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나 숨기고 싶은 사진이 있다. 엽기적인 표정으로 내 의도와 달리 촬영된 모습이거나, 어렸을 적 별 생각 없이 입에 잔뜩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이던 사진 같은 것들이 가끔 들여다보면 조금은 쑥쓰럽고 부끄러워지는 사진들이다. 하루는 우리 사진관에 가족단위의 손님이 찾아왔다. 중년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 부부와 그 옆엔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딸이 함께 있었다. 주민등록증에 쓰일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이였다. 촬영 대상은 남편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안색이 썩 좋지 않았고 수척해진 모습이였다. 남편(선생님이라 부르겠다)께선 벽에 걸린 거울을 보는둥 마는둥.. 준비된 빗으로 머리를 몇번 쓸어내리더니 촬영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곤 내가 묻지도 않은 내용들을 이야기 하시길, "몸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 "어제 퇴원했는.. 7키로나 몸무게가 빠졌.." 등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여러 번 사진을 찍어드리고 마무리 하려던 나에게 뒤에서 아내분이 귓가에 대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였다."남편이 너무 많이 몸이 아파서..."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야 되는데, 찍자면 승질부터 내고.. " 뒷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나 우리의 대화를 들은 건 아닐까 난 덜컥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선생님을 한번 올려다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잡고 고심하며 여러 번 더 찍어드렸다. 그때 선생님의 몸에서 가장 자신있어 보이던 부분이 바로 눈동자였다. 모든 몸의 수분은 빠져 축 늘어져 보였으나,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던 그 힘 있는 눈동자는수개월이 더 지난 지금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론 렌즈를 통해 비춰지는 선생의 얼굴에 난 매우 슬퍼졌다. 그 작은 사진관이란 공간 안에서 날 중심으로 내 뒷편엔 선생, 당신의 죽음을 상처받지 않게 몰래 준비하는 가족들의 슬픔이 함께 느껴져서이고, 내 앞쪽엔 살고자하는의지가 담긴 강단있는 선생의 눈동자가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 후 인화된 선생의 주민등록증 재발급에 쓰일 사진과 영정사진 액자를 바라보며 아내분에게 전화하였다. "남편분은 잠시 계시라 하고, 아내분만 받으러 오셔요.." 아마 선생이 자신 몰래 준비한 영정사진을 본다면 노발대발할 것이 보였기에 내가 내린 허접한 나름대로의 처방이였다.. 사진을 찾아가고 난 한동안 생각에 잠긴 채 모니터를 가만히 보며 앉아있었다.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저 사진은 과연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사진이며, 선생에게도 숨기고 싶고, 아내와 딸에게도 숨기고 싶은.. 가족 모두가 숨기고 싶은 사진임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이 말이다. 벌써 정말 수개월 전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내 손으로 찍은 그 영정사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길 바라며 이름 모를 선생의 건강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숨기고 싶은 사진
엽기적인 표정으로 내 의도와 달리 촬영된 모습이거나, 어렸을 적 별 생각 없이
입에 잔뜩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이던 사진 같은 것들이 가끔 들여다보면 조금은 쑥쓰럽고 부끄러워지는 사진들이다.
하루는 우리 사진관에 가족단위의 손님이 찾아왔다. 중년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 부부와
그 옆엔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딸이 함께 있었다.
주민등록증에 쓰일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이였다.
촬영 대상은 남편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안색이 썩 좋지 않았고 수척해진 모습이였다.
남편(선생님이라 부르겠다)께선 벽에 걸린 거울을 보는둥 마는둥..
준비된 빗으로 머리를 몇번 쓸어내리더니 촬영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곤 내가 묻지도 않은 내용들을 이야기 하시길, "몸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
"어제 퇴원했는.. 7키로나 몸무게가 빠졌.." 등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여러 번 사진을 찍어드리고 마무리 하려던 나에게 뒤에서 아내분이
귓가에 대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였다."남편이 너무 많이 몸이 아파서..."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야 되는데, 찍자면 승질부터 내고.. "
뒷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나 우리의 대화를 들은 건 아닐까 난 덜컥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선생님을
한번 올려다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잡고 고심하며 여러 번 더 찍어드렸다.
그때 선생님의 몸에서 가장 자신있어 보이던 부분이 바로 눈동자였다.
모든 몸의 수분은 빠져 축 늘어져 보였으나,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던 그 힘 있는 눈동자는수개월이 더 지난 지금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론 렌즈를 통해 비춰지는 선생의 얼굴에 난 매우 슬퍼졌다.
그 작은 사진관이란 공간 안에서 날 중심으로 내 뒷편엔 선생, 당신의 죽음을
상처받지 않게 몰래 준비하는 가족들의 슬픔이 함께 느껴져서이고, 내 앞쪽엔 살고자하는의지가 담긴 강단있는 선생의 눈동자가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 후 인화된 선생의 주민등록증 재발급에 쓰일 사진과
영정사진 액자를 바라보며 아내분에게 전화하였다.
"남편분은 잠시 계시라 하고, 아내분만 받으러 오셔요.."
아마 선생이 자신 몰래 준비한 영정사진을 본다면 노발대발할 것이
보였기에 내가 내린 허접한 나름대로의 처방이였다..
사진을 찾아가고 난 한동안 생각에 잠긴 채 모니터를 가만히 보며 앉아있었다.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저 사진은 과연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사진이며, 선생에게도 숨기고 싶고,
아내와 딸에게도 숨기고 싶은.. 가족 모두가 숨기고 싶은 사진임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이 말이다.
벌써 정말 수개월 전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내 손으로 찍은 그 영정사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길 바라며 이름 모를 선생의 건강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길고 허접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