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ㄷㄱ2019.06.19
조회32,298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여자에요

일방적인 헤어짐이었어요 저는 이별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남자친구가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하더라구요 직접적 원인은 남자친구의 거짓말이였지만 근본적 원인은 저였거든요 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못만나게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옴짝달싹 못하게 했어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릴정도 였으니까요 그말을 새겨들었어야하는데..

남자친구가 굉장히 저에게 헌신을 했었어요
정말 고마웠고 미안했고.. 꽤 오래 만나기도 했구요
그 친구가 혼자 저를 좋아했던 기간이 2년 정도
사귄기간은 3년정도 였으니까요

헤어짐을,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있던 상황에일방적으로 이별을 받게되니 미치겠더라구요 아니 죽을것 같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숨이 턱 막혔고 차라리 그냥 하루종일 자고 싶었어요 자면 그나마 생각이 안나니까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어리석게 제가 한달동안
남자친구에게 매달렸어요 울고 불고 나 좀 봐달라고
비참하게 매달렸어요 집에도 찾아가고 학교도 찾아가고
미친 사람처럼 굴었네요

평생 어려운거 없이 제가 하고싶은대로 살다가
우습지만 처음으로 고비란걸 아픔이란걸 느꼈던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 얻는게 이렇게 힘들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일이 이렇게나 많구나

사람은 사람으로 지워진다는데 그뒤로도 한참 사람을 못만나겠더라구요 주변에서 잊으라고 사람을 소개시켜줘도
그 그림자가 지우려 해도 지우려해도 지워지질 않더라구요
심지어 한동안은 계속 꿈에도 나타나서 울며 깨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헤어진지 3달 정도 지났을까 연락이 오더라구요
잘 지내냐...뻔한 레퍼토리였는데 한편으론 그래도 내가 생각이 나긴 나는구나 잊혀진건 아니구나...싶었어요

근데 그땐 애써 꾹꾹 누르며 잘 살며 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 내 노력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원망, 슬픔, 그리움이 컸던지라 연락에 답하지 않았네요

그리고 또 몇달이 흐르고 제 생일에 연락이 오고
또 새해가 바뀌게 되면 연락이오고 그때마다 연락에 답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 1년간 연락이 없더라구요 소식에 의하면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잘살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 유학중에 내 생각 난다며 연락이 왔었네요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났나 새벽에 전화가 오더라구요
원래 잘땐 업어가도 모르는데 그날따라 잠이 오질 않아서
뒤척이다가 설잠에 들었을때 전화가 와서 받게 됬어요

한시간정도? 서로의 근황과 안부에 대해 묻다가
저에게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묻더라구요..없다고 하자
나는 여자친구 있었는데 헤어졌다 라면서 급하게
말을 돌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조만간 한번 얼굴 보자고
유학끝나고 돌아왔다면서요~

저에게 온갖 말을 다 하더라구요
너의 그림자가 꽤 크더라.. 아직도 너 번호 잊혀지지가 않아
너가 준 선물들 못버리겠더라며 아직도 쓰고 있다고
(제가 대학때 알바해서 아껴쓴 돈으로 지갑을 하나 해줬는데
명품도 아니고 브랜드도 아니고 가죽공방에서 만들어줬던거에요) 너 정말 독하다며.. 전화 한번 안하냐고 난 너가 뭐하고 사는지 너무 궁금해서 맨날 너 sns 염탐 했다는둥...

한편으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전화한건가 싶더라구요
그냥 외롭고 쓸쓸해서?

2일이 지나고 오늘 저녁에 잠깐 보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일이 있어 다른곳에 있다하니 그럼 그쪽에서 보자고
차나 마시자고 하길래 그냥 나갔어요
조금 더 이성적이였다면 나가지 않았어야하지만
그냥 나가고싶었어요 궁금했고...

5년만에 만난거였어요 만나는 장소에 다다를때마다
항상 데이트하던 그 장소였어요 심장이 미친듯이 뛰더라구요
설레임이 아니라 5년전 내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요

만났는데 의외로 덤덤하더라구요 잘 지냈냐 하면서
슬쩍 장난치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괜시레 반갑고 그렇더라구요
1시간 정도 서로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늦어 헤어졌어요
그 사람이 저를 정류장에 데려다주며 마지막에 그러더라구요
우리 또 볼수 있는거냐고.. 대답은 안했지만 혼란스러웠어요

그 뒤로 매일 저녁마다 전화가 오더라구요
저도 제 맘을 몰라서 전화 받지 않았어요
작은거 하나에 울고 웃고 하기 싫어서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 친구가 정식으로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고싶다라고
이야기한게 아니기에 제가 섣부르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기가 그래요

어떤날은 미친듯이 그립다가도 어떤날은 존재조차 모르고
잊으면 잘 사는 날도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애써 담담한척 살았던 것 같아요

5년동안 항상 그 그림자가 너무 그리웠는데
저 다시 시작하면 안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