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댁과 남편도 있어요.

ㅇㅋ2019.05.24
조회2,564
안녕하세요.

결시친 초보이고 처음 글 써봅니다.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저 결시친 때문에 속상하신 분들, 결시친 글 보시고 화가 나시는 분들 그리고 모든 시댁과 남편은 악마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 별로 도움은 안되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는 분노하지 않고 아직은 극극극소수지만 멀쩡한 시댁과 남편도 있고 앞으로도 이런 시댁과 남편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 있어서 올려봅니다.

(가방 끈이 짧아 띄어쓰기 문법 맞춤법 틀리더라도 양해 부탁합니다.)

결혼한지 10년 좀 안되는 30대 후반 애 없는 여자입니다.

1년 좀 안되게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연애 때부터 내 인생에 애는 없다. 나중에 원하게 되면 입양하겠다. 라고 못을 박고 시작했어요.

친정은 집에서 5분 거리 시댁은 차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친정은 거의 매일 가서 밥 먹고 반찬 싸오는 등 결혼한 딸이 도둑년 되었네요.

시댁은 명절, 시부모님 생신 그리고 가끔 생각나면 가는 편이고 명절에는 차례 시간에 맞춰 가고 차례 후 밥 먹고 20분 정도 앉아있다가 돌아옵니다. 아침 일찍 가서 졸려요~ 하면 시어머니는 당신 침대를 내주십니다.

차례상 제사상 차려본 적 없고 결혼 후 시댁 설거지 억지로 우겨서 제가 한 번 해봤네요. (시어머니 왈, 내 사지 멀쩡한데 왜 네가 하니? @,,@)

물론 빈손으로 안가죠. 원래 저는 30만원 친정에서 한우 한 상자, 과일 두 상자 주셔서 가져갔는데 다 못드시는 거 같아 친정엄마가 20 주셔서 50 드립니다.

시댁 친정 용돈이요?
공평하게 두 쪽 다 없어요.
친정아버지, 시부모님 현역에 계셔서 도와드릴 필요는 없지만 도둑년 딸년은 친정에서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고 살고 있으며 시어머니가 결혼 때 전세 자금 주신 걸 시어머니 퇴직 후 1.7배로 돌려드리기로 했어요. 결혼 하고 용돈 어떻게 할까요? 라고 여쭤보니 목돈으로 한 번에 달라고 하셔서 이렇게 했어요.

결혼 전에 시댁식구들 한 번도 뭐 해와라, 결혼하면 이래야한다 혹은 2세에 관한 말씀하신 거 일절 없고 그냥 잘 살아라 하시고 끝. 결혼 후에도 지금까지 부부에 관한 혹은 개개인에 대한 것 하나 간섭 혹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셨어요.

완벽한 개인주의 집이에요.

개인주의에 관한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시댁에 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집에 도착해서 전화할게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시아버지 번호로 전화해서 집에 도착했어요. 라고 말씀드리면 시어머니가 전화하셔서 잘 도착했어? 라고 물어보십니다. 두 분이 한 집에 사시는데요;;

시어머니가 저한테 전화하실 때는 홈쇼핑에서 지금 뭐 파는데 대신 사줄 수 있나 (여태 3번 정도), 돈 좀 빌릴 수 있나 (2번 그리고 다 갚으심)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끝.

남편은 어떻냐구요?

제가 가끔 물어봅니다. 시댁 안가냐고.
돌아오는 답은 왜? 뭐하러?
그럼 저는 너네 집이잖아!! 엄마한테 좀 잘 해라!

가끔 좋은 걸 보면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남편한테 물어봅니다. 이거 해드릴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 같아요. 왜? 뭐하러?

그렇다고 남편과 시댁 사이가 안좋은 건 아니에요. 평범해요. 그냥 서로 관심이 없을 뿐.

그럼 처가에는 잘 하냐고요?
처가 설거지 (남편도 같이 먹음) 한 적도 있고, 친정 엄마 아버지가 도와달라는 거 다 해드립니다. 다만 알아서 뭘 해주는 사람은 아닌 거지요.
결국 본가에나 처가에나 그냥 일관성있게 그리고 공평하게 못해요..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남편이 친정에 더 자주 가고 친정부모님과 더 시간을 많이 갖고 대화도 더 많이 하니까요.

한 번도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 모시고 여행다녀온 적이 없어요. 친정부모님은 알아서 늘 다니시고 시부모님은 작년에 처음 해외여행 보내드렸어요. 제가 다 씁쓸하더군요.
자식이 한 명도 아니고 제 밥벌이 다 하고 사는데 본인들 부모님 가까운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보내드리다니;;;
처음 해외여행이라 제가 다 알아보고 예약하고 가이드 팁까지 주고 공항까지 모셔드렸어요.
다녀오시고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왜 이제야 가시게 된 걸까...히며 남편 및 남편 형제들을 속으로 (조금) 욕했어요.

그 후 두 번의 해외여행 (가까운 곳)을 더 다녀오시고 다음 번엔 제가 모시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서 돈을 모아야겠죠)

자작이라고 하신다면 굳이 변명할 필요를 못느끼네요. 사람은 다 다르고 가정마다 다 다르니까요.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말이죠..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시댁에 자주 못가고 연락도 먼저 못해서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얼렁 마무리를 져서 시댁에 더 자주 가야겠어요.

아주 극극극소수겠지만 이런 시댁과 이런 남편도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너무 좋은 분들을 시부모님으로 만나게 된 거구요.
시댁에서 잔소리 한 번 없고 아들 편 들어주신 적 없고 결혼 전이나 후나 늘 한결같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댁"이신 분들.
많은 며느리,올케를 대신 해서 마지막으로 써봅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않나요?
시댁에서 먼저 잘 해주시면 제정신인 며느리라면 잘 하려고 할겁니다. 뭐든 당연히 여기지 마시고 특히 아들을 본인 소유물로 생각하지 마시고 독립된 하나의 "다른" 가정을 봐주세요. 며느리는 댓가를 지불하고 사온 노예가 아닙니다.
이유없이 며느리 흉보는 올케 흉보는 분들.
본인 얼굴에 침 뱉지 마시고 본인도 여자, 한 집안의 며느리라는 거 혹은 며느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마시길 바랄게요.

대한민국 며느리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