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찢어 죽이려고 작정했나보다.

ㅇㅇ2019.03.29
조회1,357


결혼을 전제로 2년가까이 만난 남자가 있습니다.
연애도 하기 전, 4번째 만남에서 '이 남자와 결혼하겠구나'하는 운명을 느꼈습니다.
그 남자는 저와의 결혼을 전제로 부모님께 아파트 분양을 도움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살 집이라며 제 취향대로 가구,가전 및 살림살이를 채워넣었고, 저는 주말마다 함께 지내며 미래를 꿈꿨습니다.

갑상선 암 이력 및 녹내장을 가지고 있던 그를 위해 주말마다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가 건강식을 만들며 그를 챙겼는데.... 연애초엔 압박감이 들 정도로 결혼을 독촉하던 남자가 어느순간 결혼얘기를 하면 회피하더군요. 더 좋은 꽃길로 모셔오기위해 그렇다면서.

그러다 지난 겨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뜨겁게 보냈는데, 한여름과 한겨울만 되면 배란일이 일정치 않다는 걸 생각하고 아차싶어서 응급피임약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불안해했고, 불안해하는 저를 보며 그가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건 선물이자 축복이야."말하더군요.
말을 참 예쁘게 한다싶어 다시 한번 반했는데....
그렇게 말한지 일주일 뒤, 제가 여전히 불안해하니 "널 사랑하진 않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책임은 질게"라고 말하더군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습니다. 저를 안아주고 제게 입맞춘지 4일만에 뒤바뀐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남자는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출근을 했고, 아무리 바빠도 연락이 끊긴 적 없던 남자가 바쁘다며 출근 후 연락이 끊기더니 밤 11시가 넘어 퇴근했다며 답장이 왔습니다. 하루종일 고생했을 그를 위해 수고했다며 위로의 말을하고 다음 날, 데이트약속이 있어 그가 사는 동네로 갔습니다.

그간의 그의 변덕으로 인해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던 상황인지라, 그런 저를 보며 영화를 보기 전 죽집으로 데려갔고, 죽을 주문한 후 그가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의 머리 매무새를 다졌습니다.
그래서 "나도!나도!"라며 휴대폰을 가져와 저의 셀카를 찍은 후 사진이 마음에 들지않아 지우기위해 앨범으로 들어갔습니다.
앨범에는 전날 찍은 셀카와, 밤 안개사진, 그리고 어플로 예약한 고속버스티켓이 보이더군요.

평소 셀카를 잘 찍지않던 그....연애 초 제게 자신의 동네로 오라고 기차표를 예매해 보내주던 그.... 순간 촉이 왔습니다.

네이트판에서 남자가 갑자기 밀어내면 새 여자가 생긴거라던데... 제가 그런 일을 당할 줄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순간 온 몸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공황이더군요.

죽을 한 입도 못 먹는 저를 보며 영화보기 힘들어보인다며 그가 죽을 포장 후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사실 아까 앨범을 봤다며 여자가 생긴거냐고 물었더니 되려 화를 내더군요. 셀카는 그냥 머리 잘 나왔나 찍은거고 티켓은 아는 사람꺼 대신 예매해줬을 뿐이라고.

집에 도착 후 화를 내는 그에게 조곤조곤히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실토하더군요. 사실 며칠 전 거래처로부터 여자를 소개받았다고. 근데 업무얘기만 하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면서 그날도 저를 안고 제게 입맞추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소개받은 건 줄로만 알았는데...

일주일 뒤 다시 만난 그는 대학 동창들과 연락한다는 핑계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실실 웃더군요. 2년간 연애하면서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방에서 혼자 눈물을 훔치고 다음 날, 그에게 거짓말말고 솔직하게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게 덜 상처받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솔직하게 얘기해주더군요.

나이차이가 7살 나던 저와는 달리 그 여자는 나이차도 덜 나고 서비스직이라 더 상냥하고 저보다 직업도 좋은데 결혼까진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곤 남편될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토록 잘했던 제게 "니가 엄마같아서 싫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싫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 아들인가보다.", "엄마가 고생하신건 알지만 나도 그렇게 희생할 여자를 찾는다.", "내가 발기 안되는 건 니탓이다.", "내가 돈을 안쓰는건 니가 잘못 길들여서이다.", "니가 옳은 말을 해도 말투때문에 듣고싶지 않다." 등 별의 별 모욕적인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저는 그 충격으로 정신과를 가게 됐고,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임신걱정으로 그렇게 불안에 떠는 동안 그 남자는 사랑을 번복하며 뒤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제게 거짓말을 했던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미련하게도 지금 이 상황이 일이 바빠서 생긴 권태기인줄로만 알고 밝은척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회피형 남자에겐 안정감을 주면 안정적으로 돌아온다기에 그럴 줄 알고요.

병원을 다니며 수액으로 버티는 제게 그 남자는 "병원비라도 후원해줄까?" 하더군요. 후원? 진짜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 물론 위자료 주겠다는 명목으로 제 계좌번호는 받아가되 병원비 및 살림살이 보상은 일체 입을 싹 닫더군요.

제 영혼이 찢어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밝은 척을 해봤지만,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하던 제가 신뢰가 무너지고나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운명이라고 믿었던 마음을 정리하기로 생각하고 그남자에게 연락 종료를 고했습니다.
그 남자는 그 순간까지도 "힘들 때면 연락할게요. 당신 좋아하는 것보면 안부 물을게요."라며 미련을 남겼습니다.

연락을 끊고 죽을 것 같은 심정을 버텨내며 열심히 치료다닌지 한 달. 헤어지고 내내 그의 꿈을 꿨던 제가 근래들어 그의 꿈을 꾸지않길래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이 바뀌는 꿈을 꿨습니다.
평소 꿈이 잘 들어맞는지라 눈뜨자마자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행복해보이는 사진이 올라와있더군요. 그것도 저와의 커플후드를 그녀에게 입힌 채 찍은 사진이.
벌써 그녀를 집에 들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또다시 무너져내렸습니다.
진짜 이 남자는 저를 찢어죽이려고 작정했나 싶을 뿐입니다.

머리로는 이런 남자와 결혼까지 가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까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다시 수액으로 버텨봅니다.
언제쯤 저는 괜찮아 질까요.... 정말 미련하게 버틴 제가 원망스럽고 하루 빨리 정상적인 삶을 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