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도 밥을 차려줘야 하나요?

부엉이2019.05.26
조회25,292

제가 최근 중증으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제 병을 알게된 순간부터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옆에서 너무 많은 걱정을 해주었고
어디 병원이 잘 하는지 어떤 의료진을 만나야 하는지 등등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거기에만 매달려서 알아봤어요.
덕분인지 좋은 병원에서 좋은 의료진을 만나
수술이 너무 잘 되었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도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남편은 제 걱정이 너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제 걱정으로 정신과까지 갈 정도이니까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불만이고 싫습니다.
저 아프고 나서 하루종일 하는 일이 누워서 한숨만 쉬며
인터넷만 보는 일이 다고.. 인터넷에 나오는 좋은음식 나쁜음식만 찾아내서 의사는 상관없다는데 본인기준으로 무조건 시키는대로 먹으라고 강요하고 제가 먹지말라는 음식을 먹으면 화를 냅니다.
좋다는 물과 음식은 인터넷으로 사다 나르고
집안일이나 애좀 보라고 하면 인터넷을 너무 보고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힘들다고 하고
이건 저를 위하는건지 아닌지조차 판단이 안됩니다.
정작 특별히 집안일이나 다른일은 도와주는게 없습니다.

저희는 친정엄마랑 같이 살고 어린 자녀를 엄마가 맡아서 키워주고 살림도 해주세요.

문제는 제가 회사를 오래 쉬지 못할 상황이라서
아직 무리인줄은 알지만 회사 복귀를 하게 되었고
아직 몸 회복이 다 되지 않아 하루하루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걱정하는 척은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저를 도와주거나 뭘 더해주거나 그런건 전혀 없습니다.
이번주 아이가 아파서 유치원도 못가게 되어 친정엄마가 너무 지쳐 있는데도 저녁이 준비 되어 있지 않으면 싫은 얼굴이 역력합니다.
눈치보여서 힘든 몸을 이끌고 같이 퇴근한 제가 라면이라도 끓입니다.

그리고 오늘..
멀리 문병까지 와준 친구가 집앞에서 얼굴좀 보자고 해서 아이 자는거 보고 오후에 나갔다가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고
엄마도 외출하고 돌아와서 아이 목욕을 시키고 청소하고 재활용 버리는 날이라 엄마가 재활용을 버리고 하면서 저녁을 차려주지 못했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못먹었겠죠..
그래서 제가 오자마자 몇번이나 물어봤어요..
저녁 뭐 먹겠냐고.. 밥있으니 먹겠냐.. 아니면 햄버거를 사다줄까.. 딱히 대답이 없어서 말았는데
9시쯤 아이 밥을 먹이려고 하는데 자기는 왜 안주냐며 저만 먹고오면 남은 먹든말든 신경을 안쓴다고 짜증을 내네요..
그래서 엄마가 지금이라도 밥 차려준다며 화내지말라고 방까지 쫓아가서 얘기했는데 그게 그렇게 화날일인지.. 엄마한테는 싸늘한 말투로 안먹는다고 하더니
혼자 나와서 라면을 끓여서는 안방으로 가져가서 먹는데 정말 저사람이 사람인지.. 하.. 한숨만 나네요..
본인은 손이 없나요. 발이 없나요.
엄마도 일주일 내내 고생하며 애를 보고 주말이라고 편히 쉬지도 못하고 아픈 딸 대신 애 목욕이며 청소며 다 하는데 애 목욕은 못 시킬 망정
밥까지 차려 바쳐야 하는게 맞는건가요?

제 병이 일반적인 병도 아니예요.
같은 병 투병중인 분들은 남자분들도 적어도 6개월 이상 요양을 해야하는 병인데 저는 이제 수술한지 한달 넘었고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여건때문에 복귀를 했으면 더 배려를 해줘야 하는거 아닌지
말로만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꼴보기가 싫고
정떨어지네요..
지금 거실에 나와 자면서 너무 속상해서 넋두리 해봅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