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사이에 편 갈라봤자

회색물음표2004.02.09
조회217

남자와 여자 편 갈라서 싸움 붙여서 그 싸움 성공해봤자 남는거라곤 출산율 저하 밖엔 없겠지만..남자와 여자 사이에 편 갈라봤자

 

일단.. 글 읽으면서 쓰신 분이 분명, 남자일꺼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맞군여.. 프로필 봐서 죄송합니다.

 

제가 피해의식에 의해 답글 주신 분을 남자일꺼라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남자와 여자 사이에 편 갈라봤자 (믿어주세요!)

 

결혼생활을 이상적으로(남녀간의 "주는 사랑"으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바라보시는 의견이,

 

바로 남자분이시라는 결정적 느낌을 준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

 

저희 아버지가요... 저의 이런 전투적(?) 가사분담론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는 잘난 대학 나왔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어.  자아실현을 위해 직장생활도 결혼 후에 계속하겠지.

 

그렇다고 네가 가사일을 등한시하는 것을 당연시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네 남편될 사람이

 

가사일을 도와주는 걸 당당히 요구해서도 안되는 거야.

 

왜냐면 가사일은 노동이라기 보다는 가족에 대한 희생이요 봉사이며, 어머니를 어머니로써

 

아내를 아내로써 존경받을 수 있게 하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일을 힘들고 귀찮은 일로 생각하니까 여자들이 가사일을 나눠하자거나 이런 얘기를 하는건데

 

가정을 돌본다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야. 그러니까 그걸 싫다 생각해선 안돼.."

 

....우리 아빠 참 자상하시죠? 남자와 여자 사이에 편 갈라봤자

 

.......근데 그 때는 제가 지금보다 더 투사적(?)이었던 관계로(나이가 어려서...딱 19살일때...)

 

한말씀 말대꾸를 해버렸습니다.

 

"아름답죠. 그럼요. 힘이 들어도, 내 새끼 내 남편 위해 좀더 깨끗한 옷 입히고 좋은 거 먹이겠다고

 

애쓰는거 정말 희생적인 사랑입니다. ... 그런데요 아바마마.

 

그 아름다운 희생 좀 같이 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요?

 

그게 그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희생이라면, 남자들이야 말로 여자들이 뭐라뭐라 주장하기 전에

 

팔 걷어부치고 도와줄려고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자들이, 아니 아빠부터, 왜 안도와주는건데?

 

여자의 희생, 여자의 인내가 아름답다고 포장해서 여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농경문화의 산물일 뿐이야!!!!!"    <--------- 덜 배운 지식이 더 무섭다고 비웃지는 마세요...-_-;;;;

 

아바마마께서는 아무 말씀 안하시더군요.

 

제가 대학 신입생일 때, 아바마마가 단속을 좀 엄히 하셔서(제가 운동권이 될까봐 맨날 노심초사하셨죠)

 

일찍 돌아오다 보면 늘, 직장인 퇴근시간과 맞물려서 만원버스에 시둘리며 오곤 했는데

 

정말 두달간 하루도 안빼고 엉덩이 잡히고(꼭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훑더이다..씨부럴넘덜...)

 

등뒤에 붙어 씩씩대고 팔주물럭대고 가슴까지 잡히고

 

해서 맨날 엉엉 울면서 집에 왔더랍니다(지금은 걸리면 그 개뼉다구덜 전부 개밥만들겠지만...)

 

그 때.. 우리 아바마마께서 이런 말씀으로 위로를 해주셨답니다.

 

"남자들이 원래 그런거야. 일일이 화내고 짜증내고 그럼 못산단다."

 

저는 또...이렇게 말대답을 -_-;; 했습니다(이거 잘하는 짓 절대로 아닙니다만...)

 

"그럼 아빠도 그래?!! 아빠도 남자잖아!남의 집 딸이면 만져도 상관없다는 거야! 아빠도 나가서 그래?!"

 

아버지는 그 때 한숨만 쉬셨습니다. 그리곤 바로, 학교 옆으로 이사를 해주셨지요...

 

제가 말대꾸 멋지게 했다고 자랑하는 거 아닙니다. 싸가지 없는 분들 이상한 오해로 리플달지 마세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성폭행, 성차별의 희생자인 저의  아.버.지.마저도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신다는 겁니다. 왜?

 

아버지도 이 문화에서 남자로 자라셨기 때문입니다.

 

남자분들 이상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미국의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하는 말처럼 밖에 안들립니다.

 

니네들 공부할 여건 다 만들고 직장에서도 Affirmative Act인가 뭔가로 소수인종 차별 못하게 해놨는데

 

니네들은 왜 항상 그모냥 그꼴이니 더 노력해봐 다 니네들이 모잘라서 그런거야 왜 그따위로 밖에 못해

 

....이런 얘기로 오해받게 되면 저처럼 전투력 강하고 잘삐지는 여자한테 걸림 옴팡지게 새됩니다.

 

님.

 

딸 키워보세요.

 

그 딸이 만약 공부를 잘 한다면

 

제가 장담합니다.

 

어느날 울면서 이럴 겁니다.

 

"나를 왜 딸로 낳았어! 딸로 낳았으면 왜 공부시켰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등신으로 만들지!!

 

억울해, 억울해! 왜 나를 딸로 만든거야!!!!!"

 

................저 이 이야기 아버지에게 한 두세번 했는데, 하고 나서도 또 불효했다는 마음에 울었습니다.

 

제 탓입니까. 제가 여자로 태어난 것이.

 

당신은 무얼 잘해서 남자로 태어나

 

여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주는 사랑'을 하지 못하니 못나다,  말씀하십니까.

 

남자들과 결혼할 때 여자들은, "이 남자만은 안 그럴꺼야" "날 정말 아껴주겠지" 믿으며 결혼합니다.

 

꼬실 때 그렇게 꼬시지 않습니까! 순진하게 그걸 믿냐구요? 그걸 바라기만 해선 어쩌냐구요?

 

어떤 여자가 처음부터 약속이 틀리다고 이혼하잡니까? 힘들어서 짜증내고 괴로와한답니까?

 

보답없는 노동을 계속해보십시오.

 

요즘 여자들은, 옛날 여자와는 달라서(차라리 그러면 무지함에서 오는 행복이라도 있었을까?)

 

남자와 똑같이 교육받았습니다. 즉, 자아성취를 하도록, 노력하도록 교육받았습니다.

 

똑같은 사회구성원으로써 기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옛날과 똑같은 역할을 하라고 합니다. 되겠습니까?

 

전기 산업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노동분업 - 사회활동과 가사노동-이 바람직했습니다만

 

후기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노동력의 질적 개선요구(직업을 갖기전에 교육을 더 많이 받을

 

필요성 증대) 및 출산율 저하로 인해 산업사회를 지탱하기엔 여자들의 사회생활까지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저번에 맥퀸지 리포트에도 나왔습니다만! 여자들의 노동력이 개발되지 않으면

 

우리 나라또한 1.3 쇼크(출산율 1.3 이하)가 왔기 때문에 경제를 지탱하기 힘들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자본주의는 괴물이어서 한 번 성장이 멈추면 붕괴를 하거든요..

 

그럼 여자들이 사회생활 하게 됩니다. 개인적 요구의 차원에서도, 요즘 남자 혼자 벌어서

 

뭘 제대로 노후보장이나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주 전통적 역할까지 같이 하도록 요구합니다!

 

가사일 다하고, 남자들은 경제권이 있으니 자기 맘대로 살 수 있고, 뭐 이런 의식이 그대로이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님은 얼마나 자신있습니까.

 

님은, 18평짜리 집을 빗자루질하고 걸레질하는데 몇 분 걸리는지 아십니까.

 

노친네 두 분 모시고 애 둘 키우면 하루에 밥을 몇번 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안하면 욕을 어떻게 먹는지 아십니까(돈번다고 시부모님을 엉망으로 대한다. 애들 거지꼴이다)

 

아내가 이불과 커텐을 일년에 몇 번 빠는지 아십니까. 어떻게 빠는지 아십니까.

 

얼마나 표도 안나는 일을 골백번씩 반복하며 늙어가는지 아십니까.

 

그래서 안하겠다는 겁니다.

 

그런 놈들만 봐서...라고 하셨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추론법(예제를 들어 그 뒤의 진리의 모습을 추론하는 귀추법)에 의심이 가신다면

 

그건 철학 시간에 질문하십시오.

 

그런 놈들밖에 예제를 못 봐서, 그런 놈들밖에 없다는 명제에 도달하였습니다.

 

반명제를 어느 남자분 한 분만이라도 증명해주신다면

 

저야말로 진실로 감사하겠습니다.

 

 

 

억울한 사람에게는 어떤 말도 안통합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