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졸 직장인의 현실 (제 현실을 생각하면 잠이 안옵니다.)

글쓴이2019.04.27
조회10,787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초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2년째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27살 직장인입니다.

 

오늘은 주말인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 토익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공부 하다가 집에 왔어요.

 

저는 중, 고등학교 시절 공부 잘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서울의 중경외시 대학을 나왔습니다.

 

저는 인문계입니다. 대학시절에는 졸업을 하면 막연히 취업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토익 공부도 하고 인턴도 했지만 그보다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졸업을 하려고 보니 제 전공을 살려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고,

뒤늦게 휴학을 하고 여러가지 길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학점이 높습니다. 그래서 과에서 교직이수를 해서 교원자격증도 땄습니다.

토익은 900점이고, 국가기관에서 인턴을 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취업을 하려고 보니 아직 갖추어야 할 게 많았습니다

자격증, 실무경력, 전공 등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정 형편이 급격히 기울어 졸업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졸업을 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일을 했습니다.

계약직의 한달 월급은 세전 160, 세후 148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 월급을 듣고 코웃음을 쳤지만 여기는 내가 잠시 머물러가는 곳일 뿐이라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심지어 지원자가 많아 탈락했다가, 저보다 먼저 합격한 사람이 사정상 근무를 못하게 되어 2순위였던 저에게 급히 연락이 왔고 제가 그 자리에 취직을 했습니다.

 

이렇다 할 배경도 없고, 뛰어난 학벌도 스펙도 없는 내가 앞으로 부모님 노후를 어떻게 책임지고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작년 한 해동안 로스쿨을 준비했습니다.

 

그나마 가진 게 높은 학점이랑 어학 점수인데다

인문계열에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저에게 로스쿨 입학 시험인 법학적성시험은 할 만한 공부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출근해서 9-6근무를 하고 퇴근 후 공부를 하는 일년을 보냈습니다.

저는 로스쿨에 떨어지고, 올해 초 지금의 직장에서 재계약을 했습니다.

현행 법상 계약직은 2년이 지나면 퇴직을 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직업이 없는 아버지와, 과외로 돈을 벌어 저와 제 동생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는

이제 연세도 드셨고 직업전선에서도 물러나야 할 상황입니다.

 

올해 최저시급이 올라 간신히 오른 제 월급은 세전 176만원, 세후 160만원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저보다 일을 적게 하면서도, 단순히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직장 내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한달에 700-800씩 월급을 받는 계장, 과장을 보면 화가 납니다..

월요일 부서 식사시간에 주말에 뭘 했는지 이야기하면 골프를 쳤다, 스파를 다녀왔다 합니다.

본인들의 윤택한 삶에.. 20대 청년들은 가난하고 세상 빛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본인들은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함부로 합니다

제가 듣는 앞에서도 말입니다.

 

화가 나고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를 해보려고

토익 점수도 더 높이고, 자격증도 따려고 퇴근 후 다시 바쁘게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연애도 안하고, 친구도 안만나는데

생활비가 늘 빠듯합니다.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와서 자취를 합니다.

가끔은 지방대에 진학해서 대학교 2-3학년때부터 공무원 준비를 해서 지금은 공무원이 된 중고등학교 동기 동창들이 부럽습니다

어릴때는 공부 잘한다는 소리 듣고 서울로 대학 왔는데

지금 보니 제 위치는 어정쩡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열심히 살면 다 잘 될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그래서 잠이 안옵니다.

 

취직준비를 시작해보니, 2-3년씩 취준 하면서 힘들다 힘들다 하는 친구들 보기만 봐 왔는데

막상 해보니 그것도 다 돈이고 시간이더군요..

저처럼 직장 다니면서 달마다 월세 내고 생활비 쓰고, 간간히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며

취직준비를 해서 공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입사하기가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

한창 상반기 공채 시즌이라 지원이라도 해보려 했는데.

대부분 필기시험이 필수고 보통 1년 이상은 학원,스터디 하며 공부를 하더군요.

저도 여기서 일을 하면서 공기업에 원서를 내서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적이 있지만, 필기시험을 가면 계속 떨어졌습니다.

얼마 전 공사에 취직한 친구가 알려줬습니다. 본인은 8년 동안의 기출문제를 전부 풀었다고..

저도 그럴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원자격증이 있으니 임용을 치면 되지 않느냐고 주변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면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돈을 벌자니 대단한 돈도 아닌데 젊은 때의 일년 일년이 아깝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고 힘이 듭니다.

 

올해 초 저는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냥 퇴사를 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3-4개월 열심히 준비해서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는 게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저를 말렸습니다.

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 될 수도 있고, 당장 한 두달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네가 경제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은 더 커질거라고 저를 말렸습니다.

저도 여기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는 게 맞는거 같아 재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게 상상 이상의 인내와 끈기를 요구합니다.

저는 이 생활이 벌써 2년째입니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다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열심히 살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제 인생을 제가 더 이상 책임질 자신이 없습니다.

 

내년이면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도 나가야 하는데..

고작 2개월치 월급 3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 받고 나가야 하는데요.

저는 뭘 해야 할까요.

 

돈을 빨리 모아서 직장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취직준비를 해야겠다 싶어서 퇴근 후 알바도 찾아봤지만

요즘은 정말 알바자리도 잘 없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관, 제 처지에 대한 한탄만 반복하게 됩니다.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하소연을 해 보았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