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에게 무릎꿇고 사과했어요

2019.07.03
조회16,937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20대 여자에요
누가 알아볼세라 간략히 적을게요


올해 저희 부서에
아빠뻘 남자분이 새로 오셨는데
알고보니 이전 부서에 말썽이 있으셔서 오셨대요


오자마자 뭘 만든다고
벽이며 테이블이며 곳곳에 못질을 하고
(엄밀히 말하면 기물파손 아닌가요?)


누가 원한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기존 직원들 동의 없이
혼자 일 벌여서 부산하게 저지르고
갖은 생색을 내며 몇날 며칠 자랑하세요


목소리는 또 어찌나 크신지
말씀도 많은데다 다른 분들 험담하고
저와 상반돼서 시끄럽고 부담스러웠어요


가장 늦게 합류 하셨지만 가장 연장자셔서
그냥 그러려니
참 호쾌하신 분이구나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매번 잘하셨어요 띄워주고 칭찬했는데

어느 날,

단둘이 있을때마다
제 자리가 구석진 맨 끝인데
제 쪽에 놓인 가위나 볼펜을 달라고 하질 않고
제 옆에 바짝 붙어서


제 앞으로 불쑥 손 뻗어 가져가시는데
제 가슴에 본인 팔을 꾸욱 누르고 그러기를
으레 반복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설마 설마
착각인가 긴가민가 싶었는데
공교롭다기엔 꾸준해서
고의성 다분한 것 같았고


갑자기 훅 들어오는 손길을
협소한 공간에서
민첩하게 피해지지 않아 
순간 방어적인 자세로 움츠려
나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어쩌다 바닥에 뭐 떨어트려서 주우려 하면
그분이 나서서 굳이 대신 주워준다고
제 발 밑으로 비집고 들어오시고


아래칸 서랍에 뭐 꺼낸다고 디밀어
제 하반신에 그분 얼굴이 (저에겐 길었던 몇초간) 머무르고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네요


태연한 척 제가 꺼내드릴게요 의연하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제발 가까이 좀 오지 마세요 엉엉 울었어요


지나가는 길엔 뒤에서 제 허리를 잡고
게걸음으로 지나가시구요
소름 끼치고 등골이 서늘해요


초면에 친한 척 말 걸면서
제 팔 주무르고 주먹으로 툭툭 치고
손 잡을때 알아차려야 했는지


맞닥뜨리면 길막 상태로 비키지 않은 채
무작정 들어오라고 버텨 서 계시고
숨결 느껴져서 불쾌했어요


눈치를 줘도 모르쇠 하시고
대놓고 왜 이러세요 하면
그 분 성격상 위협적인 언사로
잡아뗄게 직감적으로 너무나 뻔해서


인상 팍 쓰며 싫은 티 내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하고
멀찌감치 거리 두고
신체 접촉 피해 다니고
그 분을 한두시간 조기 퇴근 시켜드리며
cctv도 있고 하니 한달동안 참았어요


우연찮게 저보다 조금 어린 여자분께
혹시 님도 당하고 있냐 조심스레 물었더니
여자분은 말로만 성희롱 당했다고 하네요


그 분 조심하라는 소문을 들었었다기에
저한텐 왜 안알려 주셨어요 물으니
저는 야무지고 똑부러진 성격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제가 제일 심하게 당할줄 몰랐다고
허허허 하시더라구요


이 일을 계기로 그 분께 반감이 생기고
본인은 정당하다고 우기는 잘못 계속 하셔도
눈 감아드려 왔는데
나날이 갈수록 정도가 지나치셔서
제가 선배기도 하고 업무에 대해 지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이 삿대질에 큰 바구니 막 휘두르고
공격적으로 반말에 욕설에 발뺌 하셨어요


제가 까다롭고 예민하고 싸가지 없대요...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소리 들어야 되냐부터
다 잘되라고 한거지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한다
대략적인 그 분 주장이구요


업무와 관련 없는 논점을 벗어나
자존심 문제로 받아들여 발끈 하시더라구요


제가 까다롭고 예민하고 싸가지 없다는 평판인 게

우회적으로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이에요


완곡하게 말해야 한다는거 알지만서도

정중하게 말하면 당최 의견 수렴을 안하세요


어른을 공경하고 우대하되
업무에 있어서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틀린 부분 겸허히 인정할줄 알아야 하며
누구나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뭐 결과적으로는


그분이 욱하고 다혈질인건 직원들도 워낙 잘알고 있지만
저 역시 깐깐하고 피곤한 스타일로 낙인 찍히고


안그래도 저는 오랜 우울증 환자에
회식이나 행사 단합대회 등 자주 불참하고
제 할일 묵묵히 하다가 때되면 사라지는

인간관계 인맥관리 전혀 안하는 개인주의자라
말수 적고 웬만하면 업무 외 말 섞질 않으니
평소에 제 편이라곤 한명도 없거든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네요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조용히 증거 수집했어요
cctv 저장이 얼마나 보관인지 모르지만
그분이 말씀하신거 틈틈이 녹음했어요


이번 회의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담당자님과 사전 협의 하에
오해 풀 겸 실추된 이미지 회복하고 싶다는
저의 건의로 속마음 토크 시간을 잠깐 가졌는데
그 분이 저를 딸같이 생각한다네요


본인 잘못 시치미 떼고 
저한테 모조리 뒤집어 씌우고
과장하고 왜곡해서 말씀하시다
물건 던지고 자리 박차고 나갔다 다시 오시더니 


제가 원한 자리니까
물의 일으키고 분란 조장한 제가
모두에게 사과 먼저 해야 한다고
모든 잘못이 저로 하여금 비롯 되었고


본인은 매우 성실하거니와 청렴결백 하다고
저만 이상한 사람 마냥 기정사실화 하면서
제가 공개 사과하는 석상으로 변질 시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 한 가운데 무릎 꿇고 사과 드렸어요


다들 멀뚱멀뚱 구경하고
아무도 일으켜주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담당자님이 제 어깨를 톡톡 치며
일어나세요.. 한마디 하시고


마침 여자분이 저 포함 둘 뿐이었는데
담당자님이 저 일으켜주라고 부탁하자
여자분은 제가 왜요.. 이러시고


제가 억울함 호소하여
진상규명을 위해
증거 제출한다니까
윗선에서 끊었어요


이유인즉슨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 의해 녹음되고 
cctv로 감시 당한거 알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겠냐고


그렇게 진실을 들추면 후련하냐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분
자존심 건드리지 말고
꼰대거니 이해하자고


제 입장 공감해주는 사람 한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살다보면 억울한 일은 누구나 있다고
다 참고 사는거라고


위법 행위가 아닐지라도

증거자료 삭제 해달라네요



제가 녹음한거 알면
무서워서 말 편하게 하겠냐고


불신 양성 한다네요



다들 제가 우울증 환자인걸 알면서
병력은 멀쩡한 사람 취급 하고


심각한 문제로 다루지 않고
제가 유연하게 넘어가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피해의식 사로잡힌 사회성 결여된 정신병자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