착각하고 있는거야..제발..정신차려." 이젠 집착이 되어버린 사랑. 그건..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가장한 어이없는 욕망일뿐이다. 그 욕망이 그의 앞을가리고..눈을 가려.. 잠시..느낄수 없을 뿐이다. ..잊어 버리고 있을 뿐이다. 분명..얼마지나지 않아 오늘의 일을 후회할 날이 곧 올 것이다.. 미치도록 후회할 날이.. "..그만하자. 난 더이상 널 상대할 시간이 없어." 이미 태후는 다현의 근처까지 와 있었다.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다현을 바라보며 걸어오는 태후는 다현의 뒤로보이는 남자가 이령임을 눈치 채고 있었다. "난..진심이야. 너 가면..나..정말 죽어." "..그래..맘대로 해. 가서 죽는지 살든지 마음대로 하라구. 너한테 무슨일이 생기든 더이상 나랑은 상관없는일이니깐." 그냥 홧김에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미 잃을대로 잃은 정신이기에..말이 헛나온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목숨을 그리 하찮게 어길정도로 이령은 어리석지 않았으며 나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버릴정도로 생각이 짧은 애가 아니라고.. 그땐..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아무런 생각없이 내밷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모해?" "어..왔어? 친구가 자꾸 할얘기가 있다구해서.." 이령을 버려둔채 몇 발자국 걷지 않아 태후를 만날수 있었다. 이미 자신의 근처까지 와있었던 태후였던것이다. "이령이형이?" "어..이제 됐어. 가자" "아직도 서있는데? 할 얘기 더 있는거 아니야?" 다현의 뒤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하는 태후. 하지만 다현은 그일에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그냥 가자." "...어? 근데..형 어디가는거야?" "집에가나 보지. 우리도 이만 가자." 뒤돌아 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태후에 말에 순간 안심이 되어버린 마음은 숨길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경이 쓰이지 않은건 아니였는데, 역시 이령이도 생각이 짧은 아인 아니었던 것이다. "어?? 형!!!!!!!!" 짧은 순간이었다. 태후를 잡고 있던 내 손을 뿌리친채 태후가 달리기 시작한것은.. 그리고 그 몸짓에 이끌려 나까지 뒤돌아 보게 되었고, 8차선 도로에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한남자를 뒤쫒아가는 태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몇초후...엄청난 광음 소리와 함께..모든것은 멈췄다. 그리 빠르게 지나가던 자동차들도.. 여기저기 요란하게 울려되던 크락션소리도.. 한남자를 쫒아 달려가던 태후의 모습도... 슬로우모션처럼 모든것이 정지 된듯 보였다. 다만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나의 모든 세포와..신경들을 제외하곤..... ......하아.....하아......하아..... 심장박동이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너무 빨라 숨조차 쉴수가 없고, 생각조차 할 여력이 없다. 그 광음소리가 난 곳으로 걸음을 한걸음씩 옮길때마다 사람들은 더욱더 몰려들었고, 이내 모여든 사람들 속에 가려..태후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야.......아니야...... 그래...아닐꺼야........ 분명..다시 웃으며 나타날꺼야... 저 사람들을 해치고 지나가면.. 웃으며 나를 반길 태후가 보일꺼야... 그럴꺼야.....그래...틀림없이.....그럴꺼야..... 이말을 속으로 몇번이나 반복하며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아닐거라고..분명 잘 못 본것일거라고.. 쉴틈없이 뛰어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사람들을 해쳐 지나갔다. 그리고..서서히 나의 각막속에 각인되는 얼굴... 태후였다. 분명 웃으며 나를 반길 태후일텐데.. 분명 이런일에 괜히 과민반응한다며 나를 놀려댈 태후일텐데.. ..그런 나의 태후를 뒤로한채...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태후만이 나를 반긴다.... 분명 무언가 잘 못 된 것일 거라며.... 분명 무슨 착오가 생긴 일일 것이라며... 미어지는 가슴을...숨막히는 고통을...견뎌보려 하지만... 이미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차갑게 식어버린 태후의 얼굴을 적시고 만다........... ".....태..후야.........일..어나봐...... ..태후야.....일어나봐아~~....... .....태후야..!! 일어나봐아아아아!!!" 아무리 흔들며 태후를 깨워봐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소리지르며 때려봐도..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뜨거운 눈물은 비가 되어....... 차갑게 얼어버린 마음은 눈이 되어...... 온세상을 뒤덮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아무것도 느낄수 없게..... 견딜수 없는 이 현실을 피해.. 참을수 없는 이 순간을 피해.. 하얗게 모든것이 가려진 세상으로.. 비겁하게 난 도망가고 말았다. . . . . . . . . . . . . . . . "일어났어?" 다현이 정신을 차렸을땐 병원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다현의 기억이었다. "누구..세요.." 처음 건낸 한마디. 그 한마디에 유다는 당황했고, 빠르게 의사선생님을 불렀다. 그리고 판명된 다현이의 병명. 부분 기억상실증.. 중학교때를 기준으로 하여 지금까지의 기억을 잃어버린것이었다. 당연히 그땐 이령과 태후를 만나기 전이었으니.. "좀..괜찮아?" "응.." 그날이후 몇일이 흘렀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은 오빠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 오빠도 너무 커버렸기에 기억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만큼 익숙해진 다현이었다. "누가 병문안 왔는데.." "응? 누..가..?" 친구가 없었던것이라 생각했다. 내성적이 었거나..말이 없어 원래 친구가 없는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병문안을 왔다고한다. 무엇보다 기뻤다. 혼자가 아니었다는 현실에..기쁜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병원에 입원한지 보름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명 온것 뿐이었다. "안녕. 난 이령이라고해. 사고나기전 니 남자친구였어." 깔끔한 외모..서글서글한 인상.. 특히 웃을때 들어가는 보조개가 인상깊었다. 남자친구라.. 내게도 그런것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 . "넌 보라색튤립을 좋아했어. 영원한 애정을 뜻해." "아..정말? 보라색 튤립이라..이쁘겠다." "내년에 튤립축제하면 같이 보러가자. 선물해줄께" "와..정말? 그럼 그땐 난 몰 선물해주지? 받기만 하는건 싫은데.." "괜찮아. 난..너가 내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값진 선물이니깐.." 모든것이 신기했다. 제대로 아는것도 없었던 지라 이령이의 말은 곧 믿음이 되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믿음은 쌓여 사랑이 되었다. . . "..하아..이령아...나..아파....아파..." 어느날은 감기를 심하게 앓은날이 있었다. 오빠도 없던 집안이었기에 급히 이령이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얼마 되지 않아 땀투성이가 되어 약봉지를 들고 온 이령이가 내옆에 서 있었다. "아프지 마...내가 다 아플테니깐..넌..아프지마.." 이령은 다현을 위한것이면 무엇이든 했다. 드디어 다현을 가졌다는 사실에 끔찍할 정도로 다현을 아꼈고, 보살펴줬다. 당연히 그런 이령의 모습을 보며 다현은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어느 한치의 의심도 없이...오차도 없이... 다현은 이령을 믿었고, 자신의 모든것이라 생각하며 사랑해왔다. 모든것이 거짓된 기억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한채.. 모든것이 조작된 행복이었음을 알아채지 못한채.. ...3년이란 세월은 그렇게..흘러가고 있었다..... . . . . . . ** 행복한 하루 되세요! 카페에 놀러오세요♡ 많은 작가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http://cafe.daum.net/FallinLove 한줄과 추천은 써니의 힘! 읽어주신 모두분들 감사해요♡
[단편]The Last Desire..ㅣ5ㅣ <부제 : 잃어버린 기억>
여기저기서 울려되는 크락션소리는 서서히 고막을 자극시킨다.
때는 겨울인지라 해도 일찍저물어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하늘은 어둡다.
다만 도로에 수없이 비춰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몇천개의 전구로 장식된 나무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달빛만이 어둠을 피하게 해줄뿐이다.
"야!!! 유다현!! 서봐! 서보라구!!..야!!!!!"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무들의 도보..
끝없이 길게 나열된 불빛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커플들뿐인 거리이지만,
유독 튀는 행동이 눈에 띄는 남여 한쌍이 지나간다.
"유다현!!!!! 얘기 좀 하자구!! 나랑 얘기 좀 해!"
"너랑 할 말 없어. 비켜"
한 여자 앞을 가로막으며 얘기하는 남자는 내년이면 고3이 되는 한이령이고
그 남자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여인은 그의 동갑내기 친구 유다현이다.
"대체 모가 문제인건데! 대체 모가..!!"
"..몰라서..묻니?"
이령의 고함에 가던 걸음을 멈추곤 어이없다는듯 정색하며 말을하는 다현.
이미 태후와의 약속시간이 지나감을 느낌에 걸음을 제촉해보았지만,
앞길을 막는 이령의 몸짓에 가는걸음을 멈칫한지도 벌써 여러번이다.
"내 얘기 좀 들어보라구! 그건!!"
"필요없어. 이제와서 괜한 변명 듣고 싶지 않아."
"그건 나도 모르는일이였단 말이야! 그자식들이 멋대로.."
이젠 팔까지 잡아끌며 걸음을 멈추려 하는 이령.
그 손짓에 몸부림쳐보는 다현이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그만해!! 다신 그 얘기 듣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제발 이러지 마..나 빨리 가봐야돼..그만 놔줘.."
아까부터 쫒아와 계속 앞길을 막는 이령이 때문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진 다현은 끝내 소리까지 질러된다.
"그자식..만나러?"
하지만 그말에 더욱 정색하며 나오는 이령.
"..하아.........거의 다왔어. 이만 가줘."
이령에 태도에 한숨석인 한마디를 건내는 다현.
혹여 태후가 이 모습을 보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이령을 보내려 하는 다현이지만
절대 갈 생각 조차..아니..더이상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이령이다.
".......가야돼.."
이젠 화낼 기력조차 없다.
조금은 애궐하는듯한 말투..
"그 자식이 볼까봐 그래?"
"이령아."
"나때문에 그 자식이랑 오해 생길까봐?"
"한이령.."
하지만 이령은 다현의 그런태도에 더욱 화가나기 시작하고..
"그럼 그전에 나랑 먼저 얘기 하면 되잖아!!"
자신보다 태후가 먼저라는 사실에 그 화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걸 나중에 할께. 이미 난 태후랑 약속된 상태라구.
이런 모습 보여줘봤자..서로 안좋은거 아니야? 다음에 다시 얘기 하자."
타이르듯 이령에게 말을 건내고 뒤돌아서는 다현이지만
이미 잡혀버린 손목엔 더욱 힘이 들어올 뿐이다.
"아파.."
점점 아파오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이령에게 말했다.
하지만 원망스런 눈빛만을 보내는 이령.
그 눈빛을 피하려 고개를 돌려보는 다현이지만..
돌린 그곳에선 서서히 뚜렷해 지는 태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발..놔 줘........"
모든걸 체념한듯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리고 이령도 체념한듯 서서히 손에 잡혀온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풀린 손을 떨쳐내며 태후가 있는 곳으로 발을 돌리려는 다현.
하지만 그 순간, 이령의 말이 다현의 발목을 다시 잡아버렸다.
"지금..그 자식한테 가면...죽어버릴꺼야.."
어이없는 그 한마디.
이젠 그런 이령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이다.
죽는다는말이 그리도 쉬운 소리던가..
아무렇지 않은듯 다현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이령을 보며
다현은 이령이 더욱 한심스러워졌다.
"하..나 때문에..죽는다구? 너가?"
"이렇게 버림받느니 여기서 죽는게 나아."
처음 이령의 사랑은 순수했다.
그저 다현이가 좋았고..다현이 옆에 있고 싶어한것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었지만,
그저..옆에만 있을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에 지켜온 사랑이었지만,
태후의 일로 점점 자신에게 멀어져 가는 다현을 보며..
그 사랑은 서서히 불안을 안고..집착을 낳았다.
"..넌 그럴 정도로 날 사랑하지 않아."
"아니. 그 정도로 널 사랑해."
"집착이야...더이상 널 봐주지 않는 내가 단지 미워서일뿐이라구!"
"아니야! 니가 몰 안다 그래?
너가..한번이라도 날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 본적 있어?
제대로 날 알려고 노력해 본적이나 있냐구!"
이령에게 더이상 내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봐주지 않으려 했던 내가..그저 이령은 미웠을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태후만을 바라봤던 내가..이령은 두려웠을것이다.
하지만..난 그런 이령을 바라볼 수가 없다.
이미 한사람만으로도 꽉차버린 내 마음은..내 심장은..
다른 사람을 바라볼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난..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해. 그거면 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가 아니라구!"
"곧 너도 날 좋아하게 될꺼야. 틀림없어."
"..하아...한이령..지금 넌 착각하고 있는거야..제발..정신차려."
이젠 집착이 되어버린 사랑.
그건..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가장한 어이없는 욕망일뿐이다.
그 욕망이 그의 앞을가리고..눈을 가려..
잠시..느낄수 없을 뿐이다.
..잊어 버리고 있을 뿐이다.
분명..얼마지나지 않아 오늘의 일을 후회할 날이 곧 올 것이다..
미치도록 후회할 날이..
"..그만하자. 난 더이상 널 상대할 시간이 없어."
이미 태후는 다현의 근처까지 와 있었다.
해맑은 웃음을 띄우며 다현을 바라보며 걸어오는 태후는
다현의 뒤로보이는 남자가 이령임을 눈치 채고 있었다.
"난..진심이야. 너 가면..나..정말 죽어."
"..그래..맘대로 해. 가서 죽는지 살든지 마음대로 하라구.
너한테 무슨일이 생기든 더이상 나랑은 상관없는일이니깐."
그냥 홧김에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미 잃을대로 잃은 정신이기에..말이 헛나온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목숨을 그리 하찮게 어길정도로 이령은 어리석지 않았으며
나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버릴정도로 생각이 짧은 애가 아니라고..
그땐..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아무런 생각없이 내밷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모해?"
"어..왔어? 친구가 자꾸 할얘기가 있다구해서.."
이령을 버려둔채 몇 발자국 걷지 않아 태후를 만날수 있었다.
이미 자신의 근처까지 와있었던 태후였던것이다.
"이령이형이?"
"어..이제 됐어. 가자"
"아직도 서있는데? 할 얘기 더 있는거 아니야?"
다현의 뒤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하는 태후.
하지만 다현은 그일에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그냥 가자."
"...어? 근데..형 어디가는거야?"
"집에가나 보지. 우리도 이만 가자."
뒤돌아 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태후에 말에 순간 안심이 되어버린 마음은 숨길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경이 쓰이지 않은건 아니였는데,
역시 이령이도 생각이 짧은 아인 아니었던 것이다.
"어?? 형!!!!!!!!"
짧은 순간이었다.
태후를 잡고 있던 내 손을 뿌리친채 태후가 달리기 시작한것은..
그리고 그 몸짓에 이끌려 나까지 뒤돌아 보게 되었고,
8차선 도로에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한남자를 뒤쫒아가는 태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몇초후...엄청난 광음 소리와 함께..모든것은 멈췄다.
그리 빠르게 지나가던 자동차들도..
여기저기 요란하게 울려되던 크락션소리도..
한남자를 쫒아 달려가던 태후의 모습도...
슬로우모션처럼 모든것이 정지 된듯 보였다.
다만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나의 모든 세포와..신경들을 제외하곤.....
......하아.....하아......하아.....
심장박동이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너무 빨라 숨조차 쉴수가 없고, 생각조차 할 여력이 없다.
그 광음소리가 난 곳으로 걸음을 한걸음씩 옮길때마다 사람들은 더욱더 몰려들었고,
이내 모여든 사람들 속에 가려..태후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야.......아니야......
그래...아닐꺼야........
분명..다시 웃으며 나타날꺼야...
저 사람들을 해치고 지나가면..
웃으며 나를 반길 태후가 보일꺼야...
그럴꺼야.....그래...틀림없이.....그럴꺼야.....
이말을 속으로 몇번이나 반복하며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아닐거라고..분명 잘 못 본것일거라고..
쉴틈없이 뛰어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사람들을 해쳐 지나갔다.
그리고..서서히 나의 각막속에 각인되는 얼굴...
태후였다.
분명 웃으며 나를 반길 태후일텐데..
분명 이런일에 괜히 과민반응한다며 나를 놀려댈 태후일텐데..
..그런 나의 태후를 뒤로한채...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태후만이 나를 반긴다....
분명 무언가 잘 못 된 것일 거라며....
분명 무슨 착오가 생긴 일일 것이라며...
미어지는 가슴을...숨막히는 고통을...견뎌보려 하지만...
이미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차갑게 식어버린 태후의 얼굴을 적시고 만다...........
".....태..후야.........일..어나봐......
..태후야.....일어나봐아~~.......
.....태후야..!! 일어나봐아아아아!!!"
아무리 흔들며 태후를 깨워봐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소리지르며 때려봐도..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뜨거운 눈물은 비가 되어.......
차갑게 얼어버린 마음은 눈이 되어......
온세상을 뒤덮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아무것도 느낄수 없게.....
견딜수 없는 이 현실을 피해..
참을수 없는 이 순간을 피해..
하얗게 모든것이 가려진 세상으로..
비겁하게 난 도망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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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어?"
다현이 정신을 차렸을땐 병원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다현의 기억이었다.
"누구..세요.."
처음 건낸 한마디.
그 한마디에 유다는 당황했고, 빠르게 의사선생님을 불렀다.
그리고 판명된 다현이의 병명.
부분 기억상실증..
중학교때를 기준으로 하여 지금까지의 기억을 잃어버린것이었다.
당연히 그땐 이령과 태후를 만나기 전이었으니..
"좀..괜찮아?"
"응.."
그날이후 몇일이 흘렀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은 오빠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 오빠도 너무 커버렸기에 기억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만큼 익숙해진 다현이었다.
"누가 병문안 왔는데.."
"응? 누..가..?"
친구가 없었던것이라 생각했다.
내성적이 었거나..말이 없어 원래 친구가 없는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병문안을 왔다고한다. 무엇보다 기뻤다.
혼자가 아니었다는 현실에..기쁜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병원에 입원한지 보름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명 온것 뿐이었다.
"안녕. 난 이령이라고해. 사고나기전 니 남자친구였어."
깔끔한 외모..서글서글한 인상..
특히 웃을때 들어가는 보조개가 인상깊었다.
남자친구라..
내게도 그런것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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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보라색튤립을 좋아했어. 영원한 애정을 뜻해."
"아..정말? 보라색 튤립이라..이쁘겠다."
"내년에 튤립축제하면 같이 보러가자. 선물해줄께"
"와..정말? 그럼 그땐 난 몰 선물해주지? 받기만 하는건 싫은데.."
"괜찮아. 난..너가 내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값진 선물이니깐.."
모든것이 신기했다.
제대로 아는것도 없었던 지라 이령이의 말은 곧 믿음이 되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믿음은 쌓여 사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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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이령아...나..아파....아파..."
어느날은 감기를 심하게 앓은날이 있었다.
오빠도 없던 집안이었기에 급히 이령이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얼마 되지 않아 땀투성이가 되어
약봉지를 들고 온 이령이가 내옆에 서 있었다.
"아프지 마...내가 다 아플테니깐..넌..아프지마.."
이령은 다현을 위한것이면 무엇이든 했다.
드디어 다현을 가졌다는 사실에 끔찍할 정도로 다현을 아꼈고, 보살펴줬다.
당연히 그런 이령의 모습을 보며 다현은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어느 한치의 의심도 없이...오차도 없이...
다현은 이령을 믿었고, 자신의 모든것이라 생각하며 사랑해왔다.
모든것이 거짓된 기억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한채..
모든것이 조작된 행복이었음을 알아채지 못한채..
...3년이란 세월은 그렇게..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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