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게 행동, 제가 예민한 건가요?

소심녀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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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은 눈팅만 하다 글 쓰는 건 처음이네요.
평소에 친구들이 '입달렸어도 자기 할 말 못하는 애'라고 놀릴 정도로 컴플레인이라는 건 한번도 넣어본 적이 없고 그냥 여기를 다신 안오고 말지 하고 넘어가는 소심쟁이인데, 어제 국수 가게에 따지고 나온 것이 오늘 아침까지 계속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아서 제가 예민하게 군건가 싶은 소심한 생각에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판에 글을 씁니다.

저는 포항에 사는 신혼 6개월 차 새댁입니다.
어제 아침부터 체한 것 같이 속이 더부룩해서 아침에 신랑이랑 식빵 몇조각 먹고 점심은 걸렀습니다. 오후 5시쯤 되니 허기는 지는데 속은 여전히 그대로라 담백한 음식을 찾다 콩국수를 먹기로 하고 콩국수 집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가게는 상호가 'OO콩국수'일 정도로 콩국수를 사시사철 파는 곳이었고, 메뉴는 콩국수 포함 국수 종류 4가지, 사이드 메뉴로 콩빈대떡이 있었습니다. 가게에는 주방에 일하시는 할머니 한 분, 홀 이모 한 분, 옆에서 유튜브 보고 계신 남사장님 한 분 계셨고, 저희가 들어갔을 때 음식 다 먹은 한팀이 막 나가고 주문을 받을 땐 홀에 저희가 전부 였습니다. 나중에 두 팀이 더 들어오긴 했지만요.

저는 콩국수(8천), 신랑은 비빔국수(대, 8천)를 시키고 저는 속이 안좋아 못 먹었지만 사이드메뉴로 콩빈대떡(8천)을 하나 시켰습니다. 국수 전문점이라 음식이 금방 나올거라 예상했지만 콩빈대떡 나오는데 25분, 국수가 나오는데 30분 걸렸습니다. 근데 신랑이 시킨 국수가 비빔국수가 아닌 김치말이국수로 잘못 나온 겁니다. 홀 이모가 착각하셨을 거라 생각하고 비빔국수로 바꿔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요청한 비빔국수는 1분 안에 나왔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던 신랑이 젓가락으로 비빔국수를 뒤적해보니 김치 국물과 김치 덩어리가 있었습니다. 먼저 나온 김치말이 국수에서 소면만 건저 물로 헹궈 비빔국수 야채랑 같이 냈을 거라 생각하니 비위가 확 상해서, 홀 이모께 김치말이 국수를 헹궈서 내신 거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잘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떼시더라구요. 가게가 워낙 좁아서 사람들 동선이 한 눈에 보일 정도여서 홀이모가 주방쪽을 보시고 계신걸 저희도 똑똑히 보고 있었는 데도 말이예요.

여기까진 참았습니다. 국수 집에서 국수가 30분 넘게 걸려 나온 것도, 홀 이모는 손님도 몇없는 가게에 물도 셀프일 정도로 서빙할 것도 없어 보이시는데 주문을 잘못 받으신 것도 (밑반찬은 김치와 고추가 전부이고, 고추 쌈장도 테이블에 기본세팅되어 있었음), 옆에서 유튜브 보는 사장님이 이어폰도 없이 소리를 켜고 보시는 것도, 주문 잘못 받아 버리는 음식을 헹궈서 손님상에 다시 낸 것도.. 뭐 기분은 나쁘지만 다시 해주신다고 하니 기다렸습니다.

신랑은 먼저 나온 콩빈대떡을, 저는 콩국수를 먹고 있는데 주방할머니, 홀이모, 그리고 뭔 일이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본인 자리로 돌아간 사장님이 저희를 두고 수군수군 하는 겁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가게가 좁아서 그들의 말소리가 다 들리는데도 말이예요. "자기 상에 나갔던거 다시 헹궈서 주는 것도 못먹나" 뭐 이런 말에 맞장구 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속이 안좋았는데 그 말을 들으며 국수를 먹고 있자니 진짜 다 체하는 것 같고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그냥 젓가락 내려놓고 나갈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앞서 말했듯 소심쟁이라, 그리고 신랑음식 다시 주문해놓고 그냥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기다렸습니다. 제가 콩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비빔국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주문한지 15분 쯤 지난 후에 비빔국수가 나왔고 신랑은 얼굴 울그락불그락하며 기다리는 제 생각을 해서인지 후딱 먹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을 안하고 가면 집에가서 너무 억울 할 것 같아서 신랑이 물마시고 있는 동안 얼른 계산대 앞으로 가서 남사장님께 따졌습니다.

1. 국수 집에서 국수를 30분 이상 기다려서 먹고 가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것마저도 주문을 잘못받으셔서 더 오래 기다리게 되었고,
2. 다시 나온 음식은 주문 잘못 받아 버리는 음식을 물로 씻어 나온 것은 진짜 기본이 안 되신 것 같다.
3. 또 뒤에서 욕하시는 것 다 들리게 얘기하셔서 음식 먹다 다 체한 것 같고 기분이 너무 상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첫 컴플레인이다 보니 얘기 하면서 제 목소리가 막 울먹거리더라구요.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었는데...
제 말을 들은 남사장님은 되게 당당하게 그게 왜 버리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점점 큰 소리를 내시길래 물먹던 신랑이 깜짝 놀라 오면서 와이프한테 큰소리 내지 말라면서 저랑 얘기하자고 하며 저를 차에 먼저 가있게 했습니다.

제가 나간 후 신랑은 사장님께서 죄송하다고 말씀해주시면 저희도 그냥 나이스하게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는데, 사장님은 와이프분이 다짜고짜 울먹이면서 얘기하니까 본인들이 대역죄인이 된 것 같고 본인들도 사정이라는게 있다며 변명을 하려 하더래요.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 살길 찾아 변명 늘어 놓으려는 사장님 태도에 화난 신랑은 큰 소리내며 화를 내고, 갑질하는 것 처럼 보이기 싫으니 계산 빨리 해달라고 하고, 계산 끝난 뒤 영수증을 던지고 나왔다고 하네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주문 잘못받은 김치말이국수의 소면 다시 건져 헹궈서 비빔국수로 둔갑해서 낸 국수집 행동,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인가요? 제가 예민하게 행동한 건가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