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참 많이 고마웠어

ㅇㅇ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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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2년도 초등학생 때부터 특정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 왔어요. 컴백을 한 그룹도 아니였고, 그냥 브이로그만 업로드 하고 있는 데뷔 예정 그룹이였어요. 공부에만 집중하던 내 삶에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연예인이 있을까 코웃음 치며 지내던 저였는데 웃기죠.
그 그룹이 데뷔를 하고 전 계속 그 사람들을 미친듯이 좋아하고 난생처음 공카에도 가입해봤어요. 나름 똑똑했던 제가 아이돌로 인해 공부에 집중을 안할까 우려하신 부모님과의 마찰도 잦아졌어요. 그래도 마침 그 아이돌 그룹 곡들이 다 10대의 억압과 편견을 이겨내는 반항적인 곡들이라 위안을 얻었어요. 중학교에 올라가서 공부와도 멀어지도 방황하면서 기댈 곳은 정말 이 사람들밖에 없구나 싶었고 매일 밥 눈물로 노래를 들으면서 잠에 들었어요. 중2때부터 다시 힘을 내고 억지로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특목고 입시에 성공한 것도 다 이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의지를 참 많이 했어요.

특목고에 가고서도 공부가 힘들어서 답답한 마음에 한강에 울면서 갔다가 주민신고로 인해 경찰에게 붙잡혀 경찰서에 갔을 때도 제 이어폰에선 그 사람들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어요.

같이 고난과 역경을 다 이겨왔다고 생각했고 한 때 제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인데 이런 저도 이제 이 사람들을 놓아주려고 합니다.

최근 이들이 연 팬미팅에서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은 몇 천명의 팬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는 소속사에 화가 났고

공식 팬 가입일이 되었는데도 돈을 벌겠다는 이유만으로 공식팬을 모집하지 않기로 한 소속사의 속물적인 태도에 화가 났어요.

한국 팬을 기만하고 아예 올해부턴 한국 팬 혜택을 다 빼앗아버린 소속사의 입장에 화가 났고

이젠 이 모든 걸 방관하고 있는 그 그룹에게 화가 납니다.

저희의 첫 데뷔 기념 팬미팅은 무료였습니다. 하지만 몇 달 전 데뷔 6주년 기념 팬미팅의 가격은 99000원이였어요.

팬미팅 입장 줄에선 직원들이 무례하게 팬들에게 교가를 불러서 학생증이 본인 것임을 인증하라던지, 네이버 로그인을 해서 폰으로 인증번호를 받으라던지, 학교 주소 , 교장선생님의 성함을 대라던지 상식과는 맞지 않는 질문들을 해댔습니다.


게다가 4일간 진행된 팬미팅은 모두 30분 늦게 시작했고, 제가 간 당일 팬미팅은 무대장치 오류로 맨 무대에서 진행되었고요, 저희는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상처를 받은 부분은 소속사의 돈에 미친 모습보단 아티스트의 초심 변화에 있습니다.

일본 활동은 콘서트를 10번 넘게 하며 한국 콘서트는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한 번을 넣어 주더군요.

심지어 일본 불매운동이 펼쳐진 다음에도 한 멤버는 일본 입국 당시 일본 옷으로 풀 세팅을 하고 갔어요.

해외투어를 도는 12달 가량 되는 시간 동안 보고싶단 말이 일절 없던 멤버는 한국 입국 일주일 전에 “슬슬” 보고싶다고 말하며 팬들의 분개를 사기도 했고요.

사실 상처는 계속 받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돈은 쓸어모으고 있고 팬들에게 돈 빼낼 궁리만 하고 있는 소속사를 업고 있으면서 팬들에게 역조공은 몇 백원짜리 마스크팩 단 두장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고도 웃어 넘겼던 저였는데 말이에요.

일부 팬들은 저처럼 화가 나서 떠나고, 다른 팬들은 소속사와 아티스트를 구별하라고 짜증을 내죠. 하지만 아티스트라면 소속사와 상의든 뭐든 조종을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게다가 재계약까지 해 줬는데 그 정도의 입김도 없을까요? 못 변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변하고 있는 거에요 너희들은.


이젠 진짜로 떠나려고 해요. 근 몇 주간 매일매일 울면서 부정해보려고 했는데도 내가 사랑했던 2013년도의 당신들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방탄소년단, 참 많이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했던 그룹 이름은 BTS가 아니고 방탄소년단입니다.