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는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060120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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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어날때 희귀병 하나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얼마 남지 않은것 같아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안녕. 이제는 이 인사 한마디도 주고받지 못하는게 조금 마음 아프다. 아마 이번 인사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너를 처음 만났을때 향기에 반했고 그 다음은 너의 말투에 반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 흘렀다. 눈뜨고보니 나도 사랑이라는걸 하고 있더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고 항상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길 원했다. 또 평범한 사람을 만나서 누구보다 평범하게 사랑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래왔다. 정말 신은 모든 인간을 공평하게 태어나게 한다는 말이 어찌보면 맞는말인거 같기도 하다. 나에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주시긴했지만 그 댓가로 너라는 사람을 나에게 주신거보면 말이다.
너의 일상속에 내가 끼여있다는 사실을 몸소 깊게 느낄 수 있는 날이면 너무 설레서 잠도 설치곤 했다. 내 자신이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을 고작 잠이라는것 때문에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신은 공평하다고 믿고있던 나는 지금 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너를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깊은곳을 찌른다.
나에게 희귀성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중학교 들어오면서 처음 알게되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이주일에 한번꼴로 심장에 쇼크가 오는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위해 항상 이주에 한번씩 연기를 해오셨던 거다. 그렇게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해주신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죽음을 앞두고있는 지금 제일 먼저 생각나는건 너다. 너랑 산책도 해봤고 사진도 많이 찍어봤고 서로 꽃 한송이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하루가 다 좋았다. 내가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으니 이제 너는 더 좋은 사람이랑 첫눈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내 9번째 소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다. 근데 난 내가 불행하게 태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운이 안좋았던것 뿐이다. 그러니 난 내 삶에 만족한다. 비록 웃으면서 보낸날이 많지는 않지만 니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 눈물이 너무 난다. 오른쪽 눈은 시력을 잃은지 오래라 앞을 보는것 조차가 너무 힘들다. 그리고 무섭다. 얼마 후면 남은 한쪽눈 뿐만 아니라 내 몸 전체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될테니까. 내가 없어도 잘 지내길 바란다. 내가 없다고 슬퍼하지 않길 바란다.
깊은 꿈을 꾸고있는 내 몸은 아마 나라에 기부가 될거다. 나처럼 아픈사람들이 되게 많을텐데 그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두고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인데 얼굴 보고싶다. 정말 많이 진짜 미칠만큼 보고싶다. 고양이를 닮아 정말 곱디곱던 너의 눈동자에 다시한번 내 얼굴을 비추고싶다. 그러고는 고마웠다고 말하고싶다. 네 이름만 들어도 설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그 세글자만 들어도 눈물이 끊이질 않는다.
나라는 못난 사람곁을 너라는 곱고 소중한 사람이 지켜주어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시간들로 가득했다. 난 모든일에 진심이었고 또 최선을 다했다. 내 진심이 전해졌다면 후회는 없다. 남들만큼 내가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나 미워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게 내 마지막 소원이다.
내 인생은 남들만큼 길진 않았지만 남 부럽지않게 행복했다. 어느 누구때문도 아닌 너 덕분이다. 앞으로 니가 없는 꿈속은 상상할 수도 없다. 부디 깊은 꿈속에서라도 날 보고 아무말 없이 꼭 안아주길 바란다.
정말 자주 해줬던 말이지만 마지막으로 해주고싶다. 온힘을 다해 사랑했던 내 사람. 네 곁에 내가 있든 없든 난 언제나 네 편이다. 비가되었든 눈이되었든 바람이되었든 한줌의 민들레씨가 되어서라도 네 곁을 찾아가겠다. 이번생은 재밌었다. 다음생에도 꼭 내 앞에 기적처럼 나타나서 곱디고운 미소 한번 지어주면 좋겠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이제는 꼭 행복만해라.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