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초반의 판 눈팅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날이 오고야 말았네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는 다섯 살 연상의 회사원이고
연애한지는 2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올해 상견례를 하고 내년 봄쯤 식을 올리자고 얘기가 되었고, 서로의 부모님은 아직 찾아뵌 적이 없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며 기본적인 신상정보 정도 알고 계세요.
남친은 회사원이지만 자잘한 사업을 했던 경력이 있고
본인 분야에서 인정받아 연봉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남친의 아버지께서 전문직 종사자셔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들었고 그런 배경 때문인지
연애 초반에는 좋은 곳, 좋은 밥 많이 먹고
좋은 선물도 꽤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연봉도 적고 저희 집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속 편하게 받기만 하는 성격은 못 되어서
그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제 수준보다는 과하게 보답하기도 했죠. 그런 달은 다른 항목에서 지출을 줄인다거나 할부를 하면서요.
초반에야 이랬지만 둘 사이가 편해지고 나서는 제가
솔직히 얘기해서 남친의 큰 씀씀이는 많이 줄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제 사정은 남자친구도 알고 있고
최근에 들어 현실적으로 결혼에 대해 대화가 점차 오가고 있었어요.
본인이 어디에 얼마짜리 집(누구나 아실 만한 비싼 동네)
다 할 거고 아무것도 해올 필요 없다 등등 이야기를 하길래,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좀 아끼면서 계획적으로
준비하면 좋겠다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지난 주말에 영화보고 나와서 주차장을 가는데 주차확인증을 안 받아 온 거예요. 차까지 거의 다 온 상황이라 차키를 받아서 차 안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남친만 확인증 받으러 다시 영화관으로 올라갔고요.
넓고 복잡한 곳이라 좀 걸릴 거라 생각하고
핸드폰 보다가 정말 무심코 글로브박스를 열었어요.
뭐 잡다한 것들이 있고 제일 위에 빳빳한 종이인데
대충 한꺼번에 접어 놓은 게 여러 장 있는 거예요.
궁금해서 종이를 봤더니 세상에나..... 채무상환증이었어요. 그것도 듣도 보도 못 한 업체 이름들.
바로 검색해봤더니 대부업체들이더라고요...
하....... 금액은 무려 3천만원 가량.
일단 사진 찍어놓고 남친이 오길 기다렸어요.
멘붕에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래도 뭔가 설명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친이 주차증 가지고 왔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는 거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고 집에 가면서 영화 얘기를 하는데
귀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어떻게 말할까 이 생각만 했네요. 집 거의 다 와서 잠깐 비상등 키고 차 세우라고 했습니다.
할 말 없냐 물었더니, 무슨 할 말?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고민하다 그냥 얘기했어요.
오빠 빚 있어? 라고 물었더니
무슨 빚?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잡아떼더라고요.
제가 말 없이 글로브박스 열어서 종이 주니
하아..... 이러면서 얘기를 시작하대요.
지금 본인 앞으로 빚이 1억 5천이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 갚은 금액까지 하면 1억 8천이었겠죠?
저는 너무 놀라서 어떻게 그렇게 큰 금액을 빚지게 되었냐 물었더니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됐대요.
사업 때문이었냐 물으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고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돼서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카드 돌려막기 하다가 대출도 막히고 결국 대부업체까지 갔다고요.
아니, 연봉도 그렇게 많이 받고 차도 이렇게 좋은 걸 타고 집까지 좋은 데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빚을 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연애하면서 진 빚이냐 했더니 일부 그렇지만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결혼 얘기까지 하고 있었으면서 저를 속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남은 빚이 정말 1억 5천인지, 10억인지 내가 어떻게 믿냐... 뭘 믿고 결혼을 하냐. 다른 여자가 있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면 이 금액이 설명이 안 된다.
더군다나 나한테 집 해온다 어쩐다 이 소리는 대체 다 뭐냐? 엄청 쏘아댔더니 그런 거 아니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 뿐.
여자나 도박 이런 거 절대 아니라고. 남친이 모든 걸 확인시켜 준다며 모든 은행, 카드 등 볼 수 있게끔 했는데,
제가 직접 확인한 팩트는
1. 빚 금액 맞음
2. 연봉은 제게 말한 게 맞음
3. 학벌 맞음
4. 남친 집은 월세인데 실제로 알아보니 제가 알고있는 금액보다 훨씬 비쌈.
5. 여자+도박은 아님. 웬만한 결제내역 싹 다 뒤졌는데 의심갈 만한 부분 없었음.....
하...
저는 풍족하게 살지 못 했기 때문에 남친의 경제력이 안정감을 줄 수는 있겠다라고는 생각했지만요.
결혼하고 회사 그만두는 취집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 없고,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학원도 다니고 자기계발합니다.
또 신용카드도 비상으로 한 장 있는게 전부고요.
남친은 씀씀이는 크지만 저 못지 않게 자기계발 중요하게 생각하고, 저보다 훨씬 학벌도 좋으며 책 많이 읽고요.
일은 또 엄청 열심히 합니다.
결혼하면 경제권은 넘겨주고 용돈 받아 살고싶다...
그런 사람이라 믿었고 결혼을 하면 정말 잘 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또 서로 맞는 부분 중 가장 큰 것은
2세 계획이 없다는 거였고요.
일단 남친이 하는 얘기는,
내가 솔직히 얘기하지 못 해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빚이 불어날 줄은 몰랐다
본인이 빚을 열심히 변제하는 중이며
결혼 전까지 모두 빚을 갚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얘기했던 집은 어렵다, 다만 열심히 모아서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 입니다.
이 외에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조목조목 계획을 얘기하면서 저를 설득하는데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보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가도
결혼해서 경제권을 제가 갖고 잘 관리하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괴롭습니다.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 구나... 생각했는데.
중요한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보니 이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나름 네이트판 10년차라 댓글이 어떻게 달릴지 예상은 되지만... 웃프지만 이제야 글쓴이들의 마음을 알겠네요.
결혼을 약속한 남친에게 뒷통수 맞았네요.
30대 초반의 판 눈팅만 10년이 다 되어가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날이 오고야 말았네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는 다섯 살 연상의 회사원이고
연애한지는 2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올해 상견례를 하고 내년 봄쯤 식을 올리자고 얘기가 되었고, 서로의 부모님은 아직 찾아뵌 적이 없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며 기본적인 신상정보 정도 알고 계세요.
남친은 회사원이지만 자잘한 사업을 했던 경력이 있고
본인 분야에서 인정받아 연봉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남친의 아버지께서 전문직 종사자셔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고 들었고 그런 배경 때문인지
연애 초반에는 좋은 곳, 좋은 밥 많이 먹고
좋은 선물도 꽤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연봉도 적고 저희 집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속 편하게 받기만 하는 성격은 못 되어서
그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제 수준보다는 과하게 보답하기도 했죠. 그런 달은 다른 항목에서 지출을 줄인다거나 할부를 하면서요.
초반에야 이랬지만 둘 사이가 편해지고 나서는 제가
솔직히 얘기해서 남친의 큰 씀씀이는 많이 줄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제 사정은 남자친구도 알고 있고
최근에 들어 현실적으로 결혼에 대해 대화가 점차 오가고 있었어요.
본인이 어디에 얼마짜리 집(누구나 아실 만한 비싼 동네)
다 할 거고 아무것도 해올 필요 없다 등등 이야기를 하길래,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좀 아끼면서 계획적으로
준비하면 좋겠다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지난 주말에 영화보고 나와서 주차장을 가는데 주차확인증을 안 받아 온 거예요. 차까지 거의 다 온 상황이라 차키를 받아서 차 안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남친만 확인증 받으러 다시 영화관으로 올라갔고요.
넓고 복잡한 곳이라 좀 걸릴 거라 생각하고
핸드폰 보다가 정말 무심코 글로브박스를 열었어요.
뭐 잡다한 것들이 있고 제일 위에 빳빳한 종이인데
대충 한꺼번에 접어 놓은 게 여러 장 있는 거예요.
궁금해서 종이를 봤더니 세상에나..... 채무상환증이었어요. 그것도 듣도 보도 못 한 업체 이름들.
바로 검색해봤더니 대부업체들이더라고요...
하....... 금액은 무려 3천만원 가량.
일단 사진 찍어놓고 남친이 오길 기다렸어요.
멘붕에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래도 뭔가 설명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친이 주차증 가지고 왔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는 거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고 집에 가면서 영화 얘기를 하는데
귀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어떻게 말할까 이 생각만 했네요. 집 거의 다 와서 잠깐 비상등 키고 차 세우라고 했습니다.
할 말 없냐 물었더니, 무슨 할 말?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말해봐.
고민하다 그냥 얘기했어요.
오빠 빚 있어? 라고 물었더니
무슨 빚?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잡아떼더라고요.
제가 말 없이 글로브박스 열어서 종이 주니
하아..... 이러면서 얘기를 시작하대요.
지금 본인 앞으로 빚이 1억 5천이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 갚은 금액까지 하면 1억 8천이었겠죠?
저는 너무 놀라서 어떻게 그렇게 큰 금액을 빚지게 되었냐 물었더니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됐대요.
사업 때문이었냐 물으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고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돼서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카드 돌려막기 하다가 대출도 막히고 결국 대부업체까지 갔다고요.
아니, 연봉도 그렇게 많이 받고 차도 이렇게 좋은 걸 타고 집까지 좋은 데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빚을 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연애하면서 진 빚이냐 했더니 일부 그렇지만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결혼 얘기까지 하고 있었으면서 저를 속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남은 빚이 정말 1억 5천인지, 10억인지 내가 어떻게 믿냐... 뭘 믿고 결혼을 하냐. 다른 여자가 있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면 이 금액이 설명이 안 된다.
더군다나 나한테 집 해온다 어쩐다 이 소리는 대체 다 뭐냐? 엄청 쏘아댔더니 그런 거 아니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 뿐.
여자나 도박 이런 거 절대 아니라고. 남친이 모든 걸 확인시켜 준다며 모든 은행, 카드 등 볼 수 있게끔 했는데,
제가 직접 확인한 팩트는
1. 빚 금액 맞음
2. 연봉은 제게 말한 게 맞음
3. 학벌 맞음
4. 남친 집은 월세인데 실제로 알아보니 제가 알고있는 금액보다 훨씬 비쌈.
5. 여자+도박은 아님. 웬만한 결제내역 싹 다 뒤졌는데 의심갈 만한 부분 없었음.....
하...
저는 풍족하게 살지 못 했기 때문에 남친의 경제력이 안정감을 줄 수는 있겠다라고는 생각했지만요.
결혼하고 회사 그만두는 취집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 없고,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학원도 다니고 자기계발합니다.
또 신용카드도 비상으로 한 장 있는게 전부고요.
남친은 씀씀이는 크지만 저 못지 않게 자기계발 중요하게 생각하고, 저보다 훨씬 학벌도 좋으며 책 많이 읽고요.
일은 또 엄청 열심히 합니다.
결혼하면 경제권은 넘겨주고 용돈 받아 살고싶다...
그런 사람이라 믿었고 결혼을 하면 정말 잘 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또 서로 맞는 부분 중 가장 큰 것은
2세 계획이 없다는 거였고요.
일단 남친이 하는 얘기는,
내가 솔직히 얘기하지 못 해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빚이 불어날 줄은 몰랐다
본인이 빚을 열심히 변제하는 중이며
결혼 전까지 모두 빚을 갚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얘기했던 집은 어렵다, 다만 열심히 모아서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 입니다.
이 외에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조목조목 계획을 얘기하면서 저를 설득하는데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보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가도
결혼해서 경제권을 제가 갖고 잘 관리하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괴롭습니다.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 구나... 생각했는데.
중요한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보니 이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나름 네이트판 10년차라 댓글이 어떻게 달릴지 예상은 되지만... 웃프지만 이제야 글쓴이들의 마음을 알겠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