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이만큼 좋아했던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민선20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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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널 많이 좋아했는지 나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너를 지울 수가 없었다.
찬아, 네가 언젠가 한 번은 이 글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너를 이만큼 좋아하던 내가 있었다고 네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무리였지만 서로 접점이 딱히 없어 서먹했던 우리였다.
아무도 우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너의 용기로 시작된 ‘썸’이라는 그 애매한 관계가 얼마 지속되지 않아, 우리는 엠티를 앞두고 사귀게 되었다.
절대 cc만큼은 하지 않겠다던 새내기의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동기들 중 가장 처음으로 과cc가 되어버렸던 우리.
당분간은 우리의 관계를 숨기자며 남몰래 학교에서 즐긴 비밀연애의 짜릿함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소수였던 과에 비밀이 어디 있겠어.
다들 알면서 그냥 쉬쉬 해준 거였지.
엠티 가던 날 네가 실수로 내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동기 단톡방에 보냈던 거 기억나?
나는 그 날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아찔해ㅋㅋ
그 사진 하나 잘못 보내 온 동네방네 대놓고 소문이 퍼져 비밀연애는 금방 접었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서 당당한 연애를 시작했다.
과cc인 덕분에 전공도 같이 듣고, 공강도 비슷해서 같이 밥먹고, 네가 가끔 내가 듣는 교양수업을 도강할 때면 도강이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며 교내데이트를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다른 커플들처럼 서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학교 밖에서도 데이트했었지.
행복했다 그때의 나는.
그런 행복한 날들이 나는 매일매일 감사했고, 너에게도 고마웠어.
너의 용기가 우리의 관계를, 그리고 내 대학 생활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야.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우리 애들 싸움 중간에 끼어서 참 많이 힘들었다.
그때부터였나 서로 이해해주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한 게..
각자의 상황과 생각이 있는 건데 우리는 서로 힘들어서 그런 걸 볼 겨를이 없었나봐.
나는 내 얘기만, 너는 네 얘기만 늘어놓기 시작하고,
우리 사이의 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걸 우린 알아차리질 못했어.
그러다 결국 먼저 터진 네가 너무 힘들다고 내게 마지막을 통보했지.
처절했어 그때의 나는. 처절하게 너에게 매달렸어.
기억나지?
술먹고 전화도 해보고, 울면서 전화해 널 잡으려 애썼다.
우리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어서 온갖 찌질한 짓은 다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텐 몰라도 너한테만큼은 바보, 멍청이, 찌질이, 호구 가 되어도 좋았다.
너만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내가 ‘을’이 되어도 괜찮았다.
몇달이 지나고 네게 연락이 왔을 때, 네가 술에 취해 내가 보고싶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날을 너는 기억할까?
나는 아주 또렷이 기억한다 그 날을.
애써 숨겨뒀던 너에 대한 마음이 네 전화 한 통에 꾸물꾸물 비집고 나왔다.
내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요동치며 반응했다.
결국 우린 다시 이어지지 못했지만, 나는 한참을 또다시 힘들어했다.
네가 술기운에 헤집은 것이 내게는 겉잡을 수 없는 높은 파도 같았다.
나는 너의 작은 움직임에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듯 시간이 약인가 보다.
우리가 함께한 건 고작 3개월이었는데 나는 1년이 넘도록 아파하다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물었다.
너랑 헤어지고 널 정리하겠다고 나는 몸부림쳤다.
장마시즌에 안성까지 가려고 굳게 마음먹고 갔는데 차마 널 보진 못하고...
너랑 갔었던 공도까지 가서 너랑 찍은 사진들도 버리고 오고 그랬었는데ㅋㅋㅋㅋ
그렇게 해도 오래 걸리더라.

시간이 지나 나는 새 남자친구도 사귀고, 그때의 나처럼 모든 걸 쏟아붓는 연애는 아니지만, 나는 이제야 좀 괜찮아졌어.
오랜만에 방 정리를 하다 네게 받은 편지를 발견했어.
이제는 너의 흔적을 발견해도 아프지 않고, 조금은 덤덤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물론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제 괜찮아.
가끔 sns를 통해 너의 소식을 간간이 듣고 보고 있다.
편입하고 나서부터는 꿈에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것 같더라.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찬아, 너는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였어.
네가 꼭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중에라도 말야.
아주 나중에라도 이 글을 읽고,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널 좋아했던 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떠올려줬으면 해.
달이 예뻐서 집에 가기 싫다며 네게 투정부리던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