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ㅇㅅㅇ201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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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내 나이 스물 일곱. 2년 전 그토록 꿈꾸었던 게 이루어 지면서 덜컥 서울로 상경했다. 그 전까지는 뭔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 재밌는 나날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열심히 살았고 행복했던 시기가 서울 올라오기 전 직전의 1~2년이 아니었나 싶다.
스물다섯에 첫 직장을 잡고 서울로 올라온 뒤부터 나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내가 생각했던 일과 너무 달라서 1년 반만에 첫 직장을 뛰쳐나왔다. 이젠 다시는 이쪽 업계는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2018년 11월에 직장을 나왔고, 곧바로 새로운 업계 진출을 준비했다. 그 준비의 결실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2019년 그냥 들어가고 싶다던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붙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일한지 2개월 째.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실무에 투입된 탓일까. 하루하루 실수하고 깨지기를 반복했다. 2개월이 지나도 나아진게 없다. 주말에 출근에서 업무를 미리 공부하기도 하고, 엑셀과 엑세스, 워드 등의 강의를 신청해서 따로 듣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팀에 민폐일 뿐이다.
양복을 입고 강남으로 향하던 설레임,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 그 모든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자괴감만 가득 남았다. 머리엔 평생 보지도 못했던 새치가 듬성듬성 생겨났고, 살은 5kg나 빠졌다. 웃음도 잃었고, 그나마 힘이 됐던 여자친구도 내 곁을 떠났다. 하루하루 우울감과 무력감에 잠겨 있다.
항상 깨질 때마다 "사회 초년생은 원래 이런거야. 이 시기만 버티면 일도 재밌어지고 행복한 순간이 올거야"라고 최면을 수도없이 걸었는데, 이제 그거 마저도 먹히질 않는다. 내일 회사로 향하는게 너무 두렵다. 그냥 모든 게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보란듯이 이겨내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용기도 없다. 결국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내일 사직서를 내고, 5월이 되면 여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결국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인 글입니다. 마음은 이미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렇게 간다면 훗날 내가 다른 일을 시작했을 때 또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큽니다. 결국 제가 이겨내지 못한 것이니까요.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고, 막막함과 우울함의 연속입니다. 그간 나름 재밌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제 앞날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저의 이 선택이 훗날 옳은 선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옳은 결과를 끄집어 내는 것도 제 몫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