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

2019.04.07
조회334

오랜만에 판에 왔는데 10대 시절 이야기니까 여기써도 되는건가?

만약 10대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한명이 본다고 하더라도ㅋㅋ

 

지금 10대 시절은 시간이 지나면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당연한 말인데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만을 뜻하는 건 아니야.

그 시절에만 경험 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어.

지나고 나면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는 없고, 그때 그랬었지 하고 기억만 할 수 있는 것들.

시간의 흐름대로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어떤 강을 건너버리면

얼떨결에 건너기는 했는데 다시는 과거에 있던 곳으로 갈 수 없게 되는거지.

그래서 그 시기에 느끼는 것들을 놓치면 안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ㅋㅋ

 

내 10대 때 일기장 다시 보면

왜 그렇게 걱정만 많고 머뭇거린 순간으로만 가득한지.

너무 아쉬워.

지금 보면 너무 별 거 아닌데, 그때는 그게 내 우주였던 거지ㅋㅋ

남자에 대한 고민도 많고ㅋㅋ 학업스트레스도 너무 심했고.

근데 남자 안만난다고 딱히 공부가 잘되는건 아니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내 감정도 받아들여야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되는 듯(나같은 경우에는)

마음이라는게 진짜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

밀어내려고 해도 안되고 그게 그 당시 내 삶ㅋㅋ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던 거 같아.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ㅋㅋ

며칠전에 우연히 한 여고생이 쓴 남자에 대한 고민글을 봤는데 너무 설레더라.

멀리서 보면 두 사람이 좋아하고 있다는 거 너무 알겠는데

당사자는 자신의 마음도 정의내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 모르는거.

 

문득

의식하지도 못하고 오래 생각하지 않고 지내던 10대 때 내 감정들이

너무 선연하게 떠올랐어.

돌이켜보니 너무 설렜고 아련하고 또 아쉽기도 한 그런 감정들.

언젠가부터는 비슷한 느낌도 받아본 적 없는 그때만 느낄 수 있었던 것들.

 

그래서 요즘 떠오른 그때 감정들을 좀 풀어보려고 해ㅋㅋ

 

1.

먼저 중1때 같은 학교 같은 학원 다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반은 달랐어.

하루는 내가 도덕책을 안가져와서 걔한테서 빌렸는데

책 표지 안쪽에 장래희망이랑 이유적는 칸이 있었거든?
그애가 장래희망은 검사라고 쓰고,

이유는 뭐 나쁜 사람들을 정의로 처단하고 싶단 식으로 썼었어ㅋㅋ

근데 그때 그게 너무 멋있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수업 듣다가도 한참을 그 앞쪽 표지를 들춰서 보고 다시 보고 했었어.

 

난 그애를 꽤 오래 좋아했던 것 같아.

아무말도 않고 그냥 1학년 지내는 동안 쭉.

3년 내내 학원은 같이 다녔고 좋아하지 않게 됐다고 느낀 이후로도

늘 적당히 친하게 지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걔도 나한테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워낙 조용한 애였어서 뭐 아무것도 없었지ㅋㅋ

생각나는게 중3때 걔네반 놀러갔다가(친구가 가자고 해서)

그애를 보고 인사하고 뭐 몇마디 나눴는데

나중에 그반 여자애들이 나한테 "대체 너 쟤랑 어떻게 친해?" 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ㅋㅋ

워낙 반 여자애들하고 말을 안하니까

다른반인 나랑 인사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거야.

내 첫사랑과의 에피소드는 이정도ㅋㅋ

 

2.

중 2가 됐어.

우리반은 전교에서 정말 유명했는데 그 이유가

학교에서 주목받는 애들이 많은 반이었어.

어떻게 저렇게 잘 노는 애들만 모아놨지? 싶을 정도로ㅋㅋ

양아치같이 노는 그런게 아니고 정말 활발해서 날뛰는 야생마처럼 제어 안되는 애들ㅋㅋ

그래서 사건사고도 많아서 그때는 그 한가운데서 너무 골치 아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중에 그때가 제일 재밌었던것 같아.

 

그때 우리반에 되게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있었는데 눈웃음이 너무 예쁜애였어.

근데 왜 그런거 있잖아. 왠지 얘랑은 늘 잘 통하는 느낌?

이성을 떠나서 그냥 언제나 얜 사람이 호감적인 거.

 

어쩌다보니 그애랑 사귀게됐어.

친구들이 등떠밀어서 얼떨결에 그렇게 됐는데

문제는 친하게 지내던 애가 사귀고 나니 나한테 말을 안거는거야...

남자애가 말을 안거니 나도 못걸겠고

나는 정말 그애한테 호감이 있었는데 뭔가 애들이 등떠밀어 사귀게 된 것 같으니

걔 마음을 확실히 몰라서 적극적으로 못하겠더라.

우린 그렇게 100일을 사귀었어. 따로 한번 만나지도 못하고ㅋㅋ

중간에 옷 선물을 한번 받았는데 그것도 내 책상에 걸어놓는 방식으로 줬어ㅋㅋ

그애가 자기 책상에 막 애들이 다 알도록 우리집 전화번호 적어놓고 그랬는데

정작 한번도 전화는 걸지 않았어ㅋㅋ

그때 나한테 핸드폰이 없었거든 그애는 있었고.

그러던 중에 여름방학때 가족들이랑 휴가를 갔는데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잤어.

가족들은 다 자고 나는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별이 정말 쏟아질 듯이 너무 아름다운거야.

근데 그애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아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어ㅋㅋ

뭐하냐고. 나 누구라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연락을 했는데 되게 행복했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눈부시고, 여름밤에 마음에는 시원한 바람이 선덕선덕 불어오고.

 

그러다 2학기가 됐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거야.

사귀기로 해놓고선 친구보다도 못한 사이로 지내니까.

그래서 사귄것도 뭣도 아닌 이 관계를 끝냈지.

 

웃긴건 다시 친구로 지내기로 하니까 얘가 나한테 너무 스스럼없이 다가왔어.

잠깐 어색하다가 다시 가을 겨울은 잘 지냈고

학기 끝날 때쯤 되면

선생님들이 영화 틀어주고 하시잖아(지금도 그렇겠지..?)

교실 캄캄하게 불 꺼놓고 공포영화 보는데

그 애가 조용히 내 의자에 비집고 들어왔어.

그렇게 둘이 한 의자에 앉아서 그 영화를 봤었어.

마침 난 영화가 무서웠는데 애들한테 무섭다고 하면 내숭같아보일거 같고 

그냥 보는둥마는둥 다른 데 쳐다보고 그러던 중이라

그애가 내 옆에 온게 너무 고마웠어ㅋㅋ

 

그 정도로 적극적인 애가 사귀자고 하고는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암튼 의자 하나에 같이 앉으려니 몸은 밀착될 수밖에 없고

그애한테서 나는 비누인지 로션같은 냄새가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

그러면서 그애가 자긴 이영화 영화관에 가서 봤다고 나한테 말했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누구랑?" 하고 물으니까

걔가 당연하다는듯이 "가족들이랑" 이러면서 나를 보고 웃었어.

 

우린 그렇게 스쳐지났지.

그애랑은 사귀기로 했던 게 오류였어ㅋㅋ

그냥 친한 친구로 지냈으면 좋았을 걸..

 

3.

중2때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됐을 때 

사귀(기로 하고 아무것도 없었)던 남자애랑은 그렇게 끝이 나고

우리반에 다른 남자애가 나한테 관심을 표현했어.

남자애들이랑 축구하러 나가면서 잠바를 나한테 입혀준다거나

내가 교실 뒤에서 거울 보고 있으면 그 거울 통해서 나를 바라보는 게 자주 느껴지고 

이동수업 때 교실 이동하거나 그럴 때는 내 옆에 와서 같이 복도 걸으면서 말을 붙이고 그랬어.

 

나중에 안 사실인데 다른반이던 내 베프가

그렇게 오다가다 그 남자애를 보고 많이 좋아했대.

반이 워낙 많은 학교여서 멀리 떨어진 다른 반에는 누가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는데

그애가 자주 내 주변에 있으니까 내 베프도

복도에서 나랑 인사하거나 우리반에 나를 찾아왔을 때 그애를 보게 된거지.

등학교 같이하던 친구였거든.

당시에 베프가 그 사실을 나한테 말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눈치를 채게 됐어.

아마도 그남자애가 나한테 관심있다는걸 그 친구도 짐작해서 나한테 말을 안했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너무 난감했지.

그 남자애는 나에 대한 마음을 점점 더 키웠었나봐.

고백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거든.

내가 더이상 모르는척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던 중에 빼빼로데이가 됐어ㅋㅋ

그날따라 남자애들이 나를 보면서 웃는다거나 하면서 내 행동에 호기심을 가졌는데,

그 남자애가 나한테 줄 엄청 큰 빼빼로를 가져왔던 거였어.

내가 그거 받고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애들 관심사가 된거지.

공식적으로 고백을 하는 셈이니까.

그렇게 빼빼로를 받았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려줬어..

받을 수가 없었지. 내 베프때문에.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미안했지만 친구랑 집에 같이 가니까 그걸 들고가면 말을 안할 수가 없잖아.

난 친구 마음을 눈치챘었으니까 그럴 수 없었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기대하는 그 눈들을 무시하고 결국 돌려줬어.

고마운데 받을 수 없겠다고. 미안하다고.

그애는 물었어. 니 친구 때문이냐고.

알고봤더니 그전에 이미 내 친구가 남자애한테 고백을 했었던 거야.

그애는 내 얘기를 하면서 거절했고..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내가 받을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한 거지..

답답했을거야.거절하는 이유가 내 친구가 널 좋아해서라고 하니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는 계속 그애 마음이 보여도 모르는 척을 했지.

 

겨울방학이 됐고 반 여자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같이 비디오ㅋㅋ를 봤어.

근데 그 애한테 문자가 온거야.

집앞에 잠깐 나와달라고.

원래 같으면 안나가겠다고 했을텐데 집에 와 있던 친구들이 같이 나가자고 했어.

친구들이랑 나갔는데 집 앞에 포장한 목도리 선물을 두고 갔더라고.

나중에 다른 남자애한테 들으니 내가 들고 들어가는 거까지 봤다고 했어.

아마도 안받을 수 없게 선물을 주고 싶었나봐.

근데 그애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그냥 마음을 전하고 끝내기로 했었나봐.

그 목도리는 방학 때 하고 다녔었어. 고마운 마음으로.

 

나중에 내 베프가 말했어.

그남자애 많이 좋아했다고. 그리고 그애가 너를 좋아하는것도 알고 있었다고.

빼빼로데이에도 등교길에 그애가 그렇게 큰 빼빼로 들고 온게 소문났었다 하더라구.

오늘이 그여자한테 고백하는 날인가보다 하면서 말이지.

근데 너가 그날 빼빼로 가져오지 않았던거 안다고 했어.

엇갈린 화살표는 결국 서로를 향하지 못하고 끝이 났어.

 

그렇게 중3이 됐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네ㅋㅋ

아직 주제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반응이 좋으면 써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