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와 합가한 후 나는 없는 존재 같아요

병풍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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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기 판에서 제일 많이 글을 시작하는 말

제목 그대롭니다

작년 봄에 시부가 돌아가셨고

시부가 남긴 빚이 좀 있어서

시댁에 돈 되는 것들을 다 들여서 겨우겨우 빚을 청산하고

시모는 원룸 월세에서 몇 개월 정도 사시다

작년 12월에 우리와 합가를 했습니다

 

남편과 시모 사이는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남편과 시모는 시부의 가정폭력의 희생자이긴 하지만(시동생 있으며 시동생은

시부에게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 것도 같고.......)

시모가 시부의 폭력을 방관하여 남편은 늘 시모를 원망했지만

그래도 자기 엄마라고 혼자되시고 나서는 많이 신경을 쓰더군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시모와 합가하여 살기로 할 때

아파트를 매매해서 들어왔습니다.

시모는 천만 원을 보탰고

나머지는 원래 살던 우리?집의 보증금

일부 대출을 일으켜서 매매했습니다

 

우리 집 상황은 이렇습니다

남편 월급 350 2교대 생산직 40세

시모 월급 230 식당 다니십니다 65세

저는 자영업 40세 인데 이것저것 제외하면 순 수입은 유동적이지만 대략 150 내외입니다

 

 

이 가게로 말할 것 같으면

결혼한 지 올해로 십년이고 내 나이는 마흔입니다

남편은 애초에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이런 내용은 결혼 하고서야 알았습니다

연애 때는 아이를 몇 명 낳고 어쩌고 저쩌고 시시콜콜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고

어쨌거나 섹스리스 입니다

연애 때는 불탔어요? 와......

근데 이제는 언제 했는지 아예 기억조차 안 납니다

신행 때도 안했고

그 뒤로 언제 스치듯 안녕은 했던 거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안 나네요

이혼도 하고 싶었지만

내가 남편을 너무 좋아했어요....

그리고 내 인생이라도 친정 부모님에게 실망을 드릴까봐

그리고 용기도 없어 이혼을 하지는 못했네요

 

 

 

내가 힘들어서 스스로 취미로 뭔가 배우다가 그걸 일로 만들었고

남편이 인심 쓰듯 가게 하나를 얻어줘서 시작했습니다

큰돈은 못 벌어도 그럭저럭 만족하여 살았습니다

 

 

 

근데 시모와 합가하고 모든 것이 바뀌었네요

대출 받아 집을 사며 상환계획을 세울 때 남편은 나의 수입은 아예 제외를 했어요

어차피 당신이 벌어 오는 돈은 크게 의미가 없으니

그냥 당신 살던 대로 살고, 나머지는 엄마랑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살며 드는 단순한 공과금이나, 자잘한 외식 정도는 맡아 달라고 해서 그러겠다 하였고

경제적으로 부담을 받거나, 그 이외의 것들은 신경 쓰지 말라더군요

그렇게 합가를 했어요

 

 

물론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모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아홉시쯤 퇴근하고

남편은 주간은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아홉시 반쯤 오고

야간 때는 오후 7시에 출근해서 아침 아홉시 반쯤 옵니다

저는 가게 문을 아홉시에 열고 여섯시 안쪽에 닫고 집에 옵니다

아침에 남편 일어나면 그때 집안일을 미리 해두고 나오고

퇴근 후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자고 뭐 그런 일상이지만

 

 

남편 주간 때는 시모가 꼭 남편의 와이프 같고

남편 휴무와 시모의 휴무가 겹치는 날에 시모는 남편의 내연녀 같고

남편 야간때 남편이 없는 집에서 나는 없는 존재가 됩니다

 

 

이게 무슨 막장이냐...싶죠?

 

 

주간때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시모와 함께 밥을 먹었어요

이제 저는 이 저녁상에 같이 앉아 밥을 먹지 않습니다

앉을 틈이 없이 그냥 이것 저것 시키고

시모의 반찬 타박

짜다. 달다. 맵다. 맹맛이다..

등등 반찬도 엄청 뒤적이며 먹고, 진짜 밥을 지저분하게 먹어요

남편이 그걸 시모를 닮았다 싶은 게 살면서 느껴져요

밥상에 앉아 둘이 밥을 먹기 시작해서 다 먹으면 열한십니다

밥을 아홉시 사십분쯤 먹기 시작하는데

다 먹고 일어서면 열한시라구요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둘이 엄청 떠들면서 얘기하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밥을 먹어요

진짜 둘이 죽이 엄청 잘 맞아요

그렇게 좋은 모자관계일줄..........

둘이 그렇게 중간 중간 티비도 보고....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그렇게 밥 먹고 치우고 나는 자려고 누우면 열두시가 넘어요

나 치우는 동안 자기들은 씻고 자요

 

 

 

남편 야간때 시모는 나에게 일절 말을 걸지 않습니다

퇴근할 때 오셨어요 하고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

남편 야간 때는 식사도 밖에서 하고 들어옵니다

가끔씩은 친구분들도 데리고 오셔서 술판을 벌려요

시끄럽고 이웃들 항의도 몇 번 받았고

남편에게 얘기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렇게 술판을 벌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니

먼저 잠들고 깨서 보면 정말 개판오분전입니다

몇 번 치우다가 남편도 좀 보라고 안 치우고 버티고 있었더니

시모가 부리나케 치우고

그래서 어머님 친구 분들 오실 땐 어머님이 치우시면 안 되냐니까

돈도 못 벌어오는게 잔소리 한다고 처음 그 말을 듣고

정말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편 휴무와 어머님 휴무가 겹치면

둘이서만 외식을 나간다던가

커피숍을 간다던가 꽃집에 가서 화분을 사온다거나

옷사러 쇼핑을 다녀온다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온다던가..

하여간 나랑은 잘 안하는 일들을 합니다.

위의것을 근 몇년간 저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일들입니다

장도 혼자서 조금씩 봐오거나 많을땐 동생과 간다거나 콜벤 불러요 면허 없거든요 저는

 

 

그리고 어느 날은 집에 갔더니 어머님이 남편 무릎을 베고 티비를 보는데

남편이 시모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웃으며 티비를 보고 있네요

나한테는 한 번도 그런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남편은 시모가 있든 말든 팬티바람이고

시모도 노브라로 다닙니다...

민소매상의 노브라로 다니고

씻고 나올땐 그냥 팬티바람으로 나오십니다

 

그것가지도고 많이 싸웠는데

남편은 엄만데 어떠냐고 그러고 시모는 아들인데 어떠냐고 합니다

나한테 꽉 막혔다고 오히려 타박을 하고

그래서 나도 그럼 노브라로 다니겠다니까 그건 좀 그렇지 않냐네요

 

 

약간의 잔소리라도 하면 집사는데 보탠 것도 없는 주제에 라는 말,

염치없다는 말이 그냥 수시로 나옵니다

둘의 입에서 그렇게요

 

 

 

저도 나름 비상금이 있어서 그거라도 줄려고 했더니

또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가지고 있으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가끔씩 시동생이 와서 자고 가기는 하는데

걔가 한번 왔다 가면 집이 그지꼴이 됩니다

한번은 도련님 다녀가면 화장실에서 담배피우고 화장실 바닥에 침 뱉어 놓고

침 뱉은 휴지, 코 푼 휴지 그냥 여기저기 버리고 다니고

그것 하지 말라고 잔소리했더니

시동생도 그러네요

형수는 형 덕분에 살면서 이것도 못해줘요?

라고 하고..........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너무 힘듭니다

세탁기를 따로 돌려요

일단 옷 종류는 같이 돌리지만

수건.속옷 종류는 남편.내것을 같이 돌리고

시모 것은 따로 돌립니다

그래도 속옷이고 피부에 닿는 것이니 저는 그러고 싶었는데

그럴 거면 니것을 따로 돌리고 우리**이거랑 내걸 같이 돌리라고 하신다거나

상의도 없이 앞베란다에 앵글을 짜서는 거기에 잡다한 짐을 쌓아두신다거나

가끔 혼자 밥 차려서 드시면 남은 반찬을 그대로 반찬통에 합치거나,

국 종류를 다시 합친다건가

걸 레로 식탁을 닦는다던가............................

수건으로 방바닥을 닦으신다거나..

 

밥 먹다 화장실 다녀오면 절대 손 안 닦으시고

뭐 그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아지네요

시모랑 합가하고 정신병 걸릴거 같아...아니 이미 정신병일지도....

나는 없는 존재 같고

무가치하고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기분이.......

내가 뭘 하고 있으면 뭐라고 해야하나 다른 공간에서 혼자 분리되어 있는 기분이

이제는 어디를 가도 들어요

말을 해도 이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손님 응대가 어려워 지고

누군가와 쭉 이어서 대화를 하는것이 어려워졌어요

 

.... 너무 우울하고 집에도 가기 싫어요

저 원래 되게 뚱뚱했어요

168에 85요

근데 시모와 합가하고 시간 지나면서 최근 석달만에 저 25kg 넘게 빠졌어요

원래 혈압이 있어서 병원 다니는데 의사가 혹시 우울증 아니냐고 병원에 가보라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살빼라고 나 볼 때마다 얘기하던 분인데

두 달 전부터는 어째 올 때마다 더 말라있냐고 걱정을 하네요

진짜 숨만 쉬어도 가슴이 아프고

남편이나 시모와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밥을 넘겨도 돌덩이 먹는 기분이고

바짝바짝 몸과 마음이 말라가요

먹는 것도 좋아했고

책 읽고 음악 듣고 뚱뚱했어도 걸으며 동네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고

꽃 가꾸는 것도 좋아했고

예쁜 옷도 좋아했고.. 나한테 잘 안맞아도 예쁜 빈티지옷 사서 모으는것도 좋아했고

지나가는 개들도.. 길고양이도...

하늘의 구름도.. 바람도.. 다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좋은 게 없어요

아침에 가게 출근해서 문을 열어두고 앉으면

눈물바람입니다

그냥 계속 수시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요

 

 

 

내가 이상한가 싶은 자책감도 들고

다들 이러고 사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고

시모와 남편 사이를 질투하는건가 하는 그런 생각...

마음잡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려고 해도

집에만 가면 그게 무너집니다

 

이혼 생각이 요즘엔 자주 들어요

어차피 위자료고 뭐고 받을 상황도 아니고

나는 얼마 없는 내 짐만 싸서 나오면 된다는 생각뿐

그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고

자존감은 바닥이고..

 

 

오늘은 토요일, 남편은 야간 막날이고

내일은 남편과 어머님이 휴무가 겹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