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후기 +추가

ㅇㅇ2019.04.25
조회78,164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해주셔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들렸을 때, 목이 다 쉬고 콧물과 가래가 들끓고 열이 나는데도 조퇴한다고 하니 진작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눈치 주던 팀장도 아파도 그렇게 일하면서 버텼던 사람이니 이제는 악감정이 없습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 억지로 끌어내며 전화 받으면 목소리가 왜그러냐며 트집잡는 고객도 있었지만 보이스웨어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목소리가 컨디션에 따라 조금 그럴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때도 평가 최하점 나와서 다시 전화걸어서 사과 나갔었는데 그때 받은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이었다며 지금 목소리가 아니라고 했던 고객이 생각납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픈데 목소리는 내야 하니 이 주를 넘게 성대결절 초기 증상에 약과 주사로 버텼었는데 참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습니다.
이제 근무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가정의 달인 오 월 또한 문의가 많은 달입니다.
모든 상담원 분들 힘내서 인센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현직 상담원입니다.
대부분의 콜센터가 그러하듯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반 상담원으로 근무 중입니다.
곧 퇴사하고 그간 케어하지 못했던 정신과 몸의 회복에 신경을 쓰려고 하면서 콜센터에 대한 얘기를 남기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제가 다니는 곳은 대기가 밀리면 팀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콜 받으라고 난리를 칩니다.
다른 상담원이 통화 중이든 이력을 남기는 중이든 상관 없이 그냥 일단 소리지르고 봅니다.
이력을 남기는 중이면 그사람을 지목해서 바로 콜 들어가라고 하고 후에 이력이 상세하지 않거나 무언가 빠져 있으면 이것 또한 트집을 잡습니다.
통화 중에 모든 업무가 바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컨펌 후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아서 컨펌 받고 전화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대기가 밀리면 여기가 인바운드 부서냐 아웃바운드 부서냐 하면서 비아냥댑니다.

응대율이 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점심시간 제외한 모든 업무시간 중에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석 중이면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참고 콜 받고 있는 도중에 다른 사람이 이석하면 계속 밀리고 눈치 보다가 겨우 화장실을 갈 수 있습니다.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진지하게 요강을 사서 자리에 놔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으나 현재는 눈치껏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갈 수 있게 요의를 조절합니다.
물론 장염이라도 걸리는 날엔 죽음의 연속입니다.

아파서는 안됩니다.
스케쥴 근무제이기 때문에 한 명이 갑자기 빠지면 남은 인원이 그만큼 더 힘들고 ☆응대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아프다고 병원 가야겠다고 하더라도 일단 반려합니다.
그러다 결국 밤이든 새벽이든 응급실 실려가서 진단서 보여줘야 겨우 쉬게 해줍니다.

상담원 케어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고객이 소리를 지르고 비아냥대고 욕설을 하더라도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습니다.
세 번 욕하면 먼저 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다들 알기 때문에 욕설은 하지 않지만 고객이 삼십분이고 한시간이고 끊지 않고 소리를 지르더라도 계속 듣고 대답하고 사과하면서 어떻게든 고객의 케어를 진행해야 합니다.
자기가 요구하는 게 일반 상담사에게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슬슬 알게 되면 그제서야 윗사람 연결하라 하며 끊으면 윗사람에게 연결 요청을 올립니다.
그러면 윗사람에게 또 왜 이걸 케어를 제대로 못해서 올리느냐 하며 녹취를 들으며 이것이 잘못됐니 저것이 잘못됐니 하면서 한 번 더 고함을 듣습니다.

상담이 끝나면 고객은 상담원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요구를 들어주면 당연히 좋게 평가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나쁘게 평가합니다.
최하점을 받으면 그만큼 인센 금액이 깎이고 백 번 잘하고 한 번 잘못해도 인센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기본 급여는 최저시급입니다.
최하점을 받은 고객의 목록이 팀장에게 전해지면 팀장은 해당 녹취를 듣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하여 상담원에게 전달합니다.
그럼 상담원은 그것에 대하여 다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 달 전의 일이라면
“고객님 한 달 전에 ㅇㅇ건에 대하여 상담을 진행했던 상담원 ㅇㅇㅇ입니다. 당시 고객님께서 불편하셨던 상황에 대하여 응대가 미흡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해당 부분 재교육을 받았으며 앞으로 개선하고자 함을 고객님께 알려드리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객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수만번 해야 합니다.
고객은 한 달 전의 일이고 자기는 그렇게까지 말한 적 없다며 한 달 전의 일을 왜 또 이제 전화하냐며 당황해 하지만 상담원은 그러게요 ㅎㅎ 할 수가 없으니 앞으로 개선 어쩌고 저쩌고 죄송 어쩌고 하면서 굳이 한 달 전의 불쾌함을 상기시켜줘야 합니다.

서비스의 품질이 중요하니 무작위로 녹취를 들었을 때 하나라도 잘못이 걸린다면 바로 인센은 사라지고 고함과 비아냥을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두 달이 지난 식품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환불해달라는 요구였어도, 받은 지 이 주가 지난 과일이 맛이 없다고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였어도 고객이 수긍하도록 안내와 케어가 진행이 미흡했다며 모독을 당합니다.

참고 참고 일하다가 이러다가 사람을 죽이든 내가 죽든 하겠다 싶어 결국 곧 상담직을 떠납니다.
이제 조금 쉬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상담직과의 연은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다들 먹고 사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모든 상담원분들 힘내시고 강성 고객이 꽂히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