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에게 미주알 고주알 말하는 남편

ㅇㅇ2019.07.08
조회10,942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입니다.
남편이 결혼하기 전부터 시아버지에게 거의 모든걸 털어놓고 말하는 편이었고 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긍정적인 거라는 쪽으로 해석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는 그저 그래요)

결혼을 하고 나서도 통화를 자주 하길래 원래 저러니까~ 하고 넘겼죠.

얼마전에 크게 싸운 일이 있었는데 그때 작은 방에 들어가 문 잠 그고 있길래 밖에서 문 드드리고 열게 했더니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더군요. 시아버지랑 통화했대요. 그래서 혹시 우리 사이에 싸웠던 얘길 한건가? 하고 대수롭잖게 넘겼어요.

그런데 요즘 관리비가 갑자기 몇만원 뛰었길래 남편이 물을(온수 포함) 항상 아낌없이 펑펑 쓰던 게 생각나서 식구 두 명이 사는데 너무 많이 나온 것 아니냐, 물좀 아껴쓰라고 했더니

갑자기 폭발적으로 화를 내면서 (평소에도 싸우다 보면 꼭 폭발적으로 미친듯이 소리질러요.. 분노조절장애처럼) 작은 방 문 닫고 들어가더군요. 그러더니 시아버지랑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데 그게 온 집에 다 들릴 정도였어요.

수도료가 1~2만원 더 나왔나 보다(훨씬 많이 나왔어요) 그거 가지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등등 최근에 있었던 다른 일들까지 포함해서 자기 잘못은 다 쏙 빼놓고 저를 완전 이상한 마누라로 몰고 가는 통화였습니다.

들으면서 소름이 쭉 끼쳤어요. 관리비 문제 말고도 최근에 남편이 저와 상의하지 않고 혼자 저지른 일이 있어서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싸웠던 일까지도 결국은 저 혼자 맘에 안 들어서 난리친 일이 되어있더라구요. 그 일은 남편이 저한테 정말 미안다다는 듯이 잘못했다고 사과해서 이제 좀 깨달았나보다, 하고 마음놓고 있었는데 뒤늦게 시아버지한테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고 있었던 거죠. 이런 식으로 저희 사이에 있던 일을 본인에게만 유리하게 알려주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히네요.

그동안 참 많이도 싸웠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꾸준히 시아버지와 통화를 했을 거라는 예상이 드니까 이걸 꼭 시댁어른이 전부 알아야 하나 싶고 참 배신감과 수치심 때문에 같이 살기가 싫을 지경인데 어찌 해야 하나요.
저는 우리 사이의 사소한 싸움은 물론 큰 싸움도 (창피해서) 친정에는 물론 남한테 쉽게 말하지 않는 성격인데, 둘만의 싸움은 지지고 볶든 둘이 해결해 나가자는 마인드인 것도 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제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선 저를 나쁜 년으로 만들고 있었고 쪽 속아왔다고 생각을 하니 그 두 얼굴에 눈물이 나고 배신감도 너무 크게 드네요.

사소한 싸움들까지 시댁식구에게 모두 중계되고 있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가요? 마마보이는 들어봤는데 파파보이란 것도 있나요? 그렇다고 남편이 평소에 아버님 말에 좌지우지되는 성격은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사는 성격이에요. 자기가 겪은 모든 일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아버님한테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바람도 안 피고 다른 건 그럭저럭 참고 살만한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당황스러워요..

아까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는 중간에 끼어들면 더 이상한 년 만들 것 같아서 끝까지 잠자코 듣고만 있었거든요. 들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소름 끼치고 허탈하고 충격적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으로 봐서 쉽게 고쳐질 버릇 같진 않은데 실망이 너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