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에고2019.07.03
조회418

판은 자주 오지 않아,  SNS에 떠돌아 다니는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보다가 필 받으면 가끔 한번씩 오거든...

솔직히 예전부터 내가 겪었던 썰 풀고 싶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없게 쓰는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쓰다가 포기했지.

뭐 여튼 이래저래 미루고 미루며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이제 가끔은 기억속에 희미해가는 몇번의 생생한 가위눌림 이야기를 써볼까 해..

댓글들은 알아서 쓰겠지만 조언이나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 해줘도 좋아.

자! 서론은 여기까지~~

 

20대에 나는 중국에 오랫동안 살았었어.

 

처음에는 회사에서 아파트 잡아줘서 3명이서 같이 살았는데 아파트가 대개 그렇듯이 거실이 있고 안방이 있고 작은 방이 있잖아?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주방과 함께 있는 거실은 크지가 않고(아마 거실이 아닌 주방이 맞는거 같아) 큰방은 거실겸인지는 몰라도 좀 컷어, 그리고 침대가 놓여있는 안방은 조금 작았는데 큰방은 양지쪽에 있고 작은방은 해가지는 음지쪽에 있었어.

 

큰방 아래쪽에 자동차수리?하는 그런 곳이라 항상 소음이 너무 컷단 말이야.  그래서 난 아예 침대가 있는 작은방에 내 짐을 풀고 혼자 썻어..

 

근데 처음 그 방에 들어 갔을 때 문열고 마주 보이는 곳에 창문이 있고, 문과 나란히 있는 창문쪽으로 책상이 있었는데 책상위에 옛날 부엉이 모양 시계가 있는데 방에 들어설때마다 약간 음산한 기분이 드는데 그 시계를 보고 있노라면 약간 몽롱한 기분과 함께 잠들어.

 

처음에는 오래된 시계라 그런가? 자체위안하며 일부러 괜찮은 척 했는데 그 집에 들어간 3일째부터인가? 가위눌림에 시달리게 되었어.

 

퇴근 후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왠지 모를 찝찝함과 불안?감 같은게 자꾸 올라오는데 그 느낌이 되게 묘해,  무서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무서운것도 아니고 무섭긴 무서운데 내가 일부러 아닌척 외면하는거였나?

 

여튼 누워서 딴 생각 안할라고 책을 보는데 뱃속 깊숙히 단전(배꼽아래부분)이 항상 미세하게 떨렸어.  10년도 넘은 지금 생각해도 그 느낌은 너무 생생해..

 

그렇게 누워서 책을 펼치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본능적인 떨림과 방안은 되게 조용해, 아니! 고요하다가 맞을거야.

들리는건 내 맥박소리와 심장소리가 시계의 묵직한 초침소리와 뒤섞여 울릴 뿐이었지..

 

그러다 나도 모르게 시계를 바라보게 되고 시계의 초침을 따라가다가 몽롱속에서 잠드는거야..

처음에는 그냥 가위 눌렸는데 가위눌림 3번째인가?  그때 몽롱한 기분과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시계쪽에서 뭔가 온다는 기분이 드는거야, 분명 아무것도 없고 보이지도 않아.

 

근데 느낌으로 알 수 있어  뭔가 분명히 책상과 대각선으로 놓여진 내 침대 머리맡으로 가까와 오더니 침대옆에 앉는거야, 느낌에 쪼그리고 앉은거 같아, 근데 아무것도 안보여,  너희들 그 기분 알아? 

분명히 나 말고 다른 존재가 있다는게 본능적으로는 알겠는데 눈에는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안보여, 눈 부릅뜨면 보일 줄 알고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안보여 진짜...ㅠㅠ 너무 무서웠어...그때 이미 가위가 시작된거지...

 

그 이상한 것이 내 침대옆에 앉아 가만히 보더니 옆에 눕는거야,  침대 방향이 벽쪽이다 보니 왼쪽에 책상이 있어,  즉 그 얘가 내 왼쪽옆에 눕는거야, 그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왼쪽 팔부터 해서 내몸속에 들어오는 거야.

 

왼팔부터 소름돋고 춥고 얘는 아랑곳 안하고 천천히 들어왔는데 나는 미칠것 같고 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목소리는 나가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뭔가가 내 몸속에 들어오는건 느낄 수 있고, 가위 눌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움직여 지지 않잖아?

 

얘는 왼쪽으로 들어왔는데 그러니까 분명 들어오는건 맞는데 완전히 못들어오는 느낌?  약간 그런느낌을 받았어, 난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와 사투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 부터 움직이자는 생각이 갑자기 든거야. 

 

그래서 움직임과 동시에 소리를 질렀는데 얘가 쑤~욱하고 빠져나가더니 없어졌어.   큰방에 있던 동료들이 달려와서 또 가위눌렸냐고 하고, 난 식은땀에 가쁜 숨 내쉬고...

 

안되겠더라 그 시계를 침대 옆 벽장 맨 위에 올려놨어,  눈에 보이면 괜찮은 줄 알았거든..

진짜 그날은 아무일 없이 넘어갔고 그 다음날 부터는 오른쪽으로 들어오려 노력하는 그것과 싸우다 그 집에서 한달도 못채우고 난 사장한테 난리쳐서 따로 집 잡고 나갔어.

 

아마 그때가 시작이었던거 같아..

내가 가끔씩 가위에 시달리게 된 것이...

 

 

 

PS : 뭐 별로 무섭지도 않고 워낙 일상적인 가위 눌림이라 재미없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