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계획으로 신랑과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요

궁그미2019.07.11
조회33,065

곧 돌을 앞둔 딸이 있는 30살 워킹맘입니다.

 

신랑이랑은 지인 소개로 만났고, 하는일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져서 2년 연애하다가 결혼했습니다.

허니문 베이비로 임신을 해서, 작년 여름에 출산했구요.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3개월 쓰고 복직했구요, 아기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번갈아 봐주고 계세요. 대학교 4학년때 바로 취업을 해서 지금까지 쭉 일하고 있고, 무엇보다 업무 대비 스트레스도 적고 수입이 괜찮아 아기 키우면서도 계속 복직하고 싶었어요.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구요, 뭐 딱히 전문직이 아니다 보니 당장 회사 그만두면 경단녀되서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직장은 여직원이 많지는 않은데 꽤 안정적이라 정년까진 일할수 있을거 같아요.

 

결혼전부터 신랑은 아기가 둘이었으면 좋겠대요. 자기가 외동으로 자라서 혼자의 외로움을 잘 안다나? 저는 3살터울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남매가 다 그렇듯이.. 뭐 생사확인 하는 정도에 소울메이트 같은 사이도 아니라 그냥 대면대면한 사이에요.

 

전 그래서 둘째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첫째를 낳고 돌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둘째 생각은 1도 안나네요.

 

아기가 막 까탈스럽고 예민한 기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울거나 떼쓸때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게다가 신생아부터 한 6개월차까지는 잠도 못자고 사람 꼴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그걸 또 겪을려니 너무나 고통스럽더라구요.

 

양가 할머니들이 낮에 봐주시고 제가 저녁에 퇴근해서 잘때까지 열심히 놀아주고 있고, 양가 할머니들한테는 물론 금전적으로 충분히 챙겨드리고 있어요. 사람써도 돈은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은 사랑으로 키워주시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저희 상황에서 둘째는 사치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희는 지금 지방 거주에 빚없이 살고있지만, 저는 둘째 낳으면 둘중 한명은 무조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엄마가 될 확률이 더 높을거구요.

 

전 일을 그만둘 생각이 1도 없어요. 돈 열심히 벌어서 아기한테 더 좋은거 보여주고 싶고, 나중에 학교 가면 사교육비로 등골 휘게 될텐데 한명이면 그 부담도 덜할거구요.

게다가 우리 세식구 일년에 최소 한두번 해외여행도 즐겁게가고, 양가 어른들한테도 물질적으로 조금이나마  효도도 할수 있거든요.

 

신랑의 논리는 한결같아요. 첫째가 혼자라서 외롭대요.

 

자기가 그렇게 자라서 모든 외동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거 같아서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되요.

뭐 애초에 있다가 없는것도 아니고, 평생 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형제가 생긴다고 외로움이 사라질까? 싶어요.

어릴때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도 저녁에 동생이랑 놀아야해, 또는 형이랑 놀아야해서 집에 가야된다 라고 할때 겪었던 그 외로움을 자기는 아직도 못잊는대요. 자기는 집에 가면 아무도 없으니 외로웠다는거죠. 근데 뭐.... 그것도 잠시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사실 원래 인생은 외로운거 아닌가요. 아이가 외로워하면 부모의 사랑으로 커버해줘야지 그걸 형제자매가 대신해줄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형제자매가 주는 충족감은 부모랑은 또 다르겠죠. 예를들면 자매끼리 친구같이 지내는건 보기좋아요, 근데 남매나 형제는 안그렇더라고요. 물론 안그런 집도 있겠죠, 보편적으로 제가 본건 그래요. 저도 그랬구요. 동생이랑은 그냥 생사확인, 가끔 잊을만하면 용돈 부쳐주는 정도거든요.

 

근데 그런 이유로 둘쨰를 낳기엔 저는 제 인생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신랑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심 때문인지 자꾸 둘째를 주장하는데, 저희 상황에서 둘째를 가지고 낳게 되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육아 부담은 어찌할 것이며, 맞벌이를 계속 하게 되면 할머니 손을 또 빌려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연로하신 두 할머니들께 또 부탁하기엔 전 솔직히 못할거 같아요...

 

흔히 외동이면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 라고 하는데, 이거는 솔직히 편견이고, 가정환경에 따라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형제자매가 아무리 많아도 자라온 환경이 엉망이고 부모의 교육이 잘 못되었다면, 그 아이는 이기적으로 자랄수 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

 

전 저희신랑 처음 만났을때 외동은 커녕 밑에 동생이 최소 2명은 더 있는줄 알았어요. 물론 저도 어느정도 외동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에 신랑을 그렇게 봤었지만, 확실히 외동이라고 이러하다 라는건 색안경이라는 거죠.

 

흔히들 형제자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중 하나가..

어릴때 사이좋게 지내는 로망이 1순위고, 두번째가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셨을때 슬픔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게 제일 크다고 하잖아요.  

 

근데 길어봤자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때문에 평생을 투자해서 형제자매를 만들어준다는건 아니라고봐요. 물론 제가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을 오롯이 혼자 부담해야하는 점이 크긴 하겠지만,  저희 아이들이 커서 조사를 치를때는 지금과는 문화가 많이 달라져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낳는것도 엄마고, 키우는것도 엄마에요. 아빠가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엄마손을 한번은 더 거치게 되더라구요. 심지어 저희는 맞벌이라 신랑이 정말 많이 도와주는데도 그렇더라구요.

 

전 게다가 경단녀가 되는게 너무 무섭고 끔찍해요. 지금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고, 돈 열심히 벌어서 애기한테 투자하고 우리 가족에게 투자하는게 행복하거든요.

 

하나를 키워도 안외롭게 키우면 안될까요? 제가 너무 몰라서하는 소리일까요?

사실 둘째가 첫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낳는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초딩때나 친하게 지낼려나, 이성의 경우엔 사춘기 지나면 아무쓸모가 없더라고요.

 

오늘 저희가 사는 지자체에서 출산선물로 엄청 고급진거 많이 주더라 이얘기 하다가, 신랑이 우리도 나중에 받으면 되지 이런소리 하길래 난 둘째 생각 진심으로 없다고 쏘아붙이고 대판 싸웠네요. 생각이 많아지는 날입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