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쯤 저를 따라다니던 남자를 만났네요

40대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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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쯤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일때 동아리에서 알게된 남자 동기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짝사랑 했었나봐요..

그치만 저는 다른 선배를 좋아하고 있어서 계속 그아이를 밀어냈어요..

 

그아이의 집은 서울이었고

저희 대학교는 지방 국립대였는데 그렇게 좋은 대학은 아니에요

서울에서 여기 지방까지 올 정도면 참 못난사람인가보다 라는 생각도 했었던것같아요..

그래도 품성은 바른 아이였지만 끌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4년내내 밀어냈었던것같아요..

그러다 우리는 졸업을 했고 졸업후 그 아이는 장교로 군대를 갔어요

 

졸업하고 1년후 제가 결혼하기 전날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술자리를 가졌는데

누군가 군대에 있는 그 아이에게도 결혼소식을 전했었나봐요..

통화한번 해보라고 바꿔준다고 했지만 끝내 거절했어요..

그렇게 시간은 1년, 5년, 10년, 15년.. 막 흘러갔어요

그리곤 연락은 안했지만 간간히 동기들을 통해 근황정도는 들었던것같아요..

 

저는 아이 둘을 낳았지만 결국 이혼을 했고

그 아이는 저희 학교 후배랑 만나서 결혼을 했었더라구요..

 

그 아이랑 친했던 다른 동기들에게 들은 말로는

군대에서 나와 아버지 회사를 다니며 후계 준비를 하고 있다고해요..

진작에 그 아이를 잡지 그랬냐며 놀리는 남자동기들의 농담도 이젠 식상할 정도입니다..

 

어제였어요..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었어요

장례식장이 서울이라 그 아이도 온다는 말을 들었어요..

나는 이혼도 하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 못한데

그 아이는 후배랑 아이낳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 후배의 자리가 어쩌면 내 자리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말도 안되는 푸념이죠.. 아니 억지겠지요..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몇몇 동기들이 보였고 어줍잖게 옅은 미소로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어요

그러면서 혹여 그 아이가 와있지는 않을까 하고 둘러봤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시선을 내 뒤로 하며 반갑게 일어서길래 고개를 돌려보니

그 아이가... 아니 점잖은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들어오고 있었어요..

어색하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옆 테이블 남자동기들과 앉아서 얘기하는 그 아이를 몰래몰래 훔쳐보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건지 아주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

약간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꽤 어엿한 남자가 되었네요..

 

이제 집에 가려고 다들 밖으로 나갔어요..

밖에 서서 남은 안부를 조금 더 묻다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차를 가져온 친구들끼리 주차장으로 가는데 그 아이도 함께였어요.

하필 저랑같은 층에서 내리네요..

 

그 아이가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깼어요..

 

잘지냈니? 나는 가끔 네 얘기 들었어. 정말 오랜만이다^^

 

어어.. 그럼 잘 지내지! 너는 어때? OO이랑 결혼했다는 얘긴 들었어~ 축하해!

 

하하! 우리 애들이 벌써 초등학생인데 이제서야 축하해주는거야? 그래도 고맙다^^

 

어색한 대화를 하다가 조심히 들어가라는말을 하고 각자 차로 가는데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차도 외제차더라구요..

 

차안에서 시동을 걸고 집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지금까지 20여년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난 왜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어릴적 이휘재가 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인생을 다시 선택할 수 있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선택할까?

 

집에와서도 이런저런 생각들로 쉽게 잠들지 못했어요..

오늘도 무언가 머리를 세게 맞은듯 멍하니 하루종일 있었네요..

 

저... 금방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지금 왜그러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그냥 이러는 제 자신에게 짜증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