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나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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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각보다 사소한 일 하나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삼일 밤낮을 끙끙 앓다가 이 근처에 늦게까지 여는 병원이 어디에 있냐는 내 물음에 너는 내 팔목을 잡고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는 니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추는 순간 나는 감히 사랑에 빠졌다.

애석하게도, 너는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더없이 친절했다.
상상속으로는 너와 이미 결혼까지 한 나지만, 사실 말 한번 제대로 걸지 못했다. 아무 의미없는 너의 행동에 자꾸 의미부여를 해대는 내 모습이 바보같았다.

니가 나한테 번호를 먼저 물어봤다. 어쩌면 조금은 너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나 싶어서 한시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수십번을 들었다 놨다 하며 기다렸지만, 며칠간 너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고민끝에 먼저 카톡을 보냈지만 몇번의 안부 카톡을 끝으로 주말 잘 보내라는 답장이 왔다. 그건 마치 '더이상 답장하지 않아도 좋아'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번의 연애의 끝에 명확하게 알게된 것 중 한가지는 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절대 헷갈리게 하지 않으며 연락과 애정은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내 짝사랑은 지독하고 길고 긴 시작이었다.

금요일 밤 너는 뜬금없이 나한테 뭐하냐고 물었고, 시간이 괜찮으면 술 한 잔 먹자했고, 취한 너는 오늘 밤 같이 있자 했다. 잘못됐다는걸 알면서도 그 마음 꾹꾹 눌러 담으며 못본척 안들리는 척 나는 그러겠다 했다.

고백을 바란건 아니었지만, 내가 먼저 집을 나선 후 잘 들어갔냐는 연락 한 통은 올거라 생각했다. 넌 하룻밤 유희를
바랐고 나는 너를 바랐다.

그리고 너는 주말마다 나를 찾았다.
니가 원하는게 내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그래도 너를 기다린다. 마음 아프고 이런 내 자신이 화가 났다가도 가엽다. 그래도 니 손길이 좋고 다정한 말투도 좋고 너의 품에서 안겨 있는 순간이 좋다.

사랑이 아닐지언정 나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