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니?

ㅇㅇ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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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그래. 1월부터 해야겠다.

 

나는 꽤 오래 사귀던 너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

예상했던 일이고, 생각했던 것처럼 무드가 있지않았지만... 기뻐했어. 바쁜 일상속에서도 프로포즈때 받았던 꽃다발을 계속 머리맡에 두고 버리기 싫어했으니까.

 

 

2월.

 

서로의 자금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지. 바쁜 일상을 쪼개가며 서로를 만났고, 얘기를 했고. 그렇게 상견례를 하였다.

 

여느 다른사람들처럼 무난히 지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과는 달리. 고작 거기서부터 어긋남이 시작되었던것같아. 상견례내내 아무말없던 너희집과 무슨말이든 해보려고 했던 내가족. 어떻게든지 얘기를 해보려던 나와 너. 그 상황들이 다 지나고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이미 그때부터 끝이 정해져있던 결말을 달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3월.

 

결국, 다시 상견례를 하기로 하였고, 다시만나 무거운 주제들을 얘기하고, 서로 토론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잘 끝난 줄 알았지만, 아니였지.

 

'대학등록금 내주셔서 고맙다'라는 말이 집형편으로 대학등록금을 못 해줬다는 너희엄마한테는, 너는 이것도 못해주는 못난 부모다. 라고 들렸다고 했어. 그리고 그게 그렇게 서글프고,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그랬어. 한차례 또 시끌했지만, 잘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여겼었지..

 

 

 

4월.

 

너와 내가 정한 결혼식 날짜는 소위말하는 길일이였어. 바쁜 회사일로 인해, 결혼식장 예약을 하지 못했던 나는 3월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예약을 하기 시작했어. 사실 너가 나대신 3월에 해주었으면 했지만.. 내가 나중에 얘기하자, 라는 말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어. 서운하고 서운했지만, 이미 벌려진 일들에 서운함만 얘기할수는 없는 상황이였다. 

 

부랴부랴 잡은 결혼식장은 너희집에서 꽤 멀어진 곳이였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어. 이미 내 집근처로 식장을 잡자고 얘기해두었으니까. 또, 너가 잘 설득한다고 하였으니까. 하지만 아니였어.

 

네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소외되었다고 생각했지. 자신들만 빼놓고 정했다며.

그사람이 그사람의 부모한테 얘기하지 않았던게, 아직 '애'이기에 챙기지 않은 내부모 탓이라고 하였어. 난 아직도 너게 어리다고 한게 이해가 가지는 않아.

 

하지만 결국 딸가진 죄인이라고, 내 부모님이 그사람의 집앞에 가서 빌었다.

미안하다고. 우리가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30분여시간동안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빌었던 우리 부모님이 자리를 피하자, 아무말 안하던 그사람의 가족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왜 내새끼한테 잘못했다고 하냐고. 왜 부모 두사람 모두 미안하다고 얘기하지 않냐고.

그렇지, 그때 내 부모가 문자하고 있는게 그렇게 아니꼬았다고 그랬구나.

 

 

그렇게 나는 죄인이였다. 

너도 어느순간 내편이 아니라, 본인 부모님편을 들었고.

나는 여기도, 저기서도 죄인이였다. 어떻게든 잘해보자 했던 행동들은 다시 화살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너는.

내편이 아니였어.

 

 

 

그렇게 4월의 끝자락.

 

나는 결국 헤어짐을 얘기하였고, 넌 비난하기 시작하였어.

하지만, 너도 알고 있었지. 이게 끝이라는거.

헤쳐나갈 수 있다고. 왜 자신을 믿지 않느냐고.

그런 넌. 나와 헤어지던날.. 나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니가 저번에 그랬지? 너 이번 생일선물, 크리스마스랑 합쳐서 한거니까. 내생일때 그만큼 주겠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그 선물 주었던 것의 현금화하여 절반을 달라고 하였다. 충격적이였어.

 

바로 그직전에 니가 준 선물은 어떻게 할래, 라고 물은 너에게,

선물이니까. 내가 준 시점에서 그건 내것이 아니라고 답변한 나에게.

넌 나에게 현금을 요구했거든.

 

 

그렇게 십년가까이 연애한 너와 나는 헤어졌어.

근데 너는 벌써 연애하더라.

 

아무렇지 않은듯,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한 너는, 참... 행복해보였다.

 

첫데이트라며 수줍게 웃으며 찍은 그사람은.

내가 선물했던 것들을 입은채. 행복하게 웃고있었지.

 

나는...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느다.

나와 헤어졌다는걸 기다렸다는듯이,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 너가.

이미 다 잊고 연애하고 있던 너를,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지새웠던 밤들이.

혼자서 울고 울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했던 내자신이.

 

지금도 비참하고 서글퍼.

 

내가 너한테 그렇게 하찮고.

보잘것없고.

예쁘지않고.

날씬하지 않고.

 

그런 나였기에, 너가 날 잊는게 더 빨랐을까?

왜 나는 너한테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아둥바둥하는데.

너는 왜 행복해하며 웃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