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길어요..)

못난년2019.05.31
조회517
이 글을 쓰기 까지3년의 시간이 걸렸고그 시간동안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주변의 도움으로 이제서야 안정을 되찾고글을 써 봅니다. 

혹시나 나와 같은 상황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참고 하시고좋은 인연들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몇년 전 갑자기 타지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원래 살던 곳에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하면서 커리어도 잘 쌓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타지로 이사를 왔고 일도 그만두고 살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몇년간 무리해서 일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여서오히려 잘된것 같았다.살림도 해본 사람이나 하는 거지 처음엔 실수투성이였지만알콩달콩 다시 신혼을 사는 기분에 다소 신이 나 있었던듯..
어쨌든 쉬면서 살림 하고 아이도 생기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육아는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들었고주변에 아무도 도와줄 수 없던 상황에서 남편과 단 둘이 의지하며 육아하기란 정말..ㅠ(물론 잠시가 힘든거지 매사 힘든것은 아니라는거 꼭 말하고 싶다.낳기 전엔 아마 그런말 안했을 텐데 낳아보니 그렇게 이쁘긴 하다..ㅎㅎㅎ)육체적인 것은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나에게 있어 육아는 내 자신을 다시 평가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우아한 육아는 연예인만 가능했던 것일까매일 떡진 머리에 늘어진 살덩이들 줄줄 흘러내리는 젖에 아이한테 묻을까 맨얼굴로 지내다어느날 거울을 봤는데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아이를 안고 엉엉 울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나는 이제 정말 끝난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지금 생각해보면 산후 우울증이 심했던거 같기도 하고.. 

그런 힘든 시기에 한 여인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을 A라고 하겠다.
내가 힘들 때 다정하게 다가와 주어서 그런가 정말 친절한 사람이어서 그랬나난 그 사람을 너무나 의지했다.
아이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서 집이나 집 앞 카페가 내 외출의 전부였던 나에게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A 언니는 정말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이 언니를 통해 알게된 사람들의 이야기 부터 지역에 관한 이야기 육아에 관한 이야기 등언니를 만나는 시간이 육아 스트레스를 날리는 유일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언니네 집에 비해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나는항상 우리 아이의 간식이나 옷, 기념일 등에 그 아이의 것도 함께 챙겼고,함께 외출 할 일 있으면 당연히 우리 남편이 함께 데려다 줬고..진심으로 잘 해준다고 믿었기에난 호구같이.. 그렇게 서로 가까이 알게 된 시간이 꽤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언니는 조금씩 변하게 시작했다.매일 같이 아침 저녁으로 통화하고 매일 찾아오거나 놀러 오라고 했던 언니는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고바쁘다는 핑계로 나와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서운했지만 그 동안 나랑 어울려 준게 어디냐 싶어
그 언니 덕에 여러 사람도 알게 된게 아닌가 싶어 언니를 이해했다.그리고 혹시나 나한테 서운한 게 있을까 싶어 심지어 언니에게 더 잘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몇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아니 조금씩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언니를 챙겨줄 때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좋은 것을 나누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에게 돌려 받은건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냉동식품, 냉동실에서 언제 들어었었을지도 모르는 생선, __로 사용할 듯한 옷가지 여러벌..등.. 
처음에는 모르고 줬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 두번이 아니니 기분이 좀 상했다..
그래서 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길래 '언니 이거 유통기한 지난거야..''어 그랬니 몰랐어~ 미안하다'   라고 애기하기에 바보같이 나는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치만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어 나도 그 언니에게 챙겨주던 것들을 줄였다.그래도 안 준건 아니었었다...ㅠㅠ정말 바보같이.. 

그뒤로 일주일에 적어도 3~4번씩 우리집에 찾아오던 언니가 발길이 뜸해져서언니 많이 바쁘냐고 물어보니자기가 일이 너무 많아 올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옆 빌라에 사는 다른 지인의 집에는 거의 매일 같이 드나들고 있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언니에게 따지자니내가 그동안 언니를 너무 귀찮게 한건 아닐까란 멍청한 생각이 들어참고 있었다.
몇 달을 참다가 언니한테 물어봤다.'언니 왜 우리집은 안오고 그 지인의 집은 자꾸 가?''야 나는 이익 관계로 만나지 않는 사람은 니가 유일해. 거기는 내 이익을 위해 가는거야. 그 정돈 이해해 줄 수 있지?'너무 황당한 이야기 였지만그런가? 싶기도 하고.. 너무 당당한 태도에 적잖이 놀라 그냥 넘어가 버렸다.
그럼.. 내가 챙겨주는 것이 적어지니 안 오는 거였던거야..라고 의심하면서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등신같은 년이 어디있나 싶기도 한데.. 

그러다 마지막으로 그 언니와 등을 돌린 사건이 있었다.

그 언니를 통해 알게된 지인들과 모임을 갖는날이 있었다.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변경되어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나한테 분명 전달하라고 했다는데, 전혀 전달하지 않고는혼자 모임에 나간것이다.
사람들이 글쓴이는 왜 모임에 안나오냐고 묻자'아픈가봐.'라고 일축해 버렸다고 했다..전 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야 걘 왜 지맘대로 모임에 빠지는거야? 연락도 없이?'라고 했다고.. 

나중에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받고 알게 되었는데 그 동안 나를 얼마나 멍청하게 여겼으면 그렇게 했을까해서참아왔던 여러가지 감정이 폭팔해언니에게 막 화를 내며 쏟아내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이..'그건 내가 좀 미안하지만 나한테도 사정이 있었어. 그리고 애들이 다 너 욕하는데 내가 얼마나 변명하느라 고생한 줄 아니?'라고 말이다..
'언니 그냥 언니가 나한테 시간 알려주는 거 깜박했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러면 끝날 문제잖아.'
'내가왜? 난 애들이 니 욕하는 거 막아주느라 고생했어. 너평소에도 욕 많이 먹잖아. 몰랐어? 원래 넌 여기 낄 급이 아닌데, 나 때매 겨우 들어온거야.'

 그날..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전화를 끝내고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한 것인가, 나는 이렇게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었나, 그동안 날 욕하던 사람들에게 무던히도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나한테 했던 부탁들이 힘들어도 정말 좋은 마음으로 해줬던 것인데.. 도대체 날 왜 이렇게 짓밟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자존감이 다 무너져 내려버렸다.

타지에서 새로히 시작했던 내 인생 내 생활 내 사회관계 내 친구들 내 지인들이라고 생각했던 모두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가면 누군가 손가락질 하는거 같았다.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원래 내가 살 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나와 진심으로 희노애락을 같이 해 주던 좋은 사람들 곁으로 가고 싶었다.
남편에게 빌었다.제발 이 곳에서 벗어나자고
이러다 내가 죽을거 같다고
남편도 그러라고 친정이라도 가서 며칠 지내다 오라고
하지만 널 잘 아는 사람들은 너한테 그렇게 욕 안할거라고 뭔가 오해가 있을 거라고... 

몇 달을 집에만 있었다.카톡, 인스타, 페이스북..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단해 버리고그냥 집에서 아이랑 둘만 보냈다.
죽을것 같던 시간도 예쁜 아이를 보고
밤이면 미친사람처럼 울고 화내는 날 달래는 남편 덕에퇴근하고 와서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참았던 이야기를 막 쏟아내느라 새벽이 되도록 곁에 있어준가족 덕분에 좀 회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미웠어?  날 욕할 만큼? 마음에 안 드는 거 얘기하지 그랬어.'
그런데돌아온 답변은 '내가 널 왜 욕해? 아무도 널 욕하지 않아.'라는 대답이었다.

오히려'그럴리가 없어, 걔가 널 질투하나봐.' 라는 말 뿐.. 허무했다.

저 질문을 하기까지 나는 내가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 같은 존재일까 두려워서
묻지 못하고 고민했던 저 질문..기가막혔다..
바로 물어봤으면 될 문제들을 말이다..

어쩌면 난 그루밍 당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 언니를 통해서 알게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정보고 그 언니에게 들었고, 출산과 육아라는 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낮춰버린 자존감이 그 언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게 만들어 스스로 그 언니를 대단한 사람인양 치켜세워댔다..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하게도 원래의 지인들과 하던데로 나누고 아껴주고 좀 더 베풀었던 모습이
그 언니에게 나는 호구 였을 뿐이었으니.. 

시간이 사실 좀 오래걸렸다.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사회에서 적응하는데 말이다.
심리 상담도 받아보고 여러가지 외부 활동도 하고 교육도 듣고 하면서 내 자존감을 다시 찾아가는 일이 쉽진 않았다.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했던 그 시기를 잃어버린거 같아 아프기 때문이다. 
그 언니에게 복수할 생각 안해본건 아니었다.
그 언니가 나한테 해준 여러가지 이야기들 주변 지인들의 허물, 집안일, 단점, 장점 등(반대로 생각하면 내 이야기는 얼마나 해댔을지... 무섭다..)

그런데 나한테 지인에 대해 정말 심한 말로 욕해놓고다음날 만나서 방긋 방긋 웃으며 우리는 오래가자~ 라고 이야기하는 그 사람과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똥이라면 피하는게 나을 거 같았다.
나중에 이 이야기에 대해 들은 친구들은왜 바보같이 참았냐고 가서 같이 따져주냐고 물었지만친구들에게도 똥을 묻히고 싶진 않았다.. 

멍청이라고 답답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 글을 몇명이나 볼 지는 모르겠지만.. 

이기적으로 인생을 살기보단 함께 사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내가 힘든 일이 생겼을 진심으로 날 위해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은 인생을 살고 싶고, 나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힘들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그냥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맛있는거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잠자리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
그게 내 가장 큰 행복일 뿐..

이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니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 자책을 한 번 더 해본다..ㅠ 

몇 년이 지난 일을 이제와서 꺼내는 이유는
우연히 얼마전에 그 언니의 소식을 들어서이다.

매일 뒷담화 하던 지인이 좀 부자인데, 이번에 좋은 일이 생겨서 지인들을 초대해 베푼일이있었다.거기서 함께 웃으며 제일 친한 친구인척 했다는... 

부자 지인이 안타깝긴 했지만 A라는 사람은 여전하구나 하고 말이다..
그동안 나한테 뭐 받을거 있나 떨어질거 있나 했었을 그 모습이 떠오르며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매번 우리집에와서 이번엔 또 뭐 샀어 우리 아이껀 없어? 했던 그 모습..무섭다..
지금이라도 그런 사람을 떨쳐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싶었다. 

근데 언니 있잖아..
언니가 모르는게 있어..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힘든 시기가 있어서 잠깐 흔들리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언니보다 훨씬 사리분별도 잘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야..
지금 언니가 모든걸 다 휘두루고 있는 걸로 보이지
글쎄..나도 정신 차리고 보니 듣는 이야기가 많아지네..
생각보다 우리 나라 좁다?
피해자 코스프레 불쌍한 척 거지같은 척
이제 안 먹혀서 새로운 먹잇감 찾았다며
능력 좋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를 거야..ㅎ
원래 얌전한 사람들이 좀 더 무서운 법이거든..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