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의 이야기 - 亡者(망자)의 알람시계

하은파더2019.03.10
조회566
40대의 장례지도사 입니다
순전히 돈을 적게벌진 않을것 같아 선택한 지금의 일에
어느덧 10년 가까이 종사하고 있네요^^

장례지도사라 하면 상조회사 근무자를 대부분 떠올리시지만
제 경우는 장례식장에서 근무합니다

24시간 격일근무에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는
몸도 마음도 고된 일이지만
상을 마치신 유족분들에게
"덕분에 큰일 잘 치뤗습니다~"란 감사인사를 들을때면 일에대한 보람도 느끼지요
저도 덕분에 제 식구 잘 건사하며 현재까지 근무중입니다^^


10여년의 기간동안
온전히 천수를 누리시고 생을 마감하시는 분부터
생후 몇개월 되지않은 아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을 모셔왓습니다

그중 온전히 천수를 누리지못하시고
뜻하지않은 사고로 생을 마감하신분의 장례를 진행할때는
어느때보다 조심스럽고 숙연해진답니다

고인분께서 제 또레이거나,
유족중 제 아이와 비슷한 또레가 잇을경우엔
동질감과 안쓰러움까지 배가되지요


폭염이란 단어까지 나올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급작스런 경찰의 이송요청에 주소만 받아적고 부랴부랴 이송차량을 몰고 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경찰측에서 이송요청 전화를 한 경우는
병환으로 병원등의 의료기관등에서 사망하신 경우가 아닌,
가정집..또는 기타장소(주택가 골목, 길)등이기에
인근주민들의 시선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이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장에 도착하기전까진
댁네에서 사망하신것인지 아님 외부에서 사망하신것인지
또 시신의 상테가 어떠한지
자세히 알지못합니다
그저 온전히 돌아가신 분이길 되도록 바라면서요..

도착한 현장의 상황은 꽤나 좋지않은 편에 속햇습니다
고지대에 위치한 좁은 골목길이라 이송차량의 진입도 어려웟을뿐더러
몰려든 인근주민들로 아수라장이 되 잇었죠

사고사 였습니다


다세대주택 담 안쪽바닥에
천이 덮혀진채
누워잇는 사람의 형상이 보엿습니다
덮혀진 천 사이로 보이는 핏물은
고인이 추락하여 사망하셧음을 보여주고 잇었죠

이런 경우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꽤나 힘든 상황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손상된 시신을 더이상의 손상없이
그 좁은틈새에서 오로지 인력으로만 모셔나와만 하기 때문이죠

어찌어찌하여 이송단카를 이용하여 고인을 이송차량에 모신후
녹초가 되어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앗습니다

유족이 있다면 경찰측의 연락을 받고 조서를 작성한후
시신확인의 절차가 이어지니까요
이어 조서작성을 마치신 유족분들이 장례식장으로 이동중이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앗고
길지않은 시간이 지난후 유족으로 보이는듯한 젋은 여성분이 사무실로 허겁지겁 들어왔습니다

한눈에 고인의 아내분이란걸 알수잇엇고
이제 저에겐 남편의 시신을 보여드려 사망을 확인시켜 드려야하는 힘든 과정이 남아잇엇죠

자세한 사망원인이 밝혀지기까지
고인의 시신은 이송해온 상테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기에
고인의 손상되지 않은 신체의 일부를 보여드리는것으로 확인을 대신하엿고
그후 아내분의 상황이 어떠하셧을지 더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슬픔에 몸도 가누지못하는 아내분을 대신하여
고인의 동생분께서 이후 절차를 진행해
빈소가 마련되엇습니다

급작스런 사고로 인한 사망..
비교적 젋다고 할수 잇는 나이..
게다가 아직 아기티를 벗지못한채 졸지에 상주가 되어버린 어린 외동딸...

당연 빈소의 분위기는 그 어느곳보다 침울햇고
유족들 대부분께서 조문도 받지못할 정도로 힘들어하셨죠
아빠의 영정사진을 보며 천진난만하게 아빠를 부르는 어린 딸아이의 행동은
근거리에서 보기만하던 저도 눈시울이 붉어질만큼 슬픈 광경이엇습니다


조문객이 집중적으로 몰리기 시작하는 저녁..
고인의 직장동료들께서 유족분들만큼이나 슬픔을 주체못하며 빈소로 향햇습니다

근무복차림으로 허겁지겁 도착해
고인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쏟으며 말을 잇지못하는 고인의 직장동료분들..

고인과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엇죠
여름에 유독 바쁜직업...

고인은 어느 다세대주택중 한집의 실외기 설치도중 추락하여 명을 달리하셧던겁니다

사랑하는 아내..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딸아이만을 남겨둔채...





밤이면 더 바빠지는 업무특성상
다른 상가의 일들을 겸임하며, 정신없이 일하느라
가슴아픈 사연은 어느새 잊고 잇었지요
당직실에서 길지않은 시간만에 곪아떨어져 새우잠을 청한후
다음날 이른아침부터 시작될 다른상가의 발인을 준비하러
새벽부터 안치실로 내려갔습니다


발인을 모실 고인분의 관을 운구대에 모시려는 그 순간
정적을 깨는 급작스런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랍니다
습관적으로 폰을 꺼내봤지만 제 폰에서 울리는 알람소리는 아니었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따라가보니
바로 어제
추락사로 운명을 달리하신 그 고인분의 유류품..
그 유류품들을 모아 묶어놓은 봉지속에서 나는 알람소리 였습니다



알람을 종료하고
고인께서 잠들어계신 안치냉장고 쪽으로 무겁게 발걸름을 옮겨봅니다

평소대로라면 지금 이시간 저 알람을 듣고
삶의 무게를 짊어진채 발걸음을 나섯을텐데,

다음날 불귀의 객이 될지 모른채
여지없이 출근하여
또 하루에 충실하고자 맟춰져있던 고인의 알람시간 5시 30분..


웬지모를 안쓰러움에 고인분이 잠들어계신 안치냉장고에 다가가
나지막히 한마디를 건내봅니다
"오늘은 출근안하셔도 되요.."


오늘만이라도
급작스레 생을 마감하고 청하는 이 단점이 방해받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