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워보니 알 것 같아요

얼마만인지2019.06.07
조회568
자식 키우면서 친정부모님 고생하신 거
실감한다고 하잖아요

전 반대로 우리 부모님은 나 키우는 거
일도 아니었겠다 싶어요 ㅋㅋ

어릴 때부터 친척들 사이에서 똑부러진다
크면 한자리 해먹겠다 소리 많이 들으면서 컸는데
기억이 나는 5살때부터 유치원 가방 혼자 챙기고
초딩때도 책가방, 준비물은 물론이고
숙제 한번을 엄마가 봐주신 적이 없어요
미리 다 해놓으니까 ㅋㅋ

그렇다고 욕심있고 애살있어 그런건 아니었고
정리정돈은 타고난 거 같아요
공부도 잘했는데 승부욕보다는 성적 잘 나오니 재밌고 
요령도 있었구요

학교 들어갈 때까지 흔한 학습지하나 안하고
글자 모른 채로 입학했는데 긴옷 입고 있었으니
4-5월쯤이었을 거 같은데 학교수업만으로 한글 다 떼고 
경필대회(글씨 잘 쓰기 대회ㅋ)에서 1학년 12반 중에
1등을 하면서 본격적인 모범생의 길로 들어섰죠

저희 엄만 제가 워낙 말수적고 얌전한 아이였어서
학교 가서 왕따나 당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줄곧 반장 하는 거보고 놀라셨다고 하더라구요

글짓기도 잘해서 매주 월요일 조회시간마다 단상에
올라가서 상 받고 미술시간에 파를 그려왔는데 진짜 파같았대요ㅋㅋ

공장일 하시는 아빠, 식당일 하시는 엄마
초딩 3학년때부터 동생이랑 라면 끓이다가 마지막에
식은밥 넣고 끓이는 요리(?)를 엄마한테 배워서
밥 챙겨먹고 엄마 오기 전에 숙제 다하고 싹 씻고 있었으니
울엄마 팍팍한 살림에 얼마나 힘이 나셨을까 싶어요

중고딩 때도 최고의 일탈이 친구들이랑
햄버거 먹고 노래방 가는 거였을 정도로 착실한 학생이었는데
중3때 과학고 갈려고 학원을 갔는데 한달 교재비만 
20만원인거예요 제가 학원 알아보고 말씀드려서
보내주셨는데 한달도 못 채우고 스스로 포기했죠

과학고반 애들은 과외도 같이 해버리니 학원수업만으로 
따라가기도 힘들고 첫째 비용이 문제였죠

포기했다고 방황하고 집안 사정 비관하고 그런것도
없었어요 담담히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미술도 글도 공부도 있는 집이었으면 재능있는 쪽으로
밀어주지 않았을까 싶긴해요 자식 키워보니..
하지만 전 꿈이 딱히 없어서 공무원이 되었어요 ㅎㅎ

스무살 되어서야 제 방이 생겼거든요
소원이 울고 싶을 때 문 닫고 아무도 모르게 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거였어요 동생도 남동생이라
같이 큰 방에 책상 놓고 이불 따로 펴서 잤는데 
고충이 있었겠다 싶어요 동생은 군대 갈 때까지도
거실 한 쪽 막아서 커튼 치고 자는 생활했어요

서로 고생한 거 아니까 그리 돈독하진 못해도
알바해서 동생은 최신폰 사주고 난 중고폰 사쓰고
동생 군대 가기전에 다음 학기 등록금 내놓으면 오른 거
안내도 된다길래 과외해서 저축한 걸로 등록금 내주고
엄마 십만원 이십만원 달달이 챙겨 드리고 그 재미로
과외하고 난 천원짜리 새우버거로 점심 때우고
근데 새우버거 좋아해서 지금도 할인 뜨면 사먹어요 ㅋ

한평생 어디 한눈 안팔고 열심히 사셨는데 참
돈이 안 모였던 우리 부모님..
최근 몇년전까지도 20여년 전에 분양받은 아파트
대출금을 덜 갚으셨었는데 그거 제가 다 갚아드리고
더 보태서 새 아파트 이사도 해드렸어요

신랑이랑 저는 전세집은 가지고 시작했고 
아파트 분양받고 대출도 받았지만 둘이 버니까
그리 힘에 부치진 않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저희 애들을 봐주시니 신랑도 장모님
고급인력 연봉 미리 드리는 셈 치자 그래서 가능한 일이었죠

쓰다보니 무슨 얘길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건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엄마는 참 좋겠어요 저같은 딸있어서 ㅋ
전 아들만 둘이라 신랑이랑 더 끈끈하게 살려구요

아 생각났어요 왜 글 썼는지 ㅋㅋ

울엄만 날 참 공짜로 키웠는데
울 애들은 참 손이 많이 가네요 ㅋㅋ

세상이 바뀌기도 했구요
애들 6살, 7살인데 안 시키니 진짜 자기 이름도 못 쓰구요
요즘은 글씨 모르고 학교 가는 애들 없으니 저 어릴 때처럼
그냥 놔둘 수도 없고 학습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옛날 똘똘한 저의 어린시절이 생각 난 거였어요 ㅋ

우리 엄마 새집에 가구, 그릇 신혼처럼 꾸며서
살게 해드리고, 신랑 살림 잘하고, 애들 귀엽고,

요근래 소소한 아픔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은데요?^^

엄마가 바라는 공무원이 되었는데 그 공무원 생활이
참 그지같아서 좀 힘든 요즘이었는데 다시 극복중이에요!^^


주제도 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비내린 시원한 불금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