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형을 둔 남친과의 결혼

ㅇㅇ2019.03.07
조회26,270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 입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대학 같은 과 동기로, 대학시절엔 쭉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다 같은 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귀게 되었어요.

학창시절 지켜본 남친은, 모난곳 없이 둥글둥글한 성격에, 선후배 골고루 인간 관계도 좋고, 평이 좋은 사람 이었습니다. 지금도 한결같은 그 성격이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로 지낼 때, 뭐 이래저래 들리는 얘기들로 남친 집이 꽤나 여유롭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고 보니, 준재벌 정도의 집안 이었어요. 남친의 조부께서 남겨주신 재산이 많은데, 삼형제가 골고루 재산을 나눠 받은 것이, 서울 도처에 위치한 빌딩 2개씩을 각자 받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남친의 아버님도 지나가다 '아~ 저 건물?' 하고 알아볼 정도의 꽤 규모있는 빌딩 2채를 갖고 계시고, 운영하시던 사업체를 현재는 정리하시고 건물세 만으로 여유있는 노후를 보내신다 들었습니다.

저희 집도 아버지께서 대학 병원 의사이셔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으나 남친에 비하면 소박한 정도죠..

제가 굳이 장황하게 경제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도 큰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전, 남친이 저에게 중요한 사안이라며 해 준 얘기가 있습니다.
본인은 2남2녀 중 막내이고, 본인 위로 누나 두명은 이미 결혼을 했고, 바로 위의 형은 같이 살고있는데,
이 형이, 자폐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지금 연애를 시작한다면 난 당연히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시작할 것이다. 물론 사람 일이라는게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결혼까지 하게 될 경우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니 미리 말한다 하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여 하는 말이,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이 좀 여유가 있는 편이라, 부모님이 계시는 지금은 집에서 전담으로 보살펴 주시는 간병인도 계시고 아무 문제가 없지만, 추후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계 된 경우, 보호자는 내 몫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부모님처럼 형과 한 집에서 생활하지는 않을꺼다. 요양원에 갈 예정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과도 다 얘기가 끝난 사안이다.
다만, 형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내가 보호자로서 연락을 받고 처리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최대한 네가 신경 쓰이는 일이 없도록 노력 하겠지만, 그래도 가족이 된 이상 전혀 모르는 일처럼 살 수는 없을꺼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난 그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대충 이렇게 이야기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형때문에 우울했던 집안 분위기가 남친이 늦둥이로 태어나면서 많이 밝아졌고,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에 둥글둥글 좋은 성격이 형성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그때 당시엔 굉장히 당황 스러웠어요. 그래서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며칠만 달라고 했었고, 그땐 남친을 향한 마음이 더 커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던건지 함께라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렇게 연인이 되었고요.
그 후, 우연히 남친 동네에서 보게 되었던 남친의 형은 제가 막연하게나마 상상했던 자폐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었어요. 성격이나 행동도 굉장히 순하시고, 생김새도 훤칠하게 잘 생기셨구요.
그래서 더 크게 생각지 않고 넘어가게 되었던 것도 같아요.

그런데 막상 최근들어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다 보니 걱정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한 가지는 아직 저희 부모님께서 이 사실을 모르신 다는 점이예요. 이건 제가 어떻게든 잘 말씀 드리고 한번은 넘어가야 할 산 이겠죠.

다른 한 가지는, 저희 자녀에 대한 걱정 이예요.
막상 결혼을 생각하고 보니 문득, 자폐는 유전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혹시라도 우리 아이에게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건 아닌가 그럼 난 그걸 감당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자녀를 낳지 않고 살아야하나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남친은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낳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걱정하고 있는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면 혹여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혹시 가족 중 지적 장애를 가지신 분이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어떻게 그 과정을 극복을 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께 답답한 제 마음의 하소연겸, 지혜를 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