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며느리와 딸은 다르네요. 당나귀 귀.

ㅇㅇ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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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대 후반이고 딸이랑 아들 하나씩 있어요. 저희 집은 맞벌이인데 남편은 대기업 쪽에서 있다가 몇년 전 독립해서 작은 사업 시작했어요. 저는 약사라 작은 약국을 운영하고 있구요. 남편이 회사 다닐 때는 제가 훨씬 더 벌었기 때문에 생활비 대부분을 제가 냈고, 남편 사업이 다행이 잘 되서 이제야 남편이 저보다 훨씬 잘 벌게 되었어요. 요즘은 대기업 워라벨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남편이 있을 때만 해도 엄청 바빴어요. 매일 일에 치여 살았고 늦게 들어왔어요. 항상 피곤해 했고, 사업 시작하고 나서 처음 자리 잡을 때까지도 엄청 힘들어 했어요. 제 약국도 근처 병원이 굉장히 잘된 덕분에 항상 바빴지만 그렇다고 약사를 한 명 더 구할 정도가 아니라서 혼자 일한다고 너무 바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애 둘 키우는데 도움을 하나도 안 해주고, 집안일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게다가 시댁은 종가집까지는 아니지만 무슨 제사가 그리도 많은지 수시로 시댁에 가서 제사 준비를 도와야 했어요. 다행이 시부모님 두 분 모두 좋으신 분이셔서, 큰 일 아니면 안 부르시려고 하시고 저를 부르면서도 항상 미안해 하셨어요. 게다가 애 어릴 때 너무 바빠서 첫째는 저희 집에, 둘째는 시댁에 몇년간 맞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첫째는 외가를, 둘째는 친가를 더 좋아해요.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사는게 다 그런거라 생각하고 잘 지내왔어요. 일년에 5-6번 되는 제사, 집안일을 전혀 돕지 않는 남편, 아내는 당연히 남편을 섬겨야 된다는 시댁.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며 지냈어요. 

    남편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남편과 저는 학생 때부터 연애를 길게 해서 아가씨가 대학 초년생 때부터 봤어요. 아가씨는 누가 봐도 너무 이쁘고 착하게 생겨서, 항상 주위에 사랑받고 자랐어요. 공부도 무척이나 잘해서 SKY에 들어갔구요. 시아버지도 아가씨라면 껌뻑 죽으셔서 아가씨 말은 뭐든 들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가씨는 약간 공주과라고 해야 하나.. 세상 물정이 많이 어두워요. 그래도 상관은 없었는데 항상 주위에서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뭐랄까, 예쁜 여자는 이렇게 인생을 편하게 사는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덕분에 아가씨 좋다는 남자는 항상 많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도 잘 했어요. 다만 아가씨가 남자에게 쉽게 질린다고 할까요? 남자들은 대부분 결혼까지 가길 원했지만 아가씨가 금세 남자와 헤어지더군요. 제일 길게 사귄게 1~2년? 보통 몇개월 정도 사귀다 헤어지길 반복하더군요. 그러다가 20대 끝자락에 2살 연상 의사와 결혼했어요. 그 분은 본인이 의사인데다가 집도 굉장히 잘 사는 분이라 결혼식 때 아나운서를 불러서 사회를 보게 할 정도였어요. A서방(성은 가릴께요)은 무척이나 깨인 사람이지만 부자집에서 자라 고생을 모르고 자란 스타일이라, 아내에게 집안일을 강요하지도 않고, 일 하는 것은 본인 자유에 맞겼어요. 본인 만족감을 위해 일을 할테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어라. 집안일은 하기 싫으면 도우미 아주머니 쓰면 된다. 라는 주의였어요. 아가씨 시댁도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 안지내고 명절 때 가족끼리 모여서 밥먹고 기도 드리는 것이 전부더라구요. 사람마다 다 기준이 다르고 삶은 다르다지만, 제가 봐서는 너무나도 축복받은 삶이었어요.  

   그런데도 아가씨는 결혼하고 몇년 지나고 나니까 삶이 너무 힘들다고 시어머니와 저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어요. 평소 아가씨와 친하게 지내서 자주 저와 통화를 했는데, 제가 봐서는 너무 세상 물정 모르고 살고 있더군요. 아가씨는 결혼할 때 본인 돈은 한 푼도 안 들고 갔고, 집도 남자 쪽에서 다 준비했어요. 확실히 진짜 잘 사는 집은 여자 쪽에서 얼마를 준비했는가 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더군요. 그냥 자기 집에 들어오는 식구니까 몸만 와서 잘 지내면 된다 라는 주의라 저도 놀랐어요. 그렇게 빈 손으로 들어갔으면서 시댁에게 간섭받는 것 자체를 너무 싫어하더군요. 저는 시댁에 매주 주말 찾아가서 애들이랑 인사를 가는데, 아가씨는 한달에 한번 찾아가는것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더군요. 또 저는 매일 시댁에 안부 전화를 드리는데, 아가씨는 시댁에서 일주일에 한번은 전화를 하라고 한다면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애 태어나자 말자 아가씨 시댁에서 병원비와 조리비를 일체 다 지원해 주고, 조리가 끝나자 말자 입주 아주머니까지 붙여줬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아가씨는 애 놓고 나서 너무 힘들다고 우울증 온거 같다며 수시로 저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하고, 또 그러면서 애 놓고 나서 수십만원 주고 덴마크 다이어트 배달해서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시댁이 옷 차림 간섭한다, 시누이가 스트레스 준다, 남편이 결혼하고 자길 잘 안챙겨준다 항상 불만이 넘쳤어요. 제가 볼 때는 말도 안되는게, 어느 시댁에서 어르신 보는 자리에 짧은 치마나 스키니진 입고 가는 며느리를 좋아합니까? 또 아가씨가 결혼 후, 출산 후에도 일을 나가는데 도련님 누님들은 집에 돈 많은데 굳이 힘들게 일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으라고 이야기 하는 걸 자기 일 무시한다고 길길이 날뛰네요. 제가 봐서는 그냥 하는 말인데 그런 걸로 자기 무시한다고 화를 낼 게 아니에요. 도련님은 부부 간의 일이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결혼 하고 나서도 결혼 전과 같은 로멘틱함을 바라는건 무리 아닌가요? 

    사실 아가씨가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어요. 아가씨는 아가씨의 삶이 있는 거고 저는 저대로의 삶이 있는거니까요. 하지만 제가 화가 난건 시댁의 태도에요. 저보고는 매일 전화하라고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전화 하라는 아가씨 시댁은 너무하다고 하고, 수시로 준비하는 제사에 저를 부르면서, 음식 준비도 하지 않는 기도회 참석하는 아가씨가 기독교도 아닌데 가서 있어야 한다고 힘들겠다며 한탄하고, 집안일 다 해주는 도우미 있는 아가씨는 도우미 안오는 주말에 집안일 힘들겠다며 찾아가서 도와준다며 가시면서 하루 종일 일하고 와 피곤해 죽겠는데 남편은 손끝 하나 안도와주는 나는 당연한거고.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얼마전 충격적인걸 알게 되어서에요. 정말 우연히 아가씨 핸드폰을 보게 되었는데 A서방 외 다른 남자랑 카톡으로 자기야. 사랑해 하면서 서로 톡 한 걸 보게 되었어요. 전 너무너무 놀라서 그냥 못본 척 넘어 갔는데 계속 생각이 나네요. 남편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남편은 시아버지랑 똑같이 동생 바라기라서 말해 봤자 나만 이상해 질거 같구요. 그냥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라도 적어두지 않음 속이 터질거 같아서 적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