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얹혀산다는 남편

돌아가2019.04.20
조회1,804

안녕하세요. 모바일 띄어쓰기 양해바랄게요.

세 아이의 엄마로 현재는 사개월째 '주부' 중인 아줌마입니다. 저는 큰 딸 아이를 데리고 초혼인 남편과 재혼했고 후에 두 아이를 출산했어요.
막내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 백일 지나서부터 회사에 복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삼사년 근무하고 다리가 부러지고 8주 진단과 깁스를 하게 되어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어요. 그게 작년 말 이야기이며 깁스 또한 문제가 되었지만 급속하게 건강이 안좋아져서 폐렴으로 입원도 하고 불면증, 우울증과 편두통으로 까지 있어 퇴사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년에 뇌mri 도 찍었구요. 다행히 이상은 없었습니다. 깁스를 풀고 돌아다닐만 하니까 심한 장염이 왔습니다. 10일 금식에 중환자실에 이틀있었고 입원기간도 길었어요. 그리고 퇴원한지 한달쯤 되어갑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번달 말에 내시경 검사를 해야해요.
제 건강 문제를 밝히는 이유는 이러한 사유로 깁스를 풀고 난 후에도 구직활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섯 식구가 생활하는데 신랑 혼자 벌어서는 안되겠더라구요.
재취업을 위해 이제 구직활동을 시작한지 이주쯤 됐는데 나이가 있어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오는 곳은 드물었고 저도 조급한 마음이 드는 찰나에 남편의 푸쉬가 들어옵니다. 삼개월간 생활비를 받았는데 세차례, 2월은 170만원(교육비 포함), 나머지 두달은 50만원, 40만원... 주더라구요? 제가 관리하는 것은 아이들의 교육비와 통신비, 렌탈료, 식비였습니다. 남편의 지출 목록은 보험료, 집 공과금, 집대출이자, 자신의 휴대폰요금, 학교관련 방과후 교육비 이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항상 제 월급으로 충당해주곤 했습니다. 학기마다 나가는 돈이 다르므로당연히 그 돈가지고는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만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돈으로 충당을 하였고 가성비 따져가며 장 보고 살았어요. 남편의 푸쉬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일주일이 된 오늘 남편놈이 미쳤는지 우유 하나만 사다달라는 제 톡에 니가 사세요 부터 이혼하자, 못살겠다, 힘들다 난리났습니다. 저 두달 동안 90만원 받으면서 이것밖에 안주냐 소리 일절 안하고 알아서 충당하고 알아서 썼어요. 행여나 부담가지고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요. 눈치가 보였죠. 고정수입이 사라지니 생활이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저런 소릴 들으니 어이가 없었어요. 화도 안났습니다. 몇달동안 어떻게 아팠는지 눈으로 봤으면서도 저렇게 얘기하는 거며 돈없다하면서 매일 술 먹어요. 매일. 초반에는 잔소리하다가 이젠 안합니다. 어떤 의논을 하고 싶어도 늘 취해있는 사람하고 얘기해봤자 큰소리마 나니까 깊이 있는 대화도 안하게 됩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들만 하며 살고있었네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서 제가 찾은 방법은 마인드컨트롤이었어요. 많이 웃으려고 하고 소리내어 웃고 떠들어 보고 멍 때리기, 책 읽기, 걷기를 하며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제가 아니꼬아 보였나봅니다. 처음에는 넌 참 걱정이없나보다로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저런 소리까지 하네요. 그러면서 재혼하며 데리고 온 큰 딸과 저를 싸잡아서 너네는 꽁으로 자기한테 얹혀 산데요. 집에서 하는 게 뭐냐며, 자기가 봉이냐고.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디자인공부하는 얘 컴퓨터를 못하게 하고 와이파이 랜선을 뽑아놓질 않나... 유치하기 그지 없지만 퇴직 사개월만에 정말 별 걸 다 봅니다. 시어머님 말씀에 술 먹은 사람 건들지마라 해서(물론 시어머님과 엄청 싸웠어요) 초반 빼고는 잔소리도 안하며 중환자실에서 막 일반병실에 올라온 환자에게 어지간하면 퇴원하라 했던 말씀이 아직 상처로 남아 있는데 남편놈한테 저런 소릴 들으니 참아왔던 게 폭발했어요. 그래 이혼하자, 나도 못하겠다 했습니다. 전에도 이혼 얘기 하면서 시비를 많이 걸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래 하자, 하며 정말 제가 집을 나가 서류 보낸 적도 있는데 안나타났습니다. 그냥 매번 말뿐. 이번엔 니가 나가라 했어요. 나는 안나간다. 애들도 내가 키운다. 그랬더니 니가 무슨수로? 돈도 안벌면서? 하며 무시하기 시작하더군요. 전에는 넌 엄마없잖아, 난 엄마 있어. 엄마가 애들 봐줄거야 하며 괄시를 했지만 시어머님의 난 애들 못본다 해서 다시는 그 딴 말 못 꺼내요. 그 당시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시어머님, 우리 아부지 다 부르고 그 자리에 다 엎어버렸어요. 제가. 못산다고. 암튼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 와중에 또 저 딴 말을 들으니 정말 이성이 끈을 놓고 다 쏟아냈어요. 증거자료 고맙다, 소장 잘 날려봐라, 이혼전문 변호사 찾아라 그래봤자 니가 지겠지만 잘해봐라... 말도 못하는 남편놈 혼자 씩씩대고 혼자 쿵쾅대고 욕하고... 비웃어줬어요. 그럴수록 너는 불리해진다. 하지만 하고싶다면 계속 해라...
아이들한테는 최고는 못되더라도 중상위 아빠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제가 간과했던 게 저한테 하는 소리 아이들도 같이 듣고 있었을텐데. 매일 술 먹는 아빠 아이들은 매일 보고 있었는데. 억울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허탈하기만 합니다. 최근에서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남편놈이라는 걸 느꼈어요. 세상에서 자기혼자만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놈. 친구는 그러더라구요. 정말 힘들면 집에서 나오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이 좀 다른 게 내가 왜? 내가 왜 나가야 하는가. 내가 왜 아이들을 남겨둬야하는가. 도망치는 거 같아 싫더라구요. 전에는 도망치고 싶었는데.
내일 본격적으로 뒤집어 볼까해요. 친정아부지한테는 말해놨고 이제 시댁에 카톡 스샷 찍은 걸 뿌릴거에요. 당신 아들이 한두번 그런 거 아니니까 놀랍지도 않겠지만 이번에는 진짜 이혼할거에요. 말은 안나가겠다 했지만 짧은 시간동안 아이들하고 지낼 집 알아보고 더 이상 감정적으로 나가면 또 되풀이 되겠죠. 고구마 같죠. 진작에 소송도 불사하고 이혼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자신감이 없었어요.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무서웠고 또 이혼을 하고싶지 않다라는 그런 그릇된 생각. 저 역시 잘못은 있었을 거에요. 근데 이번에 확실히 느낀건 사십만원 주고 너하고싶은거 다하고 살잖아 돈 좀 모으지그러냐, 얹혀사는 주제에. ㅎㅎㅎ 남편놈한테는 저는 그저 그런존재였습니다. 이길거에요. 꼭.

덧붙이자면... 원래 이렇게 사이가 나쁘지않았어요. 그저 아들 하나 더 키운다.. 했는데 막내 임신하고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졌어요. 평생 안고가야 할... 저도 막내도.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죽지못해 산다는 게 맞을 정도로 나쁜 생각도 하고 119도 실려가고... 그 후로 각방쓰고 살 맞대고 살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참 부끄럽네요.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