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밑에 결혼 스펙 물어보는 글 보고 문득 생각나는 예전 일...

ㅇㅇ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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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에 결혼 스펙 물어보는 글을 보니 문득 예전 지인이 떠올라 씀.

 

벌써 15년 전 일임. 당시 지인은 35살이었고 같은 직장 동료였음. 고졸로 아는 분 통해서 우리 회사에 사무보조로 입사했음.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운이 잘 안풀려서 알바를 전전하다가 부모님 지인 통해서 우리 회사에 입사함.

 

회사 사람들이 둥글둥글 착한 편이라 두루두루 잘 지냈는데...난 이 언니랑은 좀 거리를 뒀음. 당시 나랑 나이차가 좀 있어서 관심사가 안맞기도 했고 이 언니가 우울증이 좀 있고 감정기복이 심함.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긴 한데, 기분이 좋을 땐 다 괜찮다가 기분이 나쁠 때는 사소한 거에도 좀 욱함. 나는 그걸 잘 못맞추겠어서 처음부터 약간 거리를 뒀음. 그래도 대인관계에 큰 문제는 없고 업무도 실수 없이 잘 하는 언니였음.

 

이 언니한테 당시 고민이 하나 있었음. 꽤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결혼 얘기를 안하는 거임. 결혼 얘기를 언니가 먼저 하면 해야지...하면서 얼버무렸다고 함. 이 언니는 이 분을 많이 사랑해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지만.....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남자분은 그 정도는 아니었나봄.

 

나는 아직 어릴 때라 남자분이 좀 이해가 안되었음. 심지어 이 언니랑 사귀는 걸 집안에도 말 안했다고 하심. 난 여기서 남자분 욕했음. 근데 나이 좀 있는 분들은 남자 입장도 이해된다고 하심. 왜냐하면...

 

이 언니는 고졸에 딸부자+막내아들 있는 집의 넷째던가 그랬는데(아들 낳으려고 많이 낳은 집 맞음) 큰언니 빼고 아무도 결혼 안함. 집안에 재산 크게 없음. 언니도 모은 돈 크게 없음. 거기다 위에 썼다시피 성격이...좀.... 

 

남자분은 대학원 졸업에 정년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 홀어머니에 시누 있긴 하지만 시누도 직장 괜찮고 이미 결혼함. 홀어머님 재산 많으심.

 

동호회에서 만나서 사귀긴 했는데, 사실 남자분은 본인이 크게 결혼생각이 없으니 그냥 이 언니를 연애상대로만 보고 있고 언니는 나이가 좀 차서 만났으니 결혼상대로 보고 만난 거임.

 

결국 고민하다가 언니가 먼저 손을 놓음. 나는 결혼을 전제로 누굴 만나고 싶은데 너는 결혼 생각이 없으니 이제 헤어지자고. 근데 이 남자분이 고민하다가 그럼 결혼하자고 한 거임. 그래서 관계가 급 진전됨. 양가 부모님께 알리고 인사가고 상견례 잡혔다고 해서 행복해하던 언니 모습이 아직도 선함.

 

상견례도 다행히 괜찮은 분위기에서 치러졌다고 함. 언니네 집은 당연히 사윗감이 마음에 들고 남자분 쪽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사귀었으면서 결혼 얘기를 안할 수가 있냐고 아들한테 뭐라 하셨다 함. 이제 결혼준비 본격적으로 들어간다고 좋아하던 언니 모습에 나도 옆에서 진심으로 기뻐해줬음.

 

근데 정말 인연이 아니었는지 결혼준비하면서 일이 터짐.....

 

좋았던 커플들도 결혼준비하면 한번씩 대판 싸우지 않음? 근데 말했듯이 이 언니 성격이 한 번 욱하면 장난아님. 결혼준비를 하면서 예비시모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그게 되게 기분 나빴나 봄. 그래서 예비시모님한테 한 번 들이받고, 남자분한테도 대판 뭐라고 했나봄. 예비시모님은 이 언니를 되게 싹싹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고 계셨는데 완전 놀라신 거임. 나는 쟤 며느리로 못 받아들이겠다고. 아들한테 너도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함. 이 남자분도 놀란 거임. 평소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함.

 

이걸 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냐하면....회사 여자들끼리 저녁 먹는데 이 언니가 울면서 얘기한 거임. 근데 회사 사람들이 다 착해서....속으로는 좀 참지 왜그랬어..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래 남자가 나빴네 이렇게 두둔해줌....

 

그래서 결국 남자 쪽에서 결혼 파투냄. 그제서야 이 언니가 죄송하다고 했지만 아예 연락도 끊어버렸다 함. 이 언니도 자존심에 더 이상 연락 안하고 그렇게 끝냄.

이후 남자분은 집안에서 소개해준 여자분이랑 결혼했다고 하고, 이 언니는 내가 회사 그만두고 연락 끊김.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음.

 

이 일 통해서 느낀 건....

일단 결혼은 진짜 집안 대 집안이구나...였음.

연애는 둘이 좋아서 할 수 있어도, 결혼으로 들어가는 순간 진짜 이것저것 따지는구나 싶었음.

 

아직도 한번씩 생각함. 이 언니가 그때 한 번 꾹 누르고 참고 결혼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면 어차피 그렇게 결혼했어도 힘들었을 테니 그때 헤어진 게 나았던걸까...

 

이상 그냥 생각나서 써본 뻘글이었음.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