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락하는 거 맞을까ㅜ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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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금 길 수 있으니 시간 오래오래 비우시고 읽으시기를 권장드려요. 횡설수설이라서 읽기 불편해도 이해 부탁드려요 ! ! 저는 올 해 19살이 되는 한 여고생이랍니다.
작년, 아니 이제 벌써 해 수로 치면 2년 전이 되네요.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봄까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보냈던 1살 많은 오빠가 있었어요. 교육청에서 주관한 수학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알게 된 오빠였어요. 거기서 우연히 친해지게 되어서 연락을 주고받고 같이 저녁도 먹고 하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들을 하며 썸을 타다가, 어느 날 밤, 그 오빠가 먼저 고백을 했어요.
우리는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귀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그렇게 잘 지냈어요. 정말 진짜 행복했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이, 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해주는 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고마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같이 놀이공원도 가고 가까운 지역으로 바다도 보러가면서 함께 공부도 하고 커플아이템도 맞추며 정말 예쁘게 사귀었어요. 제 세상은 온통 그 오빠였고 남자라고는 그 오빠밖에 몰랐어요. 그 오빠도 그랬을 거예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던 오빠에게 인스타그램도 가르쳐주고, 그러면서 트라우마 때문에 카메라 공포증을 앓고 있던 오빠를 세상으로 꺼내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정말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그 오빠는 제가 맞춤법에 예민한 것도 알아서 검색을 해 가면서 저한테 이야기를 하곤 했거든요. 제가 꽃 받아 본 적이 없다고, 꽃 받아보고 싶다고 흘린 이야기를 듣고 기념일도 아닌데 갑자기 꽃다발을 내밀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편지지를 불쑥 내밀어도 웃으면서 손편지를 써주곤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에겐 절대 올 것 같지 않던 권태기라는 게 찾아오더라구요. 시작은 정말 별 것 아니었어요. 2월에 갑자기 손에 문제가 생겨서 반깁스를 하게 되었었어요. 그래도 2월에는 커플에게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기념일, 밸런타인데이가 있었기에 저는 의사선생님께 혼날 것을 각오하고 밸런타인데이를 위해서 초콜릿을 녹이고 굳혀가며 열심히 초콜릿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당일, 오빠를 만났어요. 아, 집도 가까워서 크게 부담없이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참 인연이고 우연인가 싶었어요. 지역 전체 중고생이 모이는 행사에서 이렇게 만나나 싶더라구요. 여튼 집 근처에서 오빠를 만나서 포장한 초콜릿을 줬어요. 저는 당연히 고맙다고 말하며 집에서 먹어보겠다며 안아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받고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 자리에서 열어보더니 딸기맛이 너무 많이 난다는 둥 자꾸 불평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아닌데 싶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런가? 나 그래도 손 다친 거 때문에 안하려고 했는데 오빠 주려고 어떻게든 만들었으니까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어~’라면서 나름 애교있게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오빠는 알겠다며 초콜릿을 가져온 가방에 넣고는 바쁘다며 먼저 가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는 끝까지 고맙다는 말을 안하나 싶어서 서운했지만 바쁘다니까 뭐.. 하면서 이해했어요.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오빠는 저랑 백화점에서 처음 맞췄던 은팔찌를 잃어버리고, 자기 전에 길게 보내주던 페메도 오지 않더라구요. 아 설마 설마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잠깐 그러고는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더라구요. 그러고 우리는 예전처럼 다시 예쁘게 사귀었어요. 부모님끼리도 인사를 한 적이 있었고 오빠 친구들도 다 저를 알고 저도 오빠 친구들 번호을 갖고 있을 정도로 깊게 만났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이별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최근들어 살이 부쩍 많이 쪄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오빠가 눈치없이 자꾸 돼지라며 놀렸어요. 저도 알아요 그게 애정표현이고 귀여워서 그랬다는 걸. 그런데 그 때는 몰랐나봐요. 그게 그렇게 싫더라구요. 미쳤죠 정말? 그 때부터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어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이드는가, 내가 밥도 못먹고 학원 간다는 걸 알면서 나한테 왜 자기 저녁 사진을 보내는 거지?, 스트레스 받는다고 돼지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왜자꾸 부르는 거야? 등등 점점 불만이 쌓였어요. 그리고 그 오빠는 집도 잘 살고 머리도 좋고 피지컬도 좋고 비주얼도 좋은, 한 마디로 소위 만찢남에 사기캐였어요. 그래서 연애 초반에 오빠가 저를 좋아한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 오빠 친구들이 대놓고 ♢♢이 어떻냐고 물어도 그 오빠가 뭐가 아쉬워서 나랑 사귀냐며 손사래를 쳤었어요. 그렇다보니까 왠지 고3 때에도 저랑 사귀고 있으면 나중에 대학갈 때 오빠는 안하더라도 집에서 제 탓을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아니 핑계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그렇게 저는 오빠를 피해서 도망쳤어요.
결국 저는 하고 말았어요 헤어지자는 말을. 인스타그램에 있던 오빠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갔고, 페이스북에서도 정리를 했어요. 오빠 몰래. 오빠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치는 날, 글을 다 내리고 오빠한테 문자를 했어요. 그만하자고 수고했다고 좋아해줘서 고마웠다고. 그렇게 문자를 보냈어요. 모의고사가 끝나고 폰을 봤을 때의 오빠의 표정은 상상도 안 가요 정말. 감히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저는 오빠가 연락이 올 걸 알고 있었기에 그 때 일부러 비행기모드를 하고 연락을 피했어요. 8시가 되어서 비행기모드를 해제하니까 연락이 엄청 와있더라구요. 왜 그러냐, 이야기라도 하자, 이렇게는 억울해서라도 안된다 등등 셀 수도 없을만큼 연락이 와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때에 답장을 했어요. 이제 봤다고 말 그대로라고, 바꿀 생각 없다고. 그러자 오빠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 학교 마치고부터 계속 너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진짜 얼굴 한 번이라도 보고 이야기하면 안될까?’라고. 그 순간 멈칫했지만 그 놈의 자존심이 뭔지 싫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오빠는 체념한 듯 잠깐 시간을 갖자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답장은 안 한 걸로 기억해요.
며칠 뒤, 정말 안되겠다고 미안하다고 자기가 다 잘못했다며 그렇게 연락이 왔지만 저는 오빠의 자존심을 있는대로 짓밟으며 오빠의 성의를 완벽하게 무시했어요. 정말 미쳤던 것 같아요. 그러자 오빠의 친구들도 다들 연락이 와서는 무슨 일이냐 왜 그러냐 등의 연락을 했고 오빠도 제 친구들한테 무슨 일 있었냐고 연락을 했었어요. 참 여러 사람 피곤하게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때 그게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잘난 사람이 나때문에 이렇게 죽어간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몹쓸 마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 최근에서 알게 되었어요. 그 오빠는 지난 달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걸. 그래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기억해내서 들어가보니 정말이더라구요. 그것도 엄청 잘 살고 있더라구요. 놀라울만큼. 그런데 그 기분 알아요? 끝까지 나때문에 힘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내가 카메라 공포증 극복시켜줬고 내가 알려준 인스타그램인데, 그 오빠의 글에는 제가 없어요. 그 오빠의 글들을 보니까 정말 행복해보이더라구요.
그제서야 알게 됐어요. 이제와서 제가 다시 오빠랑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요.
그 오빠는 제가 첫사랑이었대요. 오빠 친구들이 다들 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오빠가 대학가기 전까지 연애 안할 거라고 그렇게 중학교 다닐 때부터 이야기하고 다녔대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저를 만났고, 오빠의 그 굳은 신념을 깨뜨린 사람이라고 다들 대단한 여자라며 저를 추켜세웠어요. 일찍 마치는 날 오빠 학교 앞에 가면 다들 저한테 인사를 하며 곧 내려올 거라고 비밀로 하겠다며 그렇게 다들 잘 해줬었어요. 잠깐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샜네요.
여튼 오빠는 지금도 연애는 안하고 그냥 지내던데 자꾸 다시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정말 싫겠죠? 저 같아도 싫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고3이 되어보니까 이제 알겠어요. 그 때 제가 해야 했던 일은 고3이니까 놓아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옆에서 응원을 해 주면서 함께 버티는 것이었다는 걸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고 그 때의 제 이기적인 행동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자꾸 연락하고 싶고, 그 때의 우리가 너무 행복했기에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커요.
항상 이런 것 같아요. 이별을 말한 사람은 처음에는 해방감에 즐거워하고 시간이 지나면 공허함에 다시 그 사람을 찾고, 이별을 당한 사람은 공허함에 슬퍼하다 그 슬픔이 녹아서 본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이별노래만 주구장창 들으며 하루하루를 피폐하게 보내고 있네요. 요즘은 꿈에도 자꾸 나와서 잠드는 게 걱정이에요. 이 정도면 병이겠죠? 얼른 마음 접어야할텐데 싱숭생숭해서 미치겠어요. 그냥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